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경제 이야기] 애덤 스미스와 리카도가 말하는 '무역의 이유'
생산비용 가장 낮은 제품 만들어 무역하면 이득 본다는 절대우위론
선진국·후진국 간 무역 설명 못해
그나마 생산비 낮은 제품 특화해 교환해도 이득 본다는 비교우위론
무역 이뤄지는 이유 밝혀냈어요
근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우리나라와 맺은 자유무역협정(FTA)을 재협상을 통해 수정하겠다는 뜻을 밝혔어요. 두 나라 간 무역에서 미국이 너무 많은 손해를 보고 있어 협정 내용을 고쳐 우리나라가 미국을 상대로 무역 흑자를 많이 보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거대한 경제 규모와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경제 대국이라 마음만 먹으면 어떠한 제품도 생산할 능력을 갖고 있어요. 그런데 직접 모든 제품을 만들어 쓰지 않고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와 무역을 하고 있답니다. 이유가 뭘까요?
◇애덤 스미스의 절대우위론
18세기 경제학자들은 "왜 나라들은 무역을 할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으려 노력했어요.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애덤 스미스(Adam Smith·1723~1790)는 "국제적인 분업을 통해 무역을 하면 더 부유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답을 내놓았어요. 나라마다 갖고 있는 자원·기후·환경·인구 규모 등이 다 다르니 각자 최대한 적은 비용으로 만들 수 있는 상품을 열심히 만들어 서로 교환을 하면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는 것이죠. 쉽게 말해 "각자 가장 싸게 만들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해 무역을 하면 모두에게 좋다"는 겁니다. 이런 스미스의 주장을 '절대우위론'이라고 해요.
그런데 절대우위론으로 무역이 이루어지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가령 A국이 B국에 비해 x, y 두 제품 모두 저렴하게 만들 수 있다고 해봅시다. 스미스의 절대우위론에 따르면 A국은 무역을 할 필요가 없이 두 제품을 모두 직접 생산해서 사용하면 돼요. 그런데 현실에서는 A국이 x제품만 만들고, B국은 y제품만 만들어 서로 교환하는 경우가 있다는 겁니다.
대체 왜 이런 걸까요? 그 답은 영국 정치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David Ricardo·1772~1823)가 주장한 '비교우위론'에서 찾을 수 있어요.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리카도는 열네 살 어린 나이부터 주식 중개인인 아버지를 도와 일을 했어요. 그리고 주식 중개로 큰돈을 벌어 부자가 되었지요. 대학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지만 어릴 때부터 주식 중개업을 하며 스스로 경제 원리를 익혔어요. 휴양지에서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을 읽은 리카도는 직접 '정치경제와 조세의 원리'라는 책을 써 비교우위론을 제시했답니다. 그리고 이 책은 오늘날에도 많은 경제학도가 읽는 경제학의 고전이 되었어요. 정식 교육을 받지 않고도 역사에 남은 경제학자가 되었으니 참 대단합니다.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은 'A국이 B국에 비해 두 상품 x, y 모두 저렴하게 만들 수 있다고 하더라도 A에서는 좀 더 유리한 x를 특화하고, B도 그나마 생산비용이 적게 드는 y를 생산한 뒤 서로 교환하면 A, B 두 나라 모두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이론입니다.
어렵나요? 그럼 리카도가 사례로 든 영국과 포르투갈의 옷감·포도주 교역을 살펴봅시다. 당시 포르투갈은 옷감과 포도주 모두 영국보다 더 저렴하게 만들 수 있었어요. 그런데도 영국은 옷감을 만들어 포르투갈에 수출하고, 포르투갈은 포도주를 만들어 영국에 수출하였지요. 왜 이렇게 됐던 걸까요?
- ▲ /게티이미지코리아
영국은 옷감 1마를 생산할 때 100명, 포도주 1병을 생산할 때 120명의 일꾼이 필요하고, 포르투갈은 옷감 1마에 90명, 포도주 1병에 80명의 일꾼이 필요하다고 가정해봅시다〈표1〉. 이렇게 포르투갈이 두 상품 모두 영국보다 저렴하게 만들 수 있는 상황을 '절대우위'라고 하지요. 스미스의 절대우위론에 따르면 포르투갈은 두 상품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면 됩니다. 굳이 무역을 할 필요가 없어요.
하지만 리카도는 이 경우에도 특화를 해서 교역을 하면 이득이 발생한다고 말합니다. 각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일꾼 수를 기준으로 옷감과 포도주의 가치를 비교해봅시다. 영국에서는 옷감 1마의 가치가 포도주 0.83(=100명÷120명)병과 같습니다. 포르투갈에서는 옷감 1마의 가치가 포도주 1.1병(=90명÷80명)과 같고요.
이렇게 보니 영국이 포르투갈에 비해 옷감 1마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저렴합니다. 이렇게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한 제품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을 '비교우위'라고 해요. 영국이 옷감에 비교우위가 있다면, 반대로 포르투갈은 포도주에 비교우위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 그럼 각자 비교우위가 있는 상품을 특화해서 교환하면 어떻게 될까요? 영국에서는 220명 일꾼 모두 옷감을 만들어 총 2.2마의 옷감이 생산되었어요. 포르투갈에서는 170명 일꾼 모두 포도주를 만든 덕분에 2.1병의 포도주가 생산되었고요〈표2〉. 이제 영국산 옷감 1마를 포르투갈산 포도주 1병과 교환해봅시다. 결과적으로 영국은 옷감 1.2마와 포도주 1병을 갖게 되었네요. 포르투갈은 옷감 1마와 포도주 1.1병을 갖게 되었고요〈표3〉.
만약 두 나라가 교역을 하지 않고 각자 두 제품을 생산했다면 각각 옷감 1마와 포도주 1병을 가졌을 거예요. 그런데 비교우위가 있는 상품을 특화해서 만든 뒤 서로 교환하니 영국은 옷감 0.2마를 더 갖게 됐고, 포르투갈은 포도주 0.1병을 더 갖게 되었어요. 영국과 포르투갈이 무역량을 늘리면 늘릴수록 이득도 더 커지겠죠? 이렇게 비교우위가 있는 제품을 만들어 서로 교환하면 더 큰 이득이 생기기 때문에 나라 간 무역이 발생한다는 게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입니다.
경제 대국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이 서로 무역을 하는 것은 이렇게 비교우위를 통해 더 큰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이에요. 물론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은 오직 두 나라, 두 상품만 존재한다고 가정했고 생산에 필요한 비용도 노동만 따졌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어요. 그럼에도 비교우위론은 '자유무역이 보호무역보다 훨씬 더 이득이 된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아주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