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핫 피플] 美 남부군 영웅… 사후 '백인우월주의' 상징으로
입력 : 2017.08.18 03:13
로버트 리
- ▲ /미 의회도서관
리(1807~1870)는 '남북전쟁'이라 불리는 미국 내전(1861~1865) 당시 남부군의 총사령관을 지낸 전쟁 영웅이에요. 미국으로부터 분리 독립하려던 남부 11개 주의 동맹군을 이끌고 북부 정부군에 대항해 싸웠어요.
리는 버지니아의 무인 집안에서 태어났어요. 그의 아버지 헨리도 미 독립 전쟁에서 영국군에 맞서 싸운 전쟁 영웅이었죠. 리의 외가와 처가 모두 버지니아에서 여러 노예를 거느린 대농장을 경영했어요. 리는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엘리트 장교로서 탄탄대로를 달렸어요. 1847년 멕시코 전쟁에 참모로 참여해 무공을 세웠고, 1859년 버지니아에서 일어난 반란을 진압하며 영웅으로 떠올랐죠.
그러던 1861년 버지니아와 텍사스 등 미국 남부 11개 주(州)가 노예제 폐지를 주장하는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에 반대해 '남부 연방'을 결성하고 미합중국으로부터 분리 독립을 주장했어요. 대농장 중심 경제를 운영한 남부 주들은 노예 인력이 필수였기 때문에 정부의 노예제 폐지 정책에 반대한 것이죠.
내전 발발 당시 리는 남부 연방의 분리 독립에 반대했지만, 고향인 버지니아와 싸울 수 없다며 남부군에 가담했어요. 전쟁 초기 몇 차례 승리를 거둔 리는 1863년 내전의 분기점이 된 게티즈버그 전투에서 북부군에 크게 패했어요. 단발 소총을 쏘는 적에 맞서 넓게 트인 평원에 진을 펼친 그의 전략이 패배의 원인이 됐죠. 남부 연합은 결국 1865년 북부에 항복했고, 총사령관인 리 장군이 공식 항복 문서에 서명했어요. 패장이 된 리는 고향에서 대학 학장으로 여생을 보내다 1870년 사망했어요.
그런데 리가 죽고 나서 남부에서는 그를 숭상하는 분위기가 퍼졌어요. 노예 소유주이면서 고향을 위해 싸웠던 리가 패배한 남부 사람들의 자부심이자 구심점으로 떠오른 것이죠. 내전 후 결성된 KKK 등 백인 우월주의 단체는 리의 동상을 세우고 기념사업을 추진하는 등 리를 우상화했어요. 사실 이들의 목적은 실제 리의 공적을 기리기보다 노예제 폐지와 전쟁 패배에 따른 분노를 표출하려는 것이었죠. 이번에 리 동상 철거에서 빚어진 사태도 이런 배경을 갖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