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경제 이야기] 독일, '탈원전' 사회적 합의까지 수십 년 걸렸어요

입력 : 2017.07.07 03:14

[원전과 에너지]

우리나라는 에너지 부족 국가인데 기후변화로 수요는 계속 늘어나
원자력, 효율적이지만 환경 우려도

선진국은 탈원전까지 수십 년 고민
전기요금 인상 등 부작용 대비하고 우리에게 맞는 에너지 정책 찾아야

기후변화로 인해 한반도의 여름이 점점 더워지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4계절이 뚜렷해서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죠. 냉방도 해야 하고 난방도 해야 하고, 그만큼 에너지가 많이 필요해요. 농사를 짓거나, 산업 시설을 가동하기 위해서도 에너지를 많이 쓰고 있답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원자력 에너지를 둘러싼 논란이 뜨거워요. 정부가 원자력발전에서 벗어난다는 탈(脫)원전 정책을 선포했기 때문이죠. 원자력과 화력발전을 줄이는 대신 친환경·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두 배 이상으로 늘려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할 수 있다는 거예요.

◇에너지, 인류 발전의 원동력

에너지란 인류가 생활을 하거나, 경제활동을 하는 데 필요한 동력을 말해요. 인류는 화석연료인 석유·석탄·천연가스, 또는 수력, 원자력 등의 자원을 활용해 에너지를 생산해왔어요. 에너지 생산은 늘 자원 고갈이나 환경오염 등의 문제가 수반돼, 세계 각국은 새로운 형태의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 중이에요.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 고리원전 1호기가 보이는 커피숍에서 지난달 18일 시민들이 사진을 찍고 있어요.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 고리원전 1호기가 보이는 커피숍에서 지난달 18일 시민들이 사진을 찍고 있어요. 국내 첫 상업용 원전인 고리원전 1호기는 다음 날 영구 정지됐어요. 원자력발전은 효율적인 에너지자원이지만 자칫 사고가 날 경우엔 피해가 크다는 위험 부담이 있어요. /김종호 기자
신재생에너지란 신에너지와 재생에너지를 함께 아우르는 말이에요. 신에너지란 수소나 연료전지 등이 있고 합성석유·가스나 메탄올처럼 화석연료를 재활용해서 만드는 에너지를 들 수 있어요. 재생에너지란 태양열, 태양광, 풍력, 파도나 해류, 해수 온도 차 같은 태양 관련 에너지, 동식물·미생물에서 얻는 바이오에너지, 조력이나 지열, 수소 에너지 등등 고갈 우려 없이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친환경 에너지를 일컫는 말이죠.

현재 한국은 에너지 부족 국가입니다. 한국이 보유한 에너지자원으로는 연간 필요량의 18%밖에 채우지 못한답니다. 나머지는 모두 수입에 의존해요. OECD 국가들의 평균 에너지 자급률 60%와 비교하면 한국은 그 3분의 1 수준도 되지 않는 셈이죠. 그래서 우리나라는 비용이 적게 들면서도 효율성이 높은 에너지 정책을 펼쳐왔어요. 바로 원자력발전(원전)이죠.

과거 고도성장기에는 석유를 100% 가까이 수입해 쓰는 등 화석연료에 크게 의존했어요. 1970년대 석유 가격이 급등한 '오일쇼크'를 겪은 후 원자력 에너지로 눈길을 돌렸죠. 이후 원전은 우리 경제성장에 많은 도움을 줬고, 국민에게도 안전하고 경제적인 에너지원으로 인식돼 왔어요. 현재 한국의 전체 발전량 중에서 원자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32%정도예요. 이 비율은 현재의 프랑스나 후쿠시마 사고(2011) 이전 일본과도 비슷해요.

효율이 좋고 저렴한 에너지지만 원전은 한번 사고가 나면 큰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험 부담이 있어요. 러시아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원자력발전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늘어났죠. 원전 사고는 대응 비용도 엄청나게 들 뿐 아니라 방사능 누출이나 오염 등으로 수백 년에 걸쳐 국민 생활에 복구 불가능한 치명적인 위험을 끼치기 때문이에요.

◇원전 폐쇄, 사회적 논의만 수십 년

이런 문제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는 원전에 대한 논의가 치열하게 진행 중이랍니다. 독일, 스위스, 대만 등 몇몇 나라는 10여 년 전부터 원전을 줄이고 있어요. 효율성보다 환경 보전과 생명 보장을 우선한다는 거죠.

독일의 경우에는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모든 원전을 폐쇄하려고 해요. 그러나 원자력을 다른 에너지자원으로 대체하는 데는 비용이 많이 들어요. 독일은 석탄 발전을 확대하려 하지만 이웃 나라에서 전력을 빌려 쓸 수밖에 없게 됐고, 전기요금을 20% 가까이나 올렸어요. 대만은 아예 중단했던 원전을 재가동하기로 했고, 일본도 2011년 이후 중단했던 원전에 대해 조심스럽게 재가동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원자력이나 석탄 대신 친환경 에너지인 천연 액화가스(LNG)나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일부 전문가는 발전 단가가 2배 이상 들 수 있다며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하고 있어요. 정부는 가정용보다 훨씬 싸게 매겨져 있는 산업용 전기의 요금을 올려 국민 부담이 커지는 것을 막겠다는 방침인데요. 일각에선 "기업의 생산비 상승으로 상품 가격이 오르게 돼 결국 국민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하죠. 우리나라는 일본처럼 큰 지진이나 지진해일이 드물기 때문에 원전 사고 우려가 거의 없다는 주장도 있어요.

환경단체들은 전력 수요의 변화나 신재생에너지 기술 발전 등으로 미래 여건이 바뀔 것이고, 방사능 오염과 원전 사고 위험, 방사성폐기물 관리 비용 등을 고려하면 비용 측면에서 친환경·신재생에너지 사용이 원자력발전보다 훨씬 유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어요.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거죠.

원전을 줄이고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할 것인가, 아니면 원전을 그대로 둘 것인가. 양쪽의 주장이 팽팽히 부딪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우리 국민이 좀 더 쾌적하고, 편리하게 살기 바라는 데서 나온 의견 차이인 거랍니다. 따라서 그 결정에는 더욱 신중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지요. 독일처럼 탈원전의 길에 먼저 들어선 국가도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까지 수십 년이 걸렸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죠.


천규승 미래경제교육네트워크 이사장 기획·구성=박승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