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 주의 책] 초원이 궁금한 서울 참새 '찌꾸'

입력 : 2017.07.07 03:14

'아기 참새 찌꾸'

'아기 참새 찌꾸'
/파랑새
"나는 아기 참새입니다. 이름이 찌꾸이지요. 세상에 태어난 지 3개월이 지났답니다."

찌꾸는 사람 말을 알아듣고, 글도 읽을 줄 아는 똑똑한 참새랍니다. 서울 한강변 가로등 위에서 태어나서 막 나는 법을 배웠죠.

찌꾸의 이름에는 속뜻이 있어요. '초원의 개척자'라는 뜻이지요. 초원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면서도 찌꾸는 초원으로 떠날 준비를 해요.

일반적인 참새는 텃새라 한집에 눌러살면서 근처만 파닥파닥 날아다녀요. 반대로 찌꾸는 온몸이 부서지는 듯한 아픔을 느끼면서도 멀리 나는 법을 익히려고 노력해요. 덕분에 바다 갈매기와 함께 제트기류를 타고 날아갈 정도로 비행에 능숙해져요. 찌꾸는 고향 서울을 떠나 제주도 한라산으로도 북한 땅으로도 마음만 먹으면 날아갈 수 있게 됐어요.

그러나 바로 그 남다름 때문에 다른 참새 무리는 찌꾸를 경계해요. 자기들과 다르니까요. 찌꾸가 날아다니는 모습과 짙은 갈색 깃털이 천적 새매를 떠올리게 한다는 이유를 들어요. 그래서 재빨리 도망가버리기 일쑤죠. 더 뛰어나다는 이유로 외로움을 느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놓인 거예요.

그렇지만 '초원'이 무엇인지에 대한 단서는 참새 무리가 알고 있을 터예요. 찌꾸는 잠시 꿈을 접어두고, 참새 사회 속에서 자리를 잡아나가려고 노력하기 시작한답니다.

교과서에도 작품이 실린 곽재구(63) 시인이 1992년 펴낸 동화예요. 어린 참새가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위험을 극복하는 모습을 그리면서 참새의 눈으로 인간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자세하게 관찰한답니다.

인간은 끔찍한 일을 저질러요. 강에 오염된 폐수를 내보낸 탓에 물고기는 떼죽음 당하고, 그 물고기를 먹은 찌꾸의 아빠도 큰 병을 앓아요.

찌꾸가 사람 말을 알아듣는다는 걸 깨닫자 방송에 내보내 돈부터 벌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요. 참새 수백 마리가 사는 나무를 발견하자 이들을 모두 쏴죽여서 '참새 구이'로 팔겠다며 총을 쏘는 탐욕스러운 인간도, 전쟁 때문에 사람이 드나들지 않는 비무장지대(DMZ)의 풍경도 섬뜩해요. 그렇지만 다친 찌꾸를 아침저녁으로 간호해주는 아이와 찌꾸에게 한글을 가르쳐주는 트럭 아저씨는 인간의 따뜻함을 보여주죠.

찌꾸가 태어난 도시라는 공간과 찾아가야 할 초원이 상징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이 책은 작은 참새 한 마리의 삶에도 깊고 아름다운 사랑과 꿈이 깃들어 있음을 보여줘요.

찌꾸가 영웅으로 성장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흥미롭지만, 독자가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을수록 책이 담은 의미를 새롭게 읽어내는 재미도 있답니다. 찌꾸는 자기 이름처럼 초원을 찾는 데 성공할까요. '아기 참새 찌꾸'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양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