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히말라야 누비며 산양 사냥… 긴 꼬리는 '목도리 겸 식량 창고'
입력 : 2017.05.25 03:12
눈표범
- ▲ 눈표범은 발에 두툼한 털이 덮여 있어 단단한 바위 위나 눈 덮인 산에서도 재빠르게 달릴 수 있어요. /Flickr
눈표범은 히말라야 산맥을 비롯해 톈산 산맥, 고비 사막 등 중앙아시아 고원 지대에 퍼져 살고 있어요. 수목한계선을 넘어 나무가 없고 낮은 풀이 자라는 해발 2700~6000m에서 살아갑니다. 겨울에는 비교적 낮은 지대로 내려와 먹이를 구하지만 여름에는 공기마저 희박한 수천m 고지대로 올라갑니다.
수도 워낙 적은 데다 발견하기도 어려워 야생 눈표범이 어떻게 사는지 제대로 알려진 적이 많지 않아요. 호랑이와 사자도 범접할 수 없는 지역에 살아가는 눈표범을 보면 마치 신이 사는 곳에서 신을 지키며 사는 맹수처럼 보입니다.
회색빛을 띠어 더욱 신비한 눈표범은 호랑이와 가장 가까운 고양잇과 동물입니다. 척박한 땅에 살아서 그런지 표범 중에서도 덩치가 가장 작아요. 몸무게가 보통 27~55㎏ 정도인데 드물게 70㎏까지 나가는 녀석도 있지요. 입을 크게 벌리고 혀를 길게 내밀면 얼굴은 고양이와 쏙 닮았어요.
배에는 가죽이 13㎝ 두께로 덮여 있고 털이 수북해 날카로운 바위와 돌 더미를 오르내릴 때 다치지 않게 도와줍니다. 펑퍼짐한 발은 털이 두툼하게 감싸고 있어 딱딱한 바위나 눈 덮인 산도 재빠르게 달릴 수 있어요. 몸통만큼이나 긴 꼬리는 잠을 잘 때 얼굴을 감는 털목도리 역할을 합니다. 사냥을 하지 못해 오랫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하거나 굴에서 새끼를 낳고 기르는 동안에는 꼬리에 가득 찬 지방이 비상식량이 되어주지요.
눈표범은 움퍽 들어간 바위틈이나 굴을 집으로 삼아 휴식을 취하고 새끼를 안전하게 키웁니다. 척박한 환경에 살아서 그런지 무리 생활을 하지 않고 새끼도 각자 키워요. 한 번에 보통 새끼 두 마리 정도를 낳는데 새끼들은 2년 정도 엄마와 함께 살다가 독립해 평균 15년을 살아요.
눈표범이 살고 있다는 건 그 지역의 자연환경이 건강하다는 뜻입니다. 눈표범 한 마리가 걱정 없이 살아가려면 주변에 산양 등 먹잇감이 되는 초식동물 100마리 정도가 있어야 해요. 풀이 겨우 자라는 황량한 땅에 눈표범이 없으면 산양 등 초식 동물의 수가 너무 많아져 풀이 다 사라지고 토양 침식이 심해집니다. 결국 초식 동물마저 사라지고 말지요. 눈표범이 있어야 초식 동물의 수가 조절되어 높은 산에도 풀이 자라고 크고 작은 동물이 어울려 살 수 있어요.
전 세계에 겨우 수천 마리 남은 눈표범의 가장 큰 천적은 사람이에요. 가죽이 아름답고 귀한 약재로도 쓰이기 때문에 눈표범 한 마리가 100만원 넘게 팔려 나가 밀렵이 끊이지 않아요. 보전 지역이 정해져 있지만 눈표범 한 마리가 살아갈 영역보다 작아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눈표범과 사람이 공존하며 살 방법을 찾아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