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얼음 덮인 '토성의 달', 외계 생명체 살고 있을까?

입력 : 2017.05.03 03:07

[토성 위성 엔켈라두스(Enceladus)]

물·에너지원은 생명에 필수 조건… 지표면서 수소·이산화탄소 발견
두 분자 합쳐져 만들어지는 메탄… 해저 생명체의 에너지원 될 수도
NASA, 2020년 탐사선 보내 생명체 존재하는지 확인한대요

"토성의 위성 '엔켈라두스(Enceladus)'에서 생명체의 에너지원이 되는 물질들이 발견됐습니다."

지난달 미 항공우주국(NASA)은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진 엔켈라두스에서 수소와 이산화탄소 분자가 발견되었다고 발표했어요. 이는 엔켈라두스에 외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뜻입니다. 수소와 이산화탄소가 만나면 메탄이 될 수 있는데, 메탄은 미생물이 생존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원이 될 수 있거든요. 외계 생명체가 발견될 가능성이 더 높아진 토성 위성 엔켈라두스는 어떤 곳인지 함께 알아볼까요?

◇수증기 기둥 치솟는 토성의 달

큰 고리가 눈에 띄는 토성 주변에는 무려 63개의 위성이 있습니다. 지구로 치면 수십 개의 달이 떠 있는 셈이지요. 엔켈라두스는 토성과 열넷째로 가까운 위성으로, 토성의 고리 속에서 공전하고 있어요. 달은 27일에 한 번 지구를 중심으로 공전하지만 엔켈라두스는 약 1.4일에 한 번씩 토성을 돌아요.

[재미있는 과학] 얼음 덮인 '토성의 달', 외계 생명체 살고 있을까?
/그래픽=안병현
엔켈라두스의 지름은 500㎞ 정도입니다. 달의 지름이 3474㎞ 정도니 큰 위성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요. 18세기 후반 영국 천문학자 윌리엄 허셜이 망원경을 통해 엔켈라두스를 처음으로 발견했습니다. 엔켈라두스는 표면 온도가 영하 210도로 아주 낮고 지표면 대부분이 순수한 얼음으로 덮여 있어 태양빛을 잘 반사합니다. 반사율이 90%가 넘기 때문에 아주 밝고 하얗게 보여요. 달보다 10배 이상 밝습니다.

지구와 엔켈라두스 사이의 거리는 12억7500만㎞ 정도예요.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가 1억5000만㎞ 정도이니, 태양보다 8배 이상 멀리 떨어져 있는 셈이죠. 이렇게 멀리 떨어진 엔켈라두스가 인류와 좀 더 가까워진 건 1980년대에 우주 탐사선 보이저 1호와 보이저 2호가 엔켈라두스 근처를 지나면서 그 정체가 좀 더 명확해졌기 때문입니다.

과학자들이 엔켈라두스에 더 큰 호기심을 갖게 된 건 지난 2005년부터예요. 토성을 탐사하는 카시니 탐사선이 엔켈라두스 남극에서 수증기 기둥이 수백㎞ 높이로 솟아오르는 걸 발견했기 때문이죠. 수증기 기둥이 있다는 건 엔켈라두스에 바다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음을 뜻합니다. 또 액체 상태의 물은 생명체 존재에 필요한 첫째 조건이지요. 그래서 과학자들은 엔켈라두스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 심층적인 연구에 들어갔습니다.


토성 위성 엔켈라두스와 달, 지구의 크기.
토성 위성 엔켈라두스와 달, 지구의 크기. /위키피디아
엔켈라두스의 수증기 기둥은 간헐천(일정한 간격을 두고 뜨거운 물이나 수증기를 뿜었다가 멎었다가 하는 온천)에서 치솟는 것입니다. 엔켈라두스 남반구에서는 101개의 간헐천이 발견되었는데, 이 간헐천에서 1초당 200㎏의 얼음과 수증기가 분출되고 있어요. 엔켈라두스가 중력이 작고 대기가 없는 탓에 얼음과 수증기가 수백㎞ 높이까지 솟아오르는 것이죠. 이렇게 얼음과 수증기가 분출되다 보니 표면에 얼음이 눈처럼 떨어져 위성 전체가 하얗게 보이는 거예요. 얼음으로 덮인 표면 아래는 암석으로 된 지반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남극 얼음층 밑 바다에 생명체가 있을까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카시니 탐사선이 엔켈라두스 주변을 돌며 얻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과학자들의 생각대로 엔켈라두스 남극 얼음층에서 40㎞ 아래에 바다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 바다의 면적은 한반도 면적의 37%(약 8만2103㎢) 정도라는 것도 드러났지요.

지하 속 바다에는 얼음보다 밀도가 7% 높은 물이 있고, 생명체의 영양분이 될 수 있는 규산염 암석도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어 최근에는 수소와 이산화탄소 분자가 있다는 사실도 밝혀지면서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어요.

생명체에게 물 다음으로 필요한 건 에너지원이에요. 지구에 있는 식물들은 태양빛을 받아 광합성 작용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에너지원으로 삼습니다. 동물들은 이 식물을 먹으며 생명 에너지를 얻고요. 하지만 엔켈라두스는 태양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생명체가 광합성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죠.

그런데도 엔켈라두스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이유는 광합성을 하지 않아도 살아가는 생명체가 있기 때문이에요. 햇빛이 전혀 들지 않는 지구의 심해에는 박테리아와 관벌레, 조개 등 수많은 생명체가 메탄을 에너지원으로 삼아 살아가고 있어요. 과학자들은 엔켈라두스 바다 아래에도 온천이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지구 심해에 사는 생명체처럼 엔켈라두스의 바다에도 메탄을 이용해 살아가는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제 엔켈라두스의 수증기를 가져와 직접 분석해보고, 나아가 그곳의 바다에 사는 생명체를 확인하는 일만 남았어요. 미 항공우주국은 2020년 엔켈라두스의 수증기를 채취해 지구로 가져올 탐사선을 보낼 계획입니다.

만약 이 탐사선이 엔켈라두스에서 외계 생명체를 만나거나 외계 생명체가 확실히 있다는 증거를 발견한다면 이는 인류 역사상 가장 놀라운 발견으로 꼽히게 될 거예요.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기획·구성=배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