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음식] 양반들 최고의 여름 보양식… 회 육질은 쫄깃

입력 : 2017.07.18 03:11

민어

민어
삼복더위에 어울리는 음식 하면 흔히 삼계탕을 떠올리죠. 하지만 이른바 사대부 집안에서는 민어탕으로 여름 더위를 극복했어요.

민어는 다 자라면 크기가 1m가 넘는 대형 육식성 물고기예요. 수심이 깊은 펄 바닥에서 생활하다 밤이 되면 먹이를 찾아 수면으로 이동하죠. 동중국해부터 한반도 연안까지 해역에 분포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서해와 남해에 살아요. 가을에는 제주 근해에서 겨울을 나고 봄이 되면 서해와 남해 쪽으로 이동하며 산란기에는 얕은 연안으로 접근해요.

민어는 일제강점기부터 전남 신안군 재원도와 임자도 근해에서 많이 잡혔고, 지금도 가까운 증도면 지도읍 수협어판장에서 민어가 가장 많이 유통돼요. 목포에는 민어 횟집이 즐비한 '민어 거리'가 있죠.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민어를 면어(鮸魚)로 기술하고 "민어는 맛이 담담하고 날것이나 익힌 것이나 모두 좋고 말린 것은 더욱 몸에 좋다. 부레로는 아교를 만든다. 젓갈이나 어포가 모두 맛이 있다"고 기록해 놨어요. 민어 부레로 만든 아교(阿膠)는 어교(魚膠)라고 부르며 접착력이 아주 뛰어나 고급 가구나 전쟁에서 쓰이는 활인 각궁(角弓)을 만드는 데 사용됐어요. 어교로 붙인 각궁은 여름철에 접착력이 좋아 중국 등의 활보다 사거리가 무척 길었어요.

허준의 동의보감에 "민어는 맛이 달고 성질이 따뜻해 오장육부의 기운을 돋우고 뼈를 튼튼히 하는 음식"이라고 쓰여 있죠. 세종실록 지리지와 신증동국여지승람의 토산조(土産條)에도 민어에 관한 기록이 나와요.

민어에는 단백질이 20%, 지방이 5% 들어 있어 생선 중에서 열량이 낮은 편이에요. 비타민 A, B2와 B6, 나이아신, 그리고 칼슘이 많이 들어 있죠. 민어는 살이 흰 생선으로 잘 소화, 흡수돼 노약자에게 매우 적합한 음식 재료예요. 냉장고에서 5시간 이상 저온 숙성한 민어 회에서 육질이 쫄깃쫄깃하고 감칠맛이 나는 것은 숙성 과정에서 수분이 빠져나가고 이노신이라는 아미노산이 많이 생성됐기 때문입니다. 민어 뱃살은 '바다의 삼겹살'이라고 하는데, 단단한 지방층이 있어 소금장에 찍어 먹으면 쫄깃하면서 고소한 맛이 나요. 민어 껍질은 10초 정도 뜨거운 물에 살짝 데친 후 얼음물에 담가 식혀 양념 소금에 찍어 먹죠.

민어 부레는 한방에서 보약 재료로 이용하는데, 농혈(피고름)을 멈추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해요. 젤라틴이 주성분이고 콘드로이친(연골, 뼈, 힘줄 등 결합 조직의 주성분) 성분이 들어 있어 피부 세포에 탄력을 주죠. 참기름 소금장에 찍어 먹으면 쫄깃하고 매우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어요. 민어탕은 회를 뜬 후 남은 대가리, 뼈, 내장 등을 넣어 1시간 이상 푹 끓이면 시원한 맑은 탕이 완성되는데, 특히 민어 내장에는 좋은 아미노산이 들어있어 우리 몸의 신진대사를 촉진해 줘요.

박현진 고려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