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클래식 따라잡기] 발레·오페라·관현악곡으로 재탄생한 셰익스피어 걸작

입력 : 2017.08.19 03:06

[로미오와 줄리엣]

이뤄질 수 없는 슬픈 사랑 이야기… 문학을 넘어 음악에도 영향 미쳐
러시아에선 발레로 재해석하고 프랑스 오페라에선 행복한 결말
작곡가들에게 다양한 영감 줬어요

윌리엄 셰익스피어
/영국초상화미술관

올해로 사망한 지 401년째 되는 세계 최고의 극작가가 있죠. 바로 영국의 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작은 사진)입니다. 그의 작품이 지닌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올라가는 것 같아요. 작품들은 원래 연극을 위해 만들어진 희곡인데 소설보다 더 재미있고, 등장하는 인물들의 캐릭터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생생해 누구든지 공감할 수 있죠. '4대 비극'으로 불리는 '햄릿' '리어왕' '오셀로' '맥베스' 등이 유명하지만 정작 우리에게 이들보다 더 친숙한 작품이 하나 있어요. 바로 '로미오와 줄리엣'입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슬픈 사랑 얘기와 아름다운 대사들로 유명한 이 작품은 영화로도 여러 번 만들어져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죠. 클래식 작곡가들도 이 슬픈 사랑에 대한 곡을 많이 남겼는데요. 종류도 오페라, 발레, 관현악곡 등 다양합니다.

◇음악 작품으로도 유명한 명작

'로미오와 줄리엣'은 원래 셰익스피어보다 더 윗세대부터 내려온 실화에 가까운 이야기를 토대로 하고 있어요. 그래서 음악 작품으로 소개될 때 줄거리의 변형이나 생략이 있는 경우도 많죠. 프랑스 작곡가 샤를 구노(1818~18 93)의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은 1867년 파리에서 초연됐는데요, 오페라의 마지막에 절정을 위해 꼭 필요한 변형이 있어요. 원작은 수면제를 마신 줄리엣이 죽은 줄 알고 로미오가 독을 마셔 먼저 죽으면서 두 사람이 재회하지 못하는데, 여기서는 두 사람이 마주치게 만들어 마지막 2중창을 멋지게 부르면서 끝나죠.

'아베마리아'로 잘 알려진 구노는 오페라도 잘 썼지만 우아한 합창 음악이나 종교적 색채가 강한 작품도 많이 남겼어요. 이 작품에서도 그런 경건한 분위기가 잘 나타납니다. 이 오페라에서는 널리 사랑받는 아리아들도 있는데, '줄리엣의 왈츠'라고도 불리는 '나는 꿈속에 살리라', 로미오의 아리아 '떠올라라 태양이여!' 등이 많이 알려져 있어요.

양쪽 집안의 이름 '카풀레티와 몬테키'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빈첸초 벨리니(1801~1835)의 오페라도 특별한 매력이 있는 걸작입니다. 이 오페라는 셰익스피어의 작품과 함께 이탈리아의 작가 마테오 반델로라는 인물이 쓴 민화 '줄리에타와 로메오'를 기초로 했어요. 벨칸토 오페라의 황금 시기인 1830년 베네치아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줄거리보다 아름답고 화려한 멜로디에 중점을 두고 만들어진 오페라예요. 아울러 당시 오페라의 전통으로 남성인 로메오도 여자인 메조소프라노가 맡아 노래하는데, 두 주인공의 연기력도 매우 중요하죠. 1막 2장에 나오는 줄리에타의 아리아 '오! 얼마나 많은 눈물을'과 이어지는 로메오와의 2중창 등이 특히 유명한 노래들입니다.

◇러시아에서 발레로 재탄생

러시아의 작곡가 차이콥스키(1840~1893)도 이 사랑 이야기에 붙인 걸작을 남겼는데, 바로 환상 서곡 '로미오와 줄리엣'입니다. 1869년 완성된 이 곡은 차이콥스키의 관현악곡 중에는 가장 초기작에 속합니다.

국민음악파 작곡가 발라키레프가 차이콥스키와 산책 중에 떠오른 구상을 차이콥스키에게 시켜 작품으로 만든 걸로 유명합니다. 차이콥스키 역시 선배인 발라키레프의 요청을 받아들여 열정을 가지고 작곡에 임했죠. 느린 서주로 시작되는 소나타 형식의 첫 부분은 로렌스 신부의 경건한 종교성을 나타내며, 이어 나타나는 격렬한 1주제는 원수 집안 간의 싸움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 후 이어지는 아름다운 사랑의 모티브 2주제는 차이콥스키의 작품을 통틀어 가장 로맨틱한 선율입니다. 작품은 이 주제들을 연결하고 혼합시켜 자유로운 발전과 흥분을 보이고 마지막은 슬픈 사랑의 여운을 남기면서 조용히 끝을 맺습니다.

유니버설발레단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에서 로미오와 줄리엣 역할을 맡은 댄서들이 몸짓으로 연기를 하고 있어요. ‘로미오와 줄리엣’의 슬픈 사랑 이야기는 세계 각지의 음악가들에게도 영감을 줘, 다양한 음악 작품으로 재창조되고 있어요.
유니버설발레단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에서 로미오와 줄리엣 역할을 맡은 댄서들이 몸짓으로 연기를 하고 있어요. ‘로미오와 줄리엣’의 슬픈 사랑 이야기는 세계 각지의 음악가들에게도 영감을 줘, 다양한 음악 작품으로 재창조되고 있어요. /유니버설발레단

작곡가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1891~1 953)는 발레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썼어요. 20세기 발레곡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작품에 들어갑니다. 악상의 명쾌함과 간결함, 청명한 느낌의 멜로디 등 이 작품의 매력은 정말 여러 가지죠. 부드러운 서정성과 솔직 담백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 난해하고 거친 분위기로 알려진 프로코피예프의 작품 가운데 비교적 이해하기 쉬운 곡이기도 합니다. 초연은 1938년 당시 체코슬로바키아의 브르노와 1940년 레닌그라드(현재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이루어졌어요. 이 곡은 전곡의 하이라이트를 뽑아 모음곡으로 만든 작품들도 있습니다. 작곡가 자신이 남긴 오케스트라를 위한 모음곡 3곡, 피아노 모음곡 1곡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죠.

한편 '로미오와 줄리엣'이 왜 4대 비극에 포함되지 않나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에 대해 여러 가지 주장이 있는데, 무엇보다 다른 비극들과 달리 등장인물이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불가항력(가문의 문제)으로 비극을 맞게 된다는 것이 주된 이유라고 하죠. '4대 비극'에 들지 않는다고 섭섭할 이유가 전혀 없는 걸작임도 분명해요. 사랑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빛날 두 사람의 아름다운 이야기에 음악으로 빠져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김주영 피아니스트 기획·구성=박승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