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똑똑한 머리로 무리 지어 사냥… 대장은 항상 암컷이에요

입력 : 2017.05.11 03:08

하이에나

하이에나는 '간사하고 비겁한 동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떼로 몰려다니며 사자나 표범이 사냥한 먹이를 훔쳐 먹고, 버려진 사체도 뜯어먹기 때문이죠.

하지만 알고 보면 하이에나도 사냥을 잘합니다. 먹잇감을 발견하면 공포스러운 울음소리를 내어 동료를 부른 뒤 무리 지어 먹이를 몰아 물어 죽입니다. 무리를 빠져나온 누는 하이에나 한 마리가 시속 60㎞로 5㎞를 달려 잡기도 하지요. 무리를 잘 벗어나지 않고 달리기도 빠른 얼룩말을 사냥할 때는 10~25마리가 들러붙어 사냥합니다.

하이에나는 튼튼한 이빨과 턱으로 동물의 뼈나 뿔도 산산조각 내어 먹습니다.
하이에나는 튼튼한 이빨과 턱으로 동물의 뼈나 뿔도 산산조각 내어 먹습니다. /위키피디아
하이에나의 생존력은 아프리카에 사는 동물 중에 가장 뛰어나다고 할 수 있어요. 더불어 침팬지만큼 두뇌가 발달해 지능이 높고 사회성이 아주 발달한 동물이기도 합니다. 많게는 80~100마리 이상 무리를 짓는데 대장은 항상 암컷이 맡아요.

하이에나 사회는 암컷이 수컷을 압도하는 모계 사회입니다. 남성호르몬도 암컷이 더 많아 우락부락한 근육질에 덩치도 커요. 수컷 하이에나는 태어난 지 2년 정도 지나면 무리에서 쫓겨나고, 다른 하이에나 무리를 찾아가야 살아갈 수 있어요. 다른 무리에 들어갈 때도 피 흘리는 경쟁을 거쳐 암컷 대장의 허락을 받아야 하지요. 대형 육식동물 중 이런 규모로 사회를 이루는 경우는 아주 드뭅니다. 단, 먹이를 먹을 때는 '먼저 먹는 놈이 임자'랍니다.

하이에나는 생김새나 하는 행동을 보면 들개를 닮았지만, 유전적 특징은 고양이와 더 닮았어요. 고양이 조상에서 갈라져 나와 들개의 생태를 따라 진화하면서 지금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죠. 하이에나는 크게 세 종류가 있어요. 몸에 검은 반점이 흩뿌려져 있는 점박이하이에나, 등부터 배까지 검은 줄이 나있는 줄무늬하이에나, 몸이 갈색인 일반 하이에나가 있어요.

이 중에서도 점박이하이에나가 덩치도 가장 크고 힘도 가장 세요. 점박이하이에나는 아프리카에 약 3만마리 정도가 있는데 사자와 서로의 새끼를 물어 죽이며 경쟁합니다. 점박이하이에나보다 수도 적고 서식지도 적은 다른 두 하이에나는 중동과 인도, 아프리카 대륙에 띄엄띄엄 흩어져 살고 있어요

하이에나는 초원 지대 도드라진 언덕배기에 굴을 파서 집으로 삼아요. 그 안에서 잠을 자고 새끼도 낳아 기릅니다. 암컷은 새끼를 낳으면 젖통에 젖을 3kg이나 채워두고 다른 암컷과 협동해 새끼를 길러요. 새끼들은 태어난 지 일주일이 지나면 서로 싸우다 다치기도 하고 죽기도 합니다. 석 달이 지나면 고기도 먹지만 태어난 지 1년에서 1년 반까지는 어미 젖을 먹어요.

하이에나는 소화 능력이 아주 좋아요. 대형 동물의 뼈나 뿔도 씹어 산산조각 낼 정도로 이빨과 턱이 강합니다. 산산조각 내어 삼킨 뼈는 위에서 완전히 소화돼요. 하이에나 무리는 30분이면 얼룩말 한 마리를 뼛조각과 내장도 남기지 않고 싹 먹어치워요. 한 마리가 한 번에 15kg의 고기와 뼈를 먹어치우기도 합니다.

이렇게 식사를 끝내고 나면 하이에나는 하얀색 변을 눕니다. 뼈를 많이 먹은 탓에 색깔도 하얘지는 것이죠. 그래서 초식동물은 하얀색 변이 많이 보이면 '여기는 하이에나 소굴이구나' 하고 생각하며 조심한답니다.

김종민 前 국립생태원 생태조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