신문은 선생님

[경제 이야기] '살충제 달걀' 사태 또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입력 : 2017.08.25 03:12

[직업의식과 기업가 정신]

'달걀 파동' 양계 농가 종사자들과 농업 공무원 직업의식 부족했던 탓
직업별 도덕관·가치관 갖고 일하고 이윤과 함께 사회적 책임도 추구해야
한국적 기업가 정신 표상은 '유일한' "기업 이익은 기업 키워준 사회로"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는 정부의 발표로 지난 며칠간 전 국민이 큰 혼란을 겪었어요. 충격적인 것은 이번 살충제 달걀 사건이 하루아침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지적돼 왔다는 것이에요. 이제껏 우리 국민이 살충제에 오염된 달걀을 얼마나 많이 섭취해 왔는지는 파악할 수조차 없대요. 이번 살충제 달걀 파동을 바라보며 우리 달걀 농가의 직업의식, 나아가 기업가 정신의 부족을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나와요. 오늘은 경영에 있어서 직업의식과 기업가 정신에 대해 알아볼게요.

◇직업의식 실종이 불러온 '달걀 파동'

살충제 달걀 파동은 생산 농가, 친환경 농산물 인증 기관, 농산물 정책 당국 모두가 국민의 먹을거리만은 안전하게 지키겠다는 최소한의 책임 정신, 즉 식품산업 관계자로서 직업의식을 소홀히 여겼던 데서 비롯됐어요. 직업의식이란 특정한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지녀야 할 특유의 도덕관과 가치관입니다. 맡은 일을 성공적으로 해나가기 위한 태도를 의미하죠. 물론 사람들은 직업 활동을 통해 얻는 수입으로 생활하게 되지만, 수입 자체보다는 직업 활동으로 얻는 성취감을 통해 더 큰 보람을 느낀답니다.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이 지켜야 할 행동 규범을 직업윤리라고 하는데요. 직업윤리를 제대로 지키면서 일을 할 때 비로소 만족스러운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죠.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경기도 남양주시 양계 농장에서 16일 남양주시 관계자들이 달걀 폐기 처분 작업을 하고 있어요.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경기도 남양주시 양계 농장에서 16일 남양주시 관계자들이 달걀 폐기 처분 작업을 하고 있어요. 이번‘살충제 달걀 파동’은 작은 농장주라도 직업윤리와 기업가 정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사건이에요. /이태경 기자
그렇다면 달걀 생산 농가의 직업의식은 어때야 할까요? 농산물 인증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 나아가 정책 당국자의 직업의식은요? 안전한 먹을거리를 책임져야 한다는 최소한의 직업윤리를 갖춰야 하겠죠. 달걀 생산 농민들은 직업인인 동시에 양계 농가의 경영인들이에요. 1차 산업인 농업에 종사하는 기업가죠. 기업이란 이윤 획득을 목적으로 하는 자본의 기본 단위로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윤을 남겨야 해요. 그러나 이윤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생존이에요.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인정이 필수적으로 뒷받침돼야 합니다. 소비자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리고 기업의 가치를 높여나가기 위해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죠. 이렇듯 기업가가 이윤 추구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이라고 해요. 좀 더 구체적으로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통찰력과 새로운 것에 과감히 도전하는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정신 자세, 환경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면서 항상 새로운 기회를 추구하고, 혁신적인 사고와 행동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려는 태도를 말합니다.

◇한국형 기업가 정신의 표상

기업가 정신이라는 개념을 학계에 처음 도입한 미국의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새롭게 벌인 사업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감당하고, 어려운 환경을 헤쳐나가면서 기업을 키우려는 의지가 기업가에게 필요하다고 봤어요. 기업 이윤이 기업가의 혁신에서 비롯된다는 관점에서 ①새로운 시장 개척 ②새로운 생산 방식 도입 ③새로운 제품 개발 ④새로운 원료 공급원의 개발 또는 확보 ⑤새로운 산업 조직 창출 ⑥노동생산성 향상과 같은 혁신 작업이 기업가 정신의 핵심이라고 주장했죠. 이러한 혁신 작업이 이윤 창출로 이어지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소비자의 지지가 뒷받침되어야 하지요. 고객 제일주의 즉, 소비자 후생을 우선하려는 경영 자세와 사회적 책임 의식이 필요한 것이죠.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검사 요원들이 경기도 화성의 한 농가에서 닭들 사이로 달걀을 수거해가고 있어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검사 요원들이 경기도 화성의 한 농가에서 닭들 사이로 달걀을 수거해가고 있어요. /성형주 기자
한국의 기업가 정신을 논할 때 항상 빠지지 않는 사람이 있는데 바로 유한양행 창업주 유일한(1895~1971) 박사예요. 일제강점기인 1926년 제약회사 유한양행을 설립한 유일한은 여러모로 한국적 기업가 정신의 대표 주자로 꼽혀요. 우선 그는 가족이나 친척을 회사의 높은 직위에 내정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친·인척들을 철저히 배제하고 전문 경영인에게 회사 운영을 맡겼죠. 회사 조직에 친척이 있으면 파벌이 형성되고 회사 발전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어요.

유일한은 기업을 키우는 목적이 개인 부의 축적이 돼선 안 된다고 누차 강조했어요. "기업이 얻은 이익은 그 기업을 키워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었죠. 그는 그런 경영 철학에 따라 1936년 개인 기업을 법인으로 바꾸고 1962년 제약업계 최초로 주식을 상장해 자본과 경영을 분리했어요. 또 투명 경영과 성실 납세를 강조했어요. 1968년 유한양행은 모범 납세 기업으로 선정되어 동탑산업훈장을 받았죠. 그가 1969년 경영 일선에서 은퇴할 때는 자식이 아닌 회사 임원에게 사장직을 물려줘 전문 경영인 체제 도입의 선구자 역할을 했죠. 사망하기 전 주식을 모두 교육재단에 기증하고 아들에게는 "스스로 자신의 길을 개척하라"는 유서를 남겼어요.

유일한의 사례와 비교해 보면 오늘날 대형 재벌부터 달걀 농장까지 우리 경영인들의 기업가 정신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여요. 우리 사회가 더욱 성숙해져서 살기 좋은 선진 사회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각자의 입장에서 직업의식과 기업가 정신을 갖추고 개개인의 이익 추구와 더불어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 노력해야 해요.


천규승 미래경제네트워크 이사장 기획·구성=박승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