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경제 이야기] 투기 열풍에 튤립이 집 한 채 가격에 팔렸어요
입력 : 2017.05.05 03:27
[거품경제]
16세기 오스만에서 넘어온 '튤립', 네덜란드 부유층 사이에서 유행
투기 수요 늘면서 가격 치솟다가 거품 꺼지자 투자자들 줄줄이 파산
실제 가치보다 가격 치솟는 '거품'… 경제 전체에 큰 피해 줄 수 있어
'계절의 여왕' 5월이 되면 튤립이 피어납니다. 중앙아시아가 원산지인 튤립은 오스만 제국에서 많이 재배되다가 16세기 무렵 무역 상인들을 통해 유럽에 전해졌어요. 특히 네덜란드에서 튤립을 아주 많이 재배했고, 덕분에 튤립은 네덜란드를 상징하는 꽃이 되었지요. 지금도 네덜란드에서는 매년 90억 송이의 튤립이 재배되어 세계 각지로 수출된답니다. 네덜란드 출신 화가 빈센트 반 고흐도 튤립을 보며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고 하지요.
그런데 과거 튤립 가격이 턱없이 치솟아 네덜란드 경제가 혼란에 빠졌던 일이 있었답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오늘은 '근대 유럽을 흔들었던 3대 거품경제 사건'으로 꼽히는 튤립 파동과 영국 남해회사를 둘러싼 투기 사건을 알아보도록 합시다.
◇튤립 한 뿌리 값이 집 한 채 가격?
17세기 초 네덜란드는 식민지가 늘어나고 상업과 무역이 번성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였어요. 이 무렵 네덜란드 귀족과 부유층 사이에서는 튤립이 부의 상징이었어요. 씨앗이 꽃을 피우기까지 여러 해가 걸리고, 한 뿌리에서 여러 송이의 꽃이 피지 않는 특징 때문에 튤립이 아주 귀했고, 그래서 아주 비싼 가격에 거래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유층이 늘어나고 부를 과시하려는 사람들이 튤립을 찾으면서 튤립 가격은 점점 더 올라갔습니다. 그러자 튤립을 돈벌이로 보는 상인들이 생겨났어요. 튤립 가격이 빠르게 오르니 미리 튤립을 사두었다가 나중에 팔면 막대한 차익을 벌 수 있었기 때문이었죠.
- ▲ 19세기 프랑스 화가 장레오 제롬이 17세기 초 네덜란드에서 일어난 ‘튤립 파동’ 당시의 모습을 상상해 그린 그림이에요. 네덜란드 정부는 튤립 가격이 급등했다가 폭락하자 군인을 동원해 튤립밭을 뒤엎어 튤립 가격을 안정시키려 했어요. /위키피디아
이런 상황이 되자 튤립 애호가들은 튤립을 사지 않기 시작했어요. 튤립의 실제 가치보다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이런 사람이 조금씩 늘어나자 쉼 없이 오르던 튤립 가격이 갑자기 폭락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막대한 돈을 투자해 튤립을 사들였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빈털터리가 되는 상황이 벌어졌어요. 1억원을 들여 산 튤립 한 송이가 며칠 만에 500원이 되었다고 생각해보면 실감이 날 거예요.
튤립 투기로 돈을 벌던 상인들이 줄줄이 파산한 건 물론이고 튤립 거래에 뛰어들었던 귀족들은 빚을 갚지 못해 자신의 영지를 대신 내놓아야 했습니다. 튤립을 돈벌이로 생각한 사람들의 탐욕이 빚어낸 일이었지요.
오늘날 '튤립 파동'은 "투기 심리로 거품경제가 발생한 세계 최초의 사건"으로 평가됩니다. 거품경제란 쉽게 말하면 '물건의 실제 가치보다 가격이 터무니없이 치솟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어요. 튤립 파동이 일어난 건 관상용이나 집을 꾸미기 위해 튤립을 산 게 아니라 가격 차이로 돈을 벌기 위해 튤립을 사는 사람이 갑자기 늘어났기 때문이었지요. 그 결과 튤립의 가격이 실제 가치보다 터무니없이 부풀려졌고, 거품이 터지듯 가격이 폭락하면서 경제에 혼란이 발생한 것입니다.
◇아이작 뉴턴이 주식 투자로 손해 본 사연
18세기 초 영국에서도 튤립 파동과 비슷한 일이 벌어졌어요. 당시 영국에는 아프리카 노예를 스페인령 서인도제도에 팔아 돈을 버는 '남해회사(The South Sea Company)'라는 노예무역회사가 있었어요. 그런데 스페인 측에서 노예무역량을 늘리지 못하게 하고, 이어 영국과 스페인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면서 노예무역을 하기 어려워졌답니다.
돈벌이가 어려워진 남해회사는 궁여지책으로 복권 사업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복권 사업이 예상보다 큰 성공을 거두었어요. 그러자 남해회사는 부진한 노예무역을 접고 금융 회사로의 변신을 꾀했습니다. 영국 정부로부터 주식 발행권을 얻으면서 주식을 발행해 필요한 사업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되었지요.
그런데 시중에 나온 남해회사의 주가(주식 가격)가 폭등하기 시작했어요. 복권 사업으로 유명세를 탄 남해회사의 주가가 많이 오를 거로 생각한 영국 중산층이 너나없이 남해회사의 주식을 사들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몇 달 만에 주가가 열 배 상승하자 귀족, 자본가, 서민 모두가 남해회사 주식을 사려고 했어요. 이렇게 주식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다른 회사의 주가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정부 허가 없이 무단으로 설립된 회사의 주식이 거래되기도 했어요. 영국에 주식 투기가 퍼진 것입니다.
그러다 남해회사가 부당한 방법으로 자산을 늘렸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영국 정부가 규제에 나서자 남해회사 주가가 내려가기 시작했어요. '거품'이 터진 것이죠. 고가의 남해회사 주식은 하루아침에 종잇조각이 되었고, 덩달아 올랐던 다른 회사의 주가도 폭락했습니다. 빚을 지면서 주식을 샀던 수많은 사람이 하루아침에 빈털터리가 되었어요. 과학자 아이작 뉴턴도 당시 남해회사 주식에 투자했다가 처음 투자한 돈의 세 배 이상을 손해 보았대요.
부풀어 오른 거품은 결국 언젠가 터지고 말아요. 경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투기 심리로 단기간에 가격이 마구 치솟다가도, 일정 수준을 넘어가게 되면 물건을 찾는 사람이 줄고 치솟은 가격이 단번에 내려가요. 그 영향은 앞의 두 사건에서 보았듯이 한 가정을 파탄 내고 경제 전체에 큰 혼란과 피해를 일으킵니다. 오늘날 정부가 부당한 주식 투기나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여러 조치를 하는 것도 거품경제가 국민 경제 전반에 큰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