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경제 이야기] 누구나 자동차 타는 '모던 타임스'를 열었지만…
[분업]
애덤 스미스가 제시한 분업, 대량생산·빠른 경제성장 이끌어
포드, 분업·컨베이어 벨트 결합해 값싼 자동차 3분에 한 대씩 생산
전설적인 영화배우 찰리 채플린… '모던타임스'로 분업 문제점 알렸죠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동차 한 대를 만들려면 엔진, 타이어, 유리 등 2만여 개가 넘는 부품을 조립해야 합니다. 수많은 근로자가 제각각의 부품을 만들고 부품과 부품을 조립한 결과 자동차 하나가 완성되는 것이죠. 자동차뿐만 아니라 오늘날 생산되는 대부분의 상품은 이런 분업(分業)을 통해 만들어진답니다.
◇스미스가 말한 분업의 장점 세 가지
분업이란 일을 나누어 전문성을 높이고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입니다. 분업은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1723~1790)가 학문적인 개념을 세우고 분업의 장점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알려주면서 실제 경제에서도 폭넓게 활용되기 시작했어요.
스미스는 핀 공장 하나를 예로 들어 분업의 장점을 설명했어요. 근로자 18명에게 제각각 핀을 만들게 했더니 하루에 총 핀 360개도 만들지 못했어요. 그런데 핀을 만드는 과정을 18개로 나누어 한 근로자가 한 과정만 맡게 하였더니 이 공장은 하루에 4800개까지 핀을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일손은 똑같은데 핀을 만드는 과정을 나누어 맡은 것만으로도 생산량이 12배 이상 높아진 것이죠.
스미스는 분업이 효과적인 이유 세 가지를 찾아냈어요. 우선 근로자들이 매일 같은 일을 되풀이하니 그 일에 익숙해지면서 생산성이 높아졌습니다. 한 사람이 하나의 핀을 만들 때는 한 과정에서 다른 과정으로 넘어가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분업을 하게 되니 이런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게 되었어요. 마지막으로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자신이 맡은 과정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공구나 기계를 발명해 생산성이 더욱 높아졌습니다.
이런 분업의 장점이 알려지자 영국의 공장들은 속속 분업을 도입했고, 그 결과 영국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었어요. 분업은 바다 건너 다른 나라에도 퍼져 나갔는데, 이로 인해 가장 큰 혜택을 누린 곳이 바로 미국 자동차 회사 '포드(Ford)'였습니다.
◇분업과 컨베이어 벨트를 결합한 포드
헨리 포드(1863~1947)가 포드 자동차를 설립하기 전에는 자동차 기술이 뛰어난 소수의 기술자가 수작업으로 자동차를 만들었어요. 이러다 보니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데 긴 시간이 걸렸고, 가격도 아주 비쌌답니다. 엄청난 부자가 아니면 감히 자동차를 구입할 엄두도 내지 못했지요.
- ▲ 1913년 미국 디트로이트 포드 자동차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컨베이어 벨트에서 일하는 모습이에요.
하지만 헨리 포드는 '언젠가 자동차는 인간의 생활필수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저렴하고 튼튼한 자동차를 대량으로 만들기로 결심했답니다. 분업을 활용할 방법을 고민한 헨리 포드는 1913년 컨베이어 벨트를 발명했어요. 자동차를 만드는 순서대로 근로자들이 줄을 서 있으면 컨베이어 벨트로 여러 부품과 재료를 일정한 속도로 실어 나르는 것이죠. 그 결과 근로자들이 한자리에 서서 일정한 리듬으로 자신이 맡은 과정만 열심히 해도 자동차가 뚝딱뚝딱 만들어졌습니다.
컨베이어 벨트의 효율은 놀라웠어요. 과거에는 자동차 섀시(chassis·자동차 차체를 뺀 나머지 부분) 하나를 조립하는 데만 12시간 30분이 걸렸지만, 컨베이어 벨트로 분업을 하니 단 2시간 40분 만에 섀시 하나가 완성되었습니다. 이후 포드는 컨베이어 벨트를 활용한 분업을 더욱 발전시켜 한 공장에서 자동차를 3분에 한 대씩 생산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만큼 자동차의 가격도 저렴해졌고, 자연히 포드 자동차는 불티나게 팔려나갔습니다. 1920년대 미국의 자동차 보급률이 80%를 넘은 것도 포드가 분업 시스템으로 저렴한 자동차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죠. 이렇게 포드는 분업 시스템으로 20세기 내내 세계 최고의 자동차 회사로 군림했답니다.
◇찰리 채플린이 지적한 분업의 문제
포드 자동차의 성공을 비롯해 분업은 전 세계 경제가 대량생산 체제로 발전하고 인류가 물질적 풍요를 누릴 수 있는 길을 열었어요. 하지만 분업과 대량생산은 이전에 없던 새로운 문제를 낳았답니다.
분업 이전에 사람들은 한 제품을 만들며 여러 가지 과정을 도맡았지만, 분업이 정착된 이후 근로자들은 매일 단조로운 일을 계속 반복하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지루함을 느꼈고 나아가서는 인간다운 모습마저 점점 잃어갔습니다. 마치 기계나 로봇이 된 것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무기력하게 같은 일을 반복했어요. 충동적으로 범죄를 저지르거나 신경쇠약에 걸려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알코올·마약중독에 빠지는 근로자들이 하나둘 늘어났어요. 급기야 분업의 효율이 떨어지는 현상까지 나타났습니다.
- ▲ 찰리 채플린(왼쪽)은 자신이 직접 제작하고 주인공으로 출연한 영화 ‘모던 타임스’(1936)에서 기계처럼 일하는 공장 근로자 역할을 맡았어요. 산업화 초기 분업은 생산성을 높여줬지만 일터를 단조롭고 지루한 곳으로 만든다는 비판도 받았어요. 오늘날 산업 현장은 분업을 통해 효율성을 유지하면서 근로자 복지와 삶의 질 또한 함께 높일 수 있도록 발전했어요. /게티이미지
'모던 타임스' 이후 분업의 문제점을 연구하고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은 더 활발해졌고, 덕분에 근로자의 인간성을 지키고 복지를 높이는 동시에 분업의 장점을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도입되었답니다. 그 결과 분업은 오늘날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해 자본주의경제에서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