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날지 못하는 앵무새… 생존 중인 100여 마리 각자 이름 있어요

입력 : 2017.08.10 03:09

카카포

최근 지리산에 방사돼 자연 적응 중이던 반달가슴곰 한 마리가 90㎞나 떨어진 경북 김천 수도산까지 혼자 이동한 것으로 밝혀져 화제가 됐죠. 우리나라는 2004년부터 반달가슴곰 종 복원 사업을 벌여, 한때 멸종 위기에 몰린 반달가슴곰을 생태계에 복원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세계 각지에서는 멸종 위기에 놓인 희귀종을 복원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어요.

뉴질랜드에서는 세상에 1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토종 카카포 앵무새를 복원하고자 정성을 쏟고 있어요. 카카포는 날개가 짧고 몸이 무거워 하늘을 날지 못해요. 길고 튼튼한 다리와 큰 발가락이 있어서 빠르게 내달리고 멀리까지도 곧잘 가요. 짝짓기 때는 하루에 5㎞를 오가기도 해요. 평균 기대 수명이 95세고 오래 살면 무려 120년을 살 수 있대요.

‘시로코’라는 이름의 카카포가 숲속을 걷고 있어요.
‘시로코’라는 이름의 카카포가 숲속을 걷고 있어요. 약 800년 전 사람이 처음 정착하기 전 뉴질랜드 섬에는 지상 포유류가 박쥐밖에 없어 새들을 위협하는 천적도 드물었어요. 따라서 일부 새들은 날아다닐 필요가 없었고 결국 하늘을 나는 능력이 퇴화한 것으로 추정돼요. /뉴질랜드자연보호국
카카포는 울창한 숲과 들에 사는데, 등과 배와 머리 부분을 연한 녹색 깃털이 덮고 있어 천적인 맹금류가 공중에서 찾아내기 어려워요. 카카포의 연두색 깃털에 까만 점과 선이 섞여 숲이나 풀밭에서 이들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아요. 다급하면 죽은 듯이 웅크리고 위기를 모면해요. 야행성인 카카포는 밤에만 열매를 찾아 돌아다니죠. 카카포는 다른 새와 달리 피부 아래에 지방을 많이 저장해요. 에너지를 많이 축적해 먹이가 적어도 오래 버틸 수 있어요.

카카포는 레킹(lekking)이란 짝짓기 행태를 보여요. 레킹은 수컷들이 한 장소에 모여 자기네끼리 경연해 서열을 정하는 방식이죠. 카카포 수새는 암새 마음에 들려고 현란하게 춤을 춰서 서열을 정해요. 서열이 정해지면 암새들이 찾아오는데, 우두머리 수새가 암새 여러 마리와 짝을 이루고 이어 서열이 그 아래인 수새에게 남은 짝이 붙는 방식을 반복해요. 유라시아의 검은뇌조도 이런 방식으로 짝짓기하는데, 날지 않는 새 가운데서는 카카포만이 레킹 습성을 보이고 있어요.

암새는 열 살 전후에 처음 짝을 지어요. 알은 한두 개를 낳는데 드물게 3개도 낳아요. 한 달이면 새끼가 부화하고 석 달가량 어미가 키우죠. 보통 석 달이 되기 전에 독립하는데, 생후 여섯 달까지는 어미가 가끔씩 먹이를 준다고 해요.

카카포는 뉴질랜드 남섬과 북섬에 걸쳐 살았는데 유럽에서 백인들이 들어온 이후 빠르게 멸종으로 내몰렸어요. 백인을 따라 들어와 널리 퍼진 족제비와 쥐가 사냥하기 쉬운 카카포와 그 알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었어요. 뉴질랜드 정부는 현재 남아 있는 백여 마리에게 각각 이름을 붙여주고 공들여 보호하고 있지만 복원이 쉽지 않아요. 족제비 같은 외래종이 전국에 퍼진 뉴질랜드는 카카포에게 더 이상 안전하지 않기 때문이죠. 한번 무너진 생태계를 복원하기란 이렇게 어려운 일이에요.


김종민 박사·前 국립생태원 생태조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