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 주의 책] 감추고 싶은 초등 4학년 때의 비밀
입력 : 2017.07.21 03:14
'내가 그린 히말라야시다 그림'
백선규는 한국을 대표하는 유명한 화가예요. 간단한 그림 한 점을 그려도 수천만원씩 받고 파는 작가지만, 그는 계속해서 '재능이 없는 건 아닐까' 하고 스스로를 의심해요. 아내에게도 학교 선생님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이 있기 때문이에요. 히말라야시다(소나무의 일종인 개잎갈나무)를 그려 '장원'상을 받았던 초등학교 4학년 사생대회 날, 어떤 일이 벌어졌던 거예요.
소설 '내가 그린 히말라야시다 그림'은 화가 백선규의 회상으로 시작해요. 그는 그 일이 아니었다면, 그 일을 누군가에게 말할 수 있었다면 화가가 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남을 속이는 장사꾼'이나 '명령을 따르는 군인'이 됐을 것 같다고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화랑의 벽을 장식하고 값비싸게 팔려나가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인데도요. 돈도 명예도 다 가졌고 남들이 그의 재능을 떠받드는데, 그는 왜 그런 생각을 할까요.
소설 '내가 그린 히말라야시다 그림'은 화가 백선규의 회상으로 시작해요. 그는 그 일이 아니었다면, 그 일을 누군가에게 말할 수 있었다면 화가가 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남을 속이는 장사꾼'이나 '명령을 따르는 군인'이 됐을 것 같다고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화랑의 벽을 장식하고 값비싸게 팔려나가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인데도요. 돈도 명예도 다 가졌고 남들이 그의 재능을 떠받드는데, 그는 왜 그런 생각을 할까요.
'독보적인 이야기꾼'이라는 평가를 듣는 성석제(57)가 쓴 짧은 분량의 소설이에요. 동인문학상, 이효석문학상을 탄 유명 소설가랍니다. 읽는 데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아요. 눈높이도 어린 친구들 수준에 맞췄어요. 두 사람이 돌아가며 4학년 당시를 회상하는 구조는 조금 복잡할 수 있겠지만, 덕분에 퍼즐 맞추듯 4학년 때 벌어진 사건의 전모를 파악해가는 재미가 있어요.
책을 다시 읽으면 작가가 숨은그림찾기 하듯 곳곳에 힌트를 숨겨뒀다는 게 보여요. 백선규가 검은색과 흰색으로만 그림을 그린다는 사소한 '팩트' 같은 거요. 영화처럼 찾아오는 반전(反轉)은 단지 놀라움뿐 아니라 삶이 무엇인가도 생각하게 한답니다.
햄버거 한 개를 다 먹을 수 있게 됐을 때, 브로콜리를 잘 먹게 됐을 때 '이만하면 나도 어른이야'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나요. 어른들이 읽는 소설가의 책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는 순간도 비슷할 거예요. 동화는 잘 읽었는데 소설은 길고 어렵다고요? 한번 읽어보세요. 책장이 무서운 속도로 넘어갈 테니. 책은 다 읽고 덮을 때 느끼는 성취감과 홀가분함이 있어요. 그걸 느끼기 딱 좋은 분량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