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 주의 책] 오해와 편견을 넘어서는 친구 되기

입력 : 2017.07.28 03:08

'건방진 장루이와 68일'

2학기 첫 등굣길. '뭐든지 적당히'가 삶의 목표인 초등학교 5학년 윤기는 횡단보도에서 사고를 목격해요. 고급 승용차가 급히 달려오다가 같은 반 친구 태주를 칠 뻔했어요. 태주는 깜짝 놀라 병원으로 실려가고, 태주가 방학 숙제로 만들어온 깡통 자동차는 차에 깔려 엉망이 됐죠. 그런데 차에 타고 있던 곱슬머리 소년은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그 난리통을 구경만 해요. 윤기는 평소 나서기 싫어하지만 이때만큼은 화가 나서 사과하라고 따져요. 그러자 그 소년은 "우리만 잘못했다고?"라고 퉁명스레 대꾸해요.

학교에 오니 선생님이 프랑스에 살다가 전학 온 새 친구 '장루이'를 소개해요. 아침에 도로 한복판에서 만난 바로 그 녀석이네요. 자기소개도 하는 둥 마는 둥 한 장루이는 대뜸 2학기 반장 후보로 윤기를 추천해요. 평소 나서지 않고 시키는 일만 하며, 적당히 지내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윤기는 장루이가 자신을 골탕 먹이려고 추천한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윤기는 반장 선거에서도 떨어지지요.

[이 주의 책] 오해와 편견을 넘어서는 친구 되기
/스콜라
윤기와 장루이의 만남은 최악이었어요. 그 이후로도 장루이는 이상한 행동을 해요. 요리 실습 시간에 만든 떡볶이에 누군가가 치즈를 추가해 '치즈떡볶이'를 만들자 혼자 기분 나빠해요. 시험지는 이름만 쓰고 백지로 내고요. 또 '밀웜 과자'를 권하더니 친구들이 맛있게 먹자 "그거 사실 풍뎅이 애벌레로 만든 거야"라고 해요. 과자인 줄 알고 맛있다며 먹었던 아이들은 급히 뱉어내죠. 윤기는 참지 못하고 장루이와 주먹다짐을 벌여요. 반성문을 쓰면서 윤기는 '이게 다 장루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답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을 쓴 동화작가 황선미(54)가 쓴 '건방진 장루이와 68일'(스콜라)은 친구 사이에서 생기는 오해와 그로 인한 갈등 그리고 화해에 대한 이야기예요. 책은 오해와 편견을 잠시 내려두고 지금 내 옆에 있는 친구를 새롭게 바라본다면, 혹은 누군가가 그런 새로운 눈으로 나를 바라봐준다면 더 멋진 세상에 살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아요. 장루이가 윤기를 반장으로 추천한 데도, 학교에서 친구들과 굳이 친해지지 않으려고 하는 태도에도, 밀웜 과자를 권했던 것도 각각 이유가 있었으니까요.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이 속마음과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 생각하게 해요. 첫 만남부터 꼬였던 윤기와 장루이는 어느새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달라져 가요.

책 뒤쪽에는 이보연 아동심리전문가가 쓴 '나를 성장시키는 관계 수업'이 부록으로 실렸어요. "누군가가 내 마음을 읽고 이해해줄 수 없으니 내 마음을 오해 없이 이해할 수 있게 말하고 행동하는 게 필요해"라고 조언하네요. 책은 '좋은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 수 있는지 생각하게 해요.


양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