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200만개의 땀샘… 더위에 맞서 진화한 결과예요

입력 : 2017.06.28 03:22

[재미있는 과학]

인간 몸, 추위에 무방비한 대신 더위에 잘 견딜 수 있도록 진화
피부 센서가 온도 알려주면 땀 배출해서 몸의 열 식혀요

땀을 많이 흘리는 계절 여름이 찾아왔어요. 올해는 6월인데도 벌써부터 폭염주의보가 여러 번 발령될 정도로 꽤 더워요. 이처럼 극단적인 온도 변화에 사람은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요?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인간의 몸은 더위에만 잘 견디게 진화했다"고 밝혔어요. 반면 추위에는 무방비 상태란 얘기죠. 실제로 인간은 알몸 상태로 영하 20도 정도까지만 온도가 내려가도 추워서 견디기 어려워요. 이는 야생에서 여름과 겨울을 모두 이겨내는 동물들과 다른 점이죠. 그럼에도 사람의 몸 곳곳에는 극단적인 기후 환경에 살았던 흔적이 남아 있어요.

◇인간이 벌거벗은 이유

인간과 침팬지·개·고양이의 몸을 서로 비교해볼까요. 무엇이 다른가요? 신기하게도 인간처럼 '벌거벗은 몸'을 지닌 포유류는 찾기 어려워요. 우리 피부에는 털 대신 200만개 정도의 땀샘이 있어요. 땀 배출은 사실 아주 효율적인 냉각 시스템이에요. 땀을 배출하면서 몸의 열을 식혀주고, 또 피부에 묻은 땀이 공기와 닿아 증발하면서 한 번 더 열기를 식혀준답니다. 즉, 피부에 털이 없는 것은 더위에 적응한 결과라고 볼 수 있어요. 털이 없는 매끄러운 피부는 땀이 쉽게 증발하도록 도와줘요. 반대로 야생동물처럼 겨울에 자체 보온을 할 수는 없지요. 인간은 다른 동물처럼 두꺼운 털옷을 입지 않는 대신 손과 머리를 써서 추위를 이겨 왔어요. 사냥해서 잡은 짐승의 털가죽을 벗겨 옷을 만들어 입는 방법이죠. 또 불을 다루게 되면서 웬만한 추위는 거뜬하게 이겨낼 수 있게 됐죠.

기사 관련 그래픽
그래픽=안병현
사람의 신체 구조도 더위를 이기기 유리해요. 사람은 다른 동물보다 상대적으로 팔다리가 길어요. 체중 대비 피부 면적도 넓은 편이죠. 그만큼 몸 안의 열을 외부로 발산하기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어요. 우리 피부에 있는 '냉각수용체'도 인간이 더위에 적응한 흔적이에요. 냉각수용체는 마치 온도 센서 같은 역할을 해요. 13~35도 사이의 온도에 반응해 덥고 추운 정도를 알려준답니다. 온도가 낮을수록 뇌로 가는 전기신호가 커져요. 냉각수용체는 28도 부근에서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요. 아마도 오래전 인류가 평균 28도 근처인 곳에서 진화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요. 현생 인류의 화석이 발견되는 아프리카 중부 지역의 연평균 온도와 비슷한 결과이지요.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야생동물을 사냥하거나 열매를 채취하며 살았어요. 만약 자신보다 훨씬 크고 빠른 동물을 잡으려면 몇 시간 혹은 며칠씩 쫓아다녀야 했을 거예요. 온몸에 털이 나 있다면 전속력으로 장시간 뛰어다니기 어렵죠. 실제로 온몸이 털로 뒤덮인 사자나 치타는 오래달리기가 아닌 급습하는 방식으로 사냥을 한답니다.

◇'고온'보다 '다습'에서 견디기 어려워

그렇다면 사람은 더위를 어느 정도까지 견딜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에선 상상하기 어렵지만 지구 곳곳에는 45도가 넘는 곳이 꽤 있고, 심지어 50도가 넘는 곳도 있답니다. 지금까지 관측된 세계 최고기온은 1913년 미국 데스밸리에서 관측된 56.7도예요.

이렇듯 지구상에는 정상 체온인 37도를 훨씬 넘어선 곳에서 자연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어요. 주로 사막에 살아가는 이들은 강렬한 태양빛을 피하기 위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옷으로 덮지요. 이 지역의 옷은 몸에 딱 달라붙지 않고 천을 두른 듯 헐렁하다는 점이 특징이에요. 이 역시 땀을 쉽게 증발시켜 체온을 낮추기 위해서랍니다.

사람이 진짜 견디기 힘든 곳은 따로 있어요. 40도가 채 안 되지만 고온 다습한 환경에서는 몸에서 땀이 줄줄 흐르기 일쑤예요. 특히 카리브해 서인도제도와 자메이카의 여름 날씨는 땀 범벅이 되기 쉬운 곳으로 악명 높아요. 온도 50도에 마치 사우나처럼 습도가 포화 상태면 인간은 견디기 힘들죠. 온도가 90도에 이르러도 건조한 곳이면 오히려 인간이 견딜 수 있다고 해요.

◇운동은 '가벼운 복장''서늘한 곳'에서

땀을 증발시키는 일이 열을 식히는 데 얼마나 중요할까요? 프랑스의 유명 사이클 경주인 '투르 드 프랑스'는 3000㎞가 넘는 코스를 23일간 총 21개 구간으로 나눠서 진행해요. 이 대회에서 다섯 차례나 우승한 에디 메르크스는 험한 산악 지형에서 6시간 내내 전속력으로 사이클을 탈 수 있어요. 하지만 실내에서 고정된 사이클을 타 본 결과 전속력으로 달린 지 한 시간 만에 더 이상 페달을 밟을 수 없었죠. 야외에선 강한 바람이 땀을 증발시켜줬지만 실내에선 땀을 비 오듯 흘려도 체내에서 발생한 열을 몸 밖으로 내보내기 어렵기 때문이에요. 한강에서 자전거를 탈 때와 달리 헬스장에서 사이클을 탈 때 더 힘이 드는 것도 같은 이유죠.

낮에 거의 활동을 하지 않는 사막의 주민들도 하루에 4L의 물을 마시고 있어요. 큰 페트병으로 2통이 넘는 양이에요. 낮에 활동하는 주민들은 하루에 10L 이상을 마셔요. 사막에서 격렬하게 몸을 움직이면 한 시간에 무려 3L의 땀이 증발되죠.

그래서 마실 물이 부족한 주민은 무조건 그늘에서 쉬어야만 살 수 있어요. 여름철이지만 간혹 땀이 나게 하는 옷을 입거나 옷을 과도하게 두껍게 입고 운동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일명 '땀복'이란 것인데요. 자칫하면 위험할 수 있어요. 땀복을 입으면 땀을 많이 흘릴 수는 있겠지만 땀의 증발이 쉽지 않아 자칫 탈수와 고체온증이 올 수 있기 때문이죠. 심하면 열사병의 위험도 있고요. 앞으로 여름철 운동을 할 때는 가벼운 복장으로 약간 서늘한 온도에서 하는 것이 좋겠어요.




서금영 과학칼럼니스트 기획·구성=박승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