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해변에 모인 물 한꺼번에 빠지면서 사람도 휩쓸어요

입력 : 2017.07.19 03:20

[이안류(離岸流)]

빠삐용의 탈출 비법 '이안류'… 해안에서 바다로 급격히 흐르는 해류
해운대, 특이 지형으로 자주 발생

휩쓸리면 해안선과 같은 방향 수영… 이안류에 맞서 헤엄치면 안 돼요

얼마 전 미국 플로리다주 한 해변에서 일가족 9명이 한꺼번에 바다 깊은 쪽으로 휩쓸려 갔어요. 뭍이 눈앞에 보여 안전하다고 여겼는데 순식간에 빠른 물살에 휩쓸려 해변 반대 방향으로 떠내려간 거예요. 갑작스러운 일에 놀란 이들이 살려 달라고 소리치자 근처에서 해수욕을 즐기던 80여 명이 즉석에서 손을 맞잡았어요. 약 90m의 '인간띠'를 만들어 더 이상 휩쓸려 가지 않도록 막은 덕분에 가족 모두가 구조될 수 있었지요.

이처럼 여름철 해수욕장에서 수십 명의 피서객이 한꺼번에 바다 저편으로 휩쓸려 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요. 해안에서 바다 쪽으로 빠르게 흘러가는 이안류(離岸流)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지요. 대개 파도는 바다에서 해안 방향으로 일으키며 몰려오는데, 이안류는 해변에서 바다 쪽으로 급하게 흘러나가는 해류를 뜻해요. 그래서 역(逆)파도로도 불린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안류가 자주 일어나는 장소로는 해운대 해수욕장이 꼽힙니다. 최근 3년 동안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200여 명이 이안류에 휩쓸렸다가 구조됐다고 해요. 미국에서는 1년에 200명에 가까운 사람이 이안류로 목숨을 잃어요.

[재미있는 과학] 해변에 모인 물 한꺼번에 빠지면서 사람도 휩쓸어요
/그래픽=안병현
실제로 1초에 2~3m씩 먼바다로 빠져나가는 이안류에 휩쓸리면 수영 선수 박태환이 자신의 최고 기록으로 헤엄친다고 해도 제자리에 있기조차 어려워요. 이안류는 왜 생기는 것일까요? 어떻게 하면 이안류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요?

◇이안류를 타고 탈출한 빠삐용

영화 '빠삐용'에서 주인공 빠삐용은 살인이라는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쓰고 종신형을 선고받아요. 그래서 빠삐용은 친구 드가와 함께 여러 차례 탈옥을 감행하죠. 그때마다 탈옥에 실패했고, 그들은 탈옥이 불가능해 보이는 악마의 섬으로 옮겨져요. 이곳엔 늘 거센 파도가 몰려오는 데다 바닷속에는 상어 떼가 있어 탈출이 불가능해 보였죠. 그럼에도 빠삐용은 끊임없이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를 보며 희망을 잃지 않았어요. 마침내 거친 파도의 출렁거림 속에서 그는 '규칙'을 발견했어요. 바로 이안류였어요.

섬 쪽으로 세차게 몰아치던 파도가 일정한 주기로 한 번씩 바다로 밀려나는 현상을 확인한 거죠. 빠삐용은 야자열매가 가득 담긴 자루를 먼저 떨어뜨리고 곧이어 수십m 절벽 아래로 뛰어내려요. 그리고 친구 드가의 시선에는 이안류를 따라 먼바다로 순식간에 사라져가는 빠삐용이 보여요. 그가 알아낸 이안류는 어떤 상황에서 발생하는 것일까요?

◇이안류 초래하는 해운대의 암초

해변으로 몰려오는 파도와 달리 이안류는 해변에서 바다 쪽으로 급하게 흘러나가면서 사람을 순식간에 휩쓸어가요. 이안류는 해변으로 몰려온 바닷물이 고르게 바다 쪽으로 흘러나가지 않고 어느 한 곳으로 집중돼 빠져나갈 때 주로 발생하지요.

파도가 해변 가까이로 다가오면 물의 깊이가 얕아지고 속도도 떨어져요. 이렇게 약해진 파도는 바다로 되돌아 나갈 때 고루 빠져나가는데, 해변의 지형이 평탄하지 않을 때엔 특정 지점으로 물길이 쏠리면서 빠른 속도로 쭈욱 빠져나가요. 빠져나가는 물은 바닷속 모래를 쓸고 내려가 깊은 웅덩이나 물길을 만들어요. 피서객들이 잘 모르고 이안류의 물길에 들어가게 되면 휩쓸려 가는 사고가 나는 것이에요.

특히 부산의 해운대 해수욕장은 독특한 해저 지형 탓에 이안류가 자주 발생하고 있어요. 다른 해수욕장과 달리 해운대에는 해변에서 500~1000m 떨어진 곳에 암초가 솟아 있어요. 암초 영향을 받아 바닷물 흐름이 몰리면서 이안류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거죠. 그렇다면 이안류에 휩쓸리지 않는 방법은 없을까요?

◇육지로 나오려 애쓰면 더 위험

이안류에 휩쓸렸을 경우 육지로 나오기 위해서 발버둥치면 익사할 수 있어요. 우선 당황하지 말고 이안류가 어느 방향으로 흐르는지 확인하세요. 그리고 해안선을 따라간다는 마음을 먹고 그 방향으로 나란히 수영하세요. 그래야 이안류의 가장자리에 도달할 수 있고, 이안류의 흐름을 벗어나면 육지로 머리를 돌려 헤엄칠 수 있어요.

만약 수영을 못한다면 이안류의 흐름이 약해질 때까지 기다린 뒤 수상 안전 요원을 향해 소리를 지르세요. 이안류에 빠졌는데 먼바다 쪽으로 몸이 휩쓸린다고 해서 반대 방향으로 기를 쓰고 헤엄치면 안 돼요. 그러면 본인의 체력만 소모해서 구조를 어렵게 만들 수 있어요.

물에 들어가기 전 해안에 밀려와 부서지는 파도를 관찰해보면 이안류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어요. 이안류는 흔히 여러 차례 큰 파도가 도착하고 난 뒤 순식간에 형성되죠. 해안선에서 부서진 파도가 이안류가 될 때 그 통과 지역은 백사장에 떠도는 유기물을 운반하기 때문에 어두운색을 띨 수 있어요. 예를 들어 해조류, 부유 물질 등이 바다를 향해 일렬로 움직이는 곳은 바닷물 색깔이 주변과 확연히 차이가 나는 곳이어서 이안류가 발생한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죠.

서금영 과학 칼럼니스트 기획·구성=박승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