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경제 이야기] 화폐 디자인은 우리 역사·문화·보안기술의 집합체

입력 : 2017.07.21 03:14

[돈은 어떻게 만들까?]

조폐공사만 화폐 만들 수 있어요
화폐 들어갈 인물 먼저 결정하고 세계 각국 화폐 연구해 디자인해요

위·변조 방지위해 끊임없이 연구… 지폐 하나에 15개 방지 장치 넣어
한국 위폐 유통량, 외국보다 적어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늘 사용하는 돈은 누가, 어디서 만들까요? 정답은 한국조폐공사예요. 한국조폐공사는 우리가 쓰는 화폐를 만들고, 안전하게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공기업입니다. 아무나 돈을 만들면 우리 경제에 큰 혼란을 줄 수 있어요. 그래서 돈은 조폐공사만 만들 수 있답니다. 돈을 만들기 위해선 과정별로 여러 분야 전문 지식이 필요해요. 조폐공사에서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돈을 만드는지 알아볼게요.

◇끊임없이 변하는 화폐 디자인

돈에 들어가는 문양을 디자인하기란 쉽지 않아요. 전 국민이 사용하는 만큼 매우 엄격한 단계를 거쳐 완성되죠. 돈은 한국은행과 조폐공사가 함께 디자인해요. 여러 차례 심의를 거쳐 화폐에 들어갈 인물이 결정되면 그에 맞는 기념물이나 소재 등도 함께 정해요. 지폐를 보면 알겠지만 돈에는 우리 역사 속 인물들, 그림, 기념물 등이 들어있어요. 지폐에 들어가는 문양이 자주 바뀌지는 않아도 화폐 크기, 색상, 구도 등 일정 기간마다 화폐를 다시 디자인해 신권(새로운 화폐)을 발행하기 때문에, 세계 각국의 지폐를 살펴보면서 끊임없이 연구해야 해요. 조폐공사 디자인연구센터에서 화폐 디자이너로 일하는 홍광희 연구원은 "화폐는 다른 어떤 제품보다 위조 방지와 보안이 중요하므로 보안 기술을 아우를 수 있는 디자인을 꾸준히 연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한국조폐공사 화폐 본부 직원이 방금 인쇄된 5만원권 지폐를 살펴보고 있어요.
한국조폐공사 화폐 본부 직원이 방금 인쇄된 5만원권 지폐를 살펴보고 있어요. 우리가 쓰는 화폐에는 15가지 위조지폐 방지 장치가 곳곳에 숨어 있어요. /연합뉴스
화폐 디자이너는 손바닥만큼 작은 돈에 실수 없이 모든 것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꼼꼼한 성격과 책임감이 필수입니다.

화폐 조각가는 크게 요판 조각가와 주화 조각가로 나뉘어요. 요판 조각가는 화폐 디자이너가 만든 도안을 바탕으로 디지털 요판(凹版)을 만드는 역할을 해요.

요판은 평평한 판에 그림이나 디자인을 오목하게 파낸 것이죠. 요판 조각은 찍어내고자 하는 부분만을 파낸 후 그 홈에 잉크를 남겨 찍어내는 방식을 말해요. 주화 조각가는 동전(주화)이나 메달 등을 조각하는 사람을 말하고요. 아무것도 없는 금속의 표면과 측면을 깎아서 모양을 만들어요. 예전에는 손으로 조각했지만 이제는 디지털 기법으로 조각합니다.

◇위조지폐 꼼짝 마!

화폐 제조의 가장 큰 고민은 가짜 돈, 즉 위조지폐를 방지하는 일입니다. 화폐 보안 기술 전문가는 화폐가 위·변조되지 않도록 강력한 보안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하는 게 임무예요. 화폐의 위·변조 방지 요소는 크게 여섯 가지로 분류돼요. 디자인 및 인쇄 요소, 잉크 요소, 용지 요소, 카드 요소, 빛을 이용한 광가변 요소, 비공개 요소가 그것이에요. 분야별로 전문가가 있으며 복제가 어렵도록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어요.

조폐공사 디자인연구센터의 화폐디자이너 홍광희 연구원이 은행권 지폐 디자인을 검토하는 모습이에요.
조폐공사 디자인연구센터의 화폐디자이너 홍광희 연구원이 은행권 지폐 디자인을 검토하는 모습이에요. /한국조폐공사
위폐 감별사는 '매의 눈'으로 위조지폐를 감별합니다. 위폐 여부를 아는 방법은 일반인도 확인할 수 있는 육안 식별 외에도 도구를 사용하는 식별법이나 제조자만 알고 있는 비공개 식별법 등이 있어요. 최근에는 컬러프린터, 복사기 등의 성능이 고도화됨에 따라 다양한 위조지폐가 나타나고 있죠. 때문에 지폐에는 불빛을 비추면 나타나는 숨은 그림(은화), 보는 각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색 변환 잉크, 손으로 만지면 오돌토돌한 느낌이 나는 요판 인쇄 등 위조지폐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여러 장치를 숨겨놓았답니다.

이렇게 지폐 하나에는 총 15개의 위조지폐 방지 장치 요소가 숨어있어요. 위조지폐 방지 요소 중에는 일반인도 쉽게 알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조폐공사의 보안 기술자만 알아챌 수 있도록 비공개로 유지되고 있는 것도 있답니다.

우리나라 위조지폐는 시중에 유통되는 은행권 100만장당 0.1장 정도로 영국(70.1장), 멕시코(65.3장), 유로존(47.6)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에요. 그래도 혹시나 위조지폐를 발견하면 가까운 경찰서나 은행에 신고해주세요. 위조지폐가 한 장이라도 발생하면 악영향이 크기 때문에 빠른 발견과 회수가 필수입니다.


[돈은 무엇으로 만드나요?]

우리가 사용하는 돈의 재질은 면섬유예요. 면섬유는 종이보다 질기고 오래 쓸 수 있어요. 조폐공사가 쓰는 면 펄프는 품질이 좋아 스위스와 인도네시아 등에 수출도 해요. 해외 대부분 나라도 면섬유로 돈을 만들지만, 2016년 영국에선 얇은 플라스틱 소재인 '폴리머'를 활용한 5파운드 지폐를 발행하기도 했어요. 플라스틱 화폐는 위조가 좀 더 어렵고 면섬유 지폐보다 내구성이 뛰어나요.


공지혜 한국조폐공사 홍보협력실 기획·구성=박승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