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골치 아픈 비닐 쓰레기, 나방 애벌레가 먹어치워요
[쓰레기 분해하는 생물들]
매년 1조 개 소비되는 비닐봉지
꿀벌부채명나방 애벌레가 먹어 알코올 성분으로 분해해 배출
박테리아가 페트병 분해하고 버섯이 스티로폼 대체할 수 있죠
우리는 매일 플라스틱으로 만든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계산할 땐 플라스틱으로 된 신용카드로 결제합니다. 가방과 신발, 볼펜, 칫솔, 주사기도 플라스틱으로 만들지요. 플라스틱 없는 세상은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로 플라스틱은 다양한 형태로 여러 제품에 들어가 있습니다.
하지만 버려진 플라스틱의 재활용 비율은 10%밖에 안 됩니다. 나머지 90%는 땅과 바다에 버려지거나 동물의 몸속에 쌓이기도 하지요. 우리에게 편리함을 주는 만큼 플라스틱이 생태계를 오염시키고 인류의 건강도 위협하고 있는 것이죠. 과학자들이 플라스틱을 분해할 방법을 찾아 나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에요.
◇페트병 먹어치우는 박테리아
플라스틱의 한 종류인 '페트(PET·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는 페트병뿐만 아니라 의류, 각종 생활용품, 장난감 등 다양한 제품에 사용됩니다. 투명하고 가벼울 뿐 아니라 열을 잘 차단하는 성질이 있어요. 하지만 재활용되지 않고 버려지면 잘 분해되지 않아 환경에 나쁜 영향을 줍니다.
그런데 지난해 일본 교토대 연구팀이 페트를 먹어 분해하는 신종 박테리아를 발견했어요. 연구팀은 '플라스틱이 생명체의 주 영양소인 탄소로 이루어졌으니 어떤 미생물에게는 좋은 먹이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답니다. 이에 쓰레기 처리장에서 250개의 플라스틱 샘플을 채취해 5년간 연구한 결과 연구진의 생각대로 페트를 먹어치우는 박테리아가 발견된 것이죠. 연구팀이 섭씨 30도에서 이 박테리아를 페트병 샘플에 두고 관찰해보니 6주 만에 페트병이 완벽히 분해되었어요. 연구팀은 이 박테리아에게 '이데오넬라 사카이엔시스(Ideonella sakaiensis)'라는 긴 이름을 붙여 주었습니다.
아쉽게도 이 박테리아는 다른 플라스틱은 분해할 수 없고 페트만 분해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어요. 하지만 앞으로 페트 폐기물이나 산업용 쓰레기를 친환경적으로 처리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비닐을 알코올로 분해하는 나방 애벌레
페트만큼 흔히 사용되는 비닐도 플라스틱의 한 종류인 폴리에틸렌으로 만들어요. 전 세계에서 매년 1조 개 이상의 비닐봉지가 소비되고 있지요.하지만 비닐도 쓰레기가 되면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줍니다. 땅에 묻으면 썩기까지 10~20년 이상 걸리고, 썩는 동안에는 환경호르몬을 내보내 토양을 오염시켜요. 불에 태우면 다이옥신 같은 발암 물질과 각종 유해 물질이 발생해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 ▲ /그래픽=안병현
그런데 지난달 "비닐봉지를 먹어 분해하는 애벌레가 발견되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어요. 비닐봉지를 먹어치우는 주인공은 바로 '꿀벌부채명나방(Galleria mellonella) 애벌레'입니다. 스페인 칸타브리아 생물의학·생명공학연구소에서 일하는 페데리카 베르토치니 연구원은 아주 우연히 이 애벌레가 비닐을 먹어치운다는 사실을 발견하였어요.
베르토치니는 평소 부업으로 벌을 키워 꿀을 생산하는 양봉을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꿀벌부채명나방 애벌레가 밀랍으로 이루어진 벌집을 마구 뜯어 먹는 모습을 발견했답니다. 꿀벌부채명나방 애벌레는 원래 벌집에 기생해 밀랍으로 된 벌집을 뜯어 먹으며 자라요.
베르토치니는 벌집이 더 손상되지 않도록 애벌레들을 잡아 비닐봉지에 담아 두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보니 비닐봉지에 여러 개의 구멍이 나있었어요. 애벌레가 비닐봉지를 먹고 구멍을 뚫어 봉지 밖으로 나온 것이죠.
이 모습을 보고 놀란 베르토치니와 동료는 애벌레를 비닐의 주 소재인 폴리에틸렌 위에 올려놓고 관찰해보았어요. 그렇게 40분이 지나자 폴리에틸렌에 평균 2.2개의 구멍이 뚫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답니다. 제대로 실험을 해보니 꿀벌부채명나방 애벌레 100마리가 12시간 동안 폴리에틸렌 92mg을 먹어 없애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이는 '이데오넬라 사카이엔시스'가 페트를 분해하는 속도보다 약 1400배 빠릅니다.
더불어 꿀벌부채명나방 애벌레가 소화 과정에서 폴리에틸렌을 알코올의 일종인 '에틸렌글리콜'로 변형시키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도 확인되었어요. 꿀벌부채명나방 애벌레가 단순히 비닐봉지를 여러 조각으로 쪼개는 것이 아니라, 폴리에틸렌의 분자 구조를 바꿔 말끔히 분해해버리는 것입니다.
연구진은 꿀벌부채명나방 애벌레의 침샘이나 장 속 세균에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물질이 있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어요. 만약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효소를 애벌레에게서 찾아내어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된다면 비닐봉지를 친환경적으로 없애는 획기적인 방법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버섯이 스티로폼을 대신한다?]
델 컴퓨터, 이케아 등 여러 글로벌 기업은 배송 과정에서 제품 파손을 막는 완충재로 스티로폼 대신 버섯을 사용하고 있어요. 스티로폼 사용을 줄여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서지요.
버섯 완충재는 버섯 포자와 유기물질, 물만 있으면 5일 만에 만들 수 있어요. 완충재를 만들 틀에 물과 버섯 포자, 톱밥 등을 섞어 부으면 틀의 모양에 맞추어 버섯이 자랍니다. 이를 잘 말리면 스티로폼만큼 충격을 잘 흡수하는 버섯 완충재가 완성돼요.
인체에 해로운 화학물질이 섞여 있는 스티로폼과 달리 버섯 완충재는 100% 분해되어 자연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앞으로 환경오염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