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동·식물엔 큰 재앙… 이후 생물 다양성은 더 높아져
입력 : 2017.05.24 03:12
[산불의 두 얼굴]
산불로 생긴 이산화탄소·검댕 등 온실효과로 지구온난화 부추겨
기온 오르면 산불도 느는 악순환
큰 나무 사라지며 여러 식물 자라나
산불 전보다 동·식물 종류 증가… 생태계 다양성 높이는 양면성 있죠
지난 6일 강원도 강릉·삼척 일대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어요. 72시간 동안 산불이 이어지면서 무려 340㏊(헥타르·1㏊는 1만㎡)의 삼림이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산불이 번져 민가나 농작물이 불에 타는 피해도 있었지요.
단기적으로 산불은 사람과 자연 속 생물에게 큰 재앙입니다. 하지만 산불이 무조건 나쁘다고만 말하기는 어려워요. 장기적으로 보면 산불이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거든요. 오늘은 산불이 자연과 인간,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함께 살펴보도록 합시다.
◇대형 산불과 지구온난화의 악순환
산불이 나면 수많은 나무가 불에 타 죽고, 나무와 함께 어울려 사는 동물과 곤충도 목숨을 잃어요. 나무와 풀이 타면서 나오는 연기는 대기를 오염시켜 사람에게도 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 산불로 나무가 사라지면 토양을 붙잡는 힘이 약해져 산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져요.
단기적으로 산불은 사람과 자연 속 생물에게 큰 재앙입니다. 하지만 산불이 무조건 나쁘다고만 말하기는 어려워요. 장기적으로 보면 산불이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거든요. 오늘은 산불이 자연과 인간,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함께 살펴보도록 합시다.
◇대형 산불과 지구온난화의 악순환
산불이 나면 수많은 나무가 불에 타 죽고, 나무와 함께 어울려 사는 동물과 곤충도 목숨을 잃어요. 나무와 풀이 타면서 나오는 연기는 대기를 오염시켜 사람에게도 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 산불로 나무가 사라지면 토양을 붙잡는 힘이 약해져 산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져요.
- ▲ /그래픽=안병현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 막대한 이산화탄소가 생겨납니다. 이산화탄소는 지구에 들어온 태양열이 우주 공간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는 대표적인 온실 가스지요. 또 산불로 생기는 검댕(그을음이나 연기가 엉겨 생기는 검은 물질)과 시커멓게 변한 토양은 막대한 태양 에너지를 흡수해 지구 온도를 더 뜨겁게 만들어요. 북미와 인도네시아 등에서 초대형 산불이 일어나면 이런 온실효과도 아주 커지게 됩니다. 이렇게 대형 산불이 늘어나면 지구온난화가 심해지고,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오르면 대형 산불이 늘어나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거예요.
◇산불이 난 지역은 생물 다양성 커져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산불이 난 지역은 생태계의 다양성이 전보다 더 높아지는 긍정적인 면이 있습니다. 프랑스 환경과학연구소가 프랑스 남동부 40개 지역과 호주 남서부 10개 지역을 대상으로 과거 50년 동안 산불이 발생하지 않은 지역과 산불을 겪었던 지역의 생태계를 조사해보았어요. 그 결과 산불이 나지 않은 산림에서는 평균 20~35개의 식물 종이 살았지만, 산불이 발생한 지역에서는 평균 50종의 식물이 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산불이 난 지역에 큰 나무가 줄어들면서 과거보다 더 다양한 종류의 풀과 줄기 식물, 한 해 식물이 자라났기 때문이죠.
산불이 난 지역은 과거보다 더 많은 곤충이 살게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답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지난 2000년 강원도 고성, 강릉, 삼척 일대에 발생한 산불이 생태계에 미친 영향을 조사해보았어요. 연구팀은 '산불로 생태계가 심각하게 파괴되었을 것이다'라고 예상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어요. 오히려 산불이 나기 전보다 더 다양한 곤충이 살고 있었답니다. 큰 나무가 줄고 여러 종류의 풀과 식물이 자라면서 이 풀들과 어울려 사는 곤충도 늘어난 것이죠.
곤충의 종류가 다양해지면 이 지역에 사는 동·식물의 종류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어요. 곤충은 꽃가루를 나르거나 씨앗을 옮겨주고, 야생 동물의 먹이가 되며 토양을 기름지게 해주기 때문이죠.
산불은 불이 난 지역의 지형과 불이 났을 때의 날씨, 불에 탄 식물의 종류와 양 등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눌 수 있어요. 그런데 여러 종류의 산불이 난 지역일수록 생물 다양성도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답니다. 미국 코네티컷대 모건 팅글리 교수 연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 일대 산림 1100여 곳에서 발생한 산불을 97개 종류로 나누고, 산불이 발생한 뒤 1~10년 후 그 지역에 사는 새 종류를 살펴보았어요. 그 결과 여러 종류의 산불이 난 지역일수록 더 많은 종류의 새가 살고 있었습니다.
특히 규모가 크고 오래 불이 난 지역의 경우 처음 2년은 그 지역에 사는 새 종류가 줄었지만, 그 이후로는 새 종류가 늘어나 결과적으로는 산불이 나기 전보다 더 다양한 새가 사는 지역이 되었어요. 이런 결과들을 보았을 때 산불이 발생하면 이전에 사는 큰 나무들이 줄어들고 자연적인 복원을 통해 더 다양한 식물과 곤충, 동물이 살게 된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미리 불 놓아 큰불 막는 '산불 처방'
그래서 여러 나라는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산불을 예방하고 있어요. 과거에는 산불이 나면 소방관을 투입해 불을 끄기 바빴는데, 이런 방식은 비용도 많이 들고 산불을 예방하는 데에도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죠. 또 산불이 진화된 뒤 완전히 타지 않고 남은 나무는 재차 산불이 났을 때 땔감 역할을 해서 산불을 더 키워요. 불을 끄는 것 만큼 산불이 난 지역을 잘 관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 산림청은 엄청난 면적의 산림을 관리하기 위해 특정 지역에 일부러 산불을 내고 2~3일 뒤 불을 끄는 '산불 처방(Prescribed Burn)' 정책을 하고 있어요. 이렇게 특정 지역에 불을 내고 산불이 재발하지 않게 관리하면, 예기치 않은 산불이 났을 때 일부러 불을 냈던 지역이 화재가 커지는 걸 막아주는 방파제가 됩니다. 장기적으로는 일부러 낸 산불이 그 지역의 생태계 다양성을 높일 수 있고요. 산불을 마치 약처럼 사용하는 것이죠. 미국 외에도 호주, 남아공, 북유럽 국가 등이 이런 방식으로 대형 산불을 예방하고 생태계 다양성을 높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