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핫 피플] 올해 10주기… '몽실언니' '강아지똥' 같았던 그의 삶
아동문학가 권정생
- ▲ 17일은 아동문학가 권정생 선생님이 세상을 떠난 지 열 해가 되던 날이었어요. /보리 제공
올해는 동화 '몽실 언니' '강아지 똥'을 쓴 아동문학가 권정생(1937~ 2007) 선생님이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되는 해입니다. 17일 권 선생님이 살았던 경북 안동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추모 행사가 열렸답니다.
일제강점기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권 선생님은 어릴 때부터 뼈저린 가난 속에서 살았어요. 광복 이후 귀국한 뒤로도 가난 탓에 객지를 떠돌며 고구마 장수, 가게 점원 등으로 연명했어요. 결핵을 심하게 앓아 신장 한쪽과 방광을 떼어내기도 했습니다. 평생 몸무게가 37㎏을 넘지 못했어요.
가난과 병에 지친 권 선생님은 1967년 경북 안동 일직교회의 종지기를 자처해 교회 단칸방에서 살았습니다. 그 후 15년간 여름엔 새벽 4시, 겨울엔 새벽 5시에 종을 쳤지요. 선생님은 이듬해부터 동화를 쓰기 시작해 1969년 한 기독교 잡지에 '강아지 똥'을 발표했습니다. '강아지 똥'은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것도 소중한 존재가 될 수 있음을 일깨워준 작품이에요.
1984년에 발표한 '몽실 언니'는 굴곡진 역사를 꿋꿋이 버티고 살아가는 몽실이의 이야기예요. 혹독한 시련과 가난, 절망 속에서도 삶의 의지를 잃지 않는 몽실이의 이야기는 많은 이의 가슴을 울렸습니다. 이 동화는 발표 이후 2012년 100쇄를 넘겼고 현재까지 160만부 넘게 팔렸어요. 1990년대 하반기에는 같은 제목으로 TV 드라마로 방영되기도 했어요.
이 외에도 권 선생님은 '한티재 하늘' '오소리네 집 꽃밭' 등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큰 감동과 교훈을 주는 주옥같은 글들을 남겼습니다. 대부분 외로운 노인, 바보, 거지 등 힘없고 약한 존재를 주인공으로 조명하는 작품이지요.
1982년 종지기를 관둔 권 선생님은 교회 부근에 여덟 평짜리 흙집을 짓고 죽기 전까지 살았어요. 여러 작품이 흥행하면서 막대한 돈을 벌었지만 '한 달 생활비가 5만원이면 좀 빠듯하고, 10만원이면 너무 많은 소박한 삶'을 놓지 않았답니다. 그렇게 평생 모은 돈 12억원을 몸과 마음이 아픈 어린이들을 위해 써 달라며 고스란히 남기고 세상을 떠났어요. "어린이가 사 보는 책에서 나온 인세이니 어린이에게 되돌려주는 것이 마땅하다"는 게 그의 유언이었습니다.
'새벽 종소리는 가난하고 소외받고 아픈 이가 듣고, 벌레며 길가에 구르는 돌멩이도 듣는데 어떻게 따뜻한 손으로 칠 수 있어.' 안동 일직교회 종탑 아래에 있는 글귀예요. 선생님이 교회 종지기로 있을 때 남긴 글이지요.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를 따뜻하게 끌어안은 동화를 썼던 권 선생님은 종을 칠 때에도 소외될 법한 존재들을 떠올렸나 봅니다. 오늘 하루 권 선생님의 삶을 떠올리며 그의 작품 하나를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