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산소 없는 꽁꽁 언 호수… 금붕어는 '만취 상태'

입력 : 2017.08.24 03:10

금붕어

한겨울 수면이 얼고 눈이 쌓이면 햇빛이 들지 못해 물 밑의 조류가 광합성을 못 하고 산소 공급이 중단돼요. 산소호흡을 하는 물고기에겐 치명적이죠. 그런데 붕어는 겨우내 두껍게 얼음이 깔린 저수지나 웅덩이에서 겨울을 넘기고 봄에 모습을 드러내요. 그동안 자연의 수수께끼 중 하나였던 붕어의 겨울나기 비밀이 최근 풀렸어요.

노르웨이와 영국 과학자들이 이달 초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붕어(또는 금붕어)는 물속 산소 농도가 떨어지면 간에 저장된 글리코겐 같은 물질을 분해해 에너지를 얻는다고 밝혔어요. 붕어의 사촌인 잉어도 마찬가지예요. 생명 유지에 필요한 최소 대사 활동을 위해 에너지를 꺼내 쓰는 셈이죠. 글리코겐 분해 때 알코올을 배출하는데, 이때 붕어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약 0.05%에 이른다고 해요. 사람으로 치면 만취 상태인 셈이죠. 이렇게 생성된 알코올은 축적되지 않고 아가미를 통해 밖으로 나가 붕어 몸에 피해는 없어요.

금붕어 사진
/뉴시스

사람은 산소가 적은 상태에서는 젖산을 발효해 생명 유지를 시도하지만, 붕어와 잉어는 젖산 대신 알코올을 배출하는 방식으로 산소 부족 상태에서 살아남아요. 얼음 아래나 탁한 물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비결이에요.

다른 동물과 달리 붕어와 잉어는 800만년 전 무산소 상태에서 알코올 발효를 하는 효소를 생성하도록 진화했다고 해요. 그 덕분에 붕어종 물고기는 산소가 고갈되거나 탁한 물에서도 왕성하게 살아갈 수 있어요. 사람이나 포유류 몸속 미생물도 알코올 발효를 하지만 그 정도 양으로는 무산소 상태에서 생존하지 못해요.

금붕어는 45년 정도 살아요. 위(胃)가 없는 대신 장의 윗부분이 부풀어 먹이를 조금 담아둬요. 그래서 음식을 조금만 먹고 빠르게 소화하며 배설물이 많아요. 따라서 금붕어를 키울 땐 소화하기 쉬운 사료를 주고 물청소를 잘해줘야 해요. 눈을 감지 못해 자는 동안 눈을 뜨고 있어요. 30㎝ 이상 크게 자라는 종도 있어요.

금붕어는 약 2000년 전 중국에서 일부 붕어의 품종 개량으로 탄생해, 관상어로 인기를 얻어 세계에 퍼져 나갔어요. 야생의 특성이 일부 사라지거나 약해지기도 했지만 알코올을 발효하는 능력을 발판으로 산소 부족 상황에서도 살아남았어요.

그런데 이 능력 때문에 생태계에 위협을 가하기도 해요. 잉어와 붕어는 수초와 수서 곤충을 왕성하게 먹어치워 다른 어종의 먹이 자원에 피해를 주는데요. 일부 사람이 금붕어를 몰래 하천에 내버려 금붕어까지 가세했어요. 앞서 설명했듯 금붕어는 산소가 없는 극한 상황에서도 생존하기 때문에 자연에 그 수가 너무 많아지면 생태 교란종이 돼버려요. 그러니 절대 금붕어를 자연에 방사하면 안 되겠죠. 동식물의 생존 능력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는 교훈이 됐으면 좋겠어요.

 

김종민 박사·전 국립생태원 생태조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