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장소] 세 종교의 성지 모여 있는 '평화의 도시'

입력 : 2017.05.02 03:07

예루살렘

지난 19일부터 30일까지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는 우리나라와 이스라엘 간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제4차 협상이 열렸어요. 한-이스라엘 FTA 체결은 두 나라의 상호 교류와 협력을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런데 예루살렘에 무려 세 종교의 성지(聖地)가 모여 있다는 사실, 알고 있었나요?

예루살렘에는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의 성지가 있습니다. 한 도시에 세 종교의 성지가 모여 있다 보니 예루살렘은 늘 전 세계에서 몰려온 성지 순례객과 관광객이 북적여요. 기독교의 성지인 '성묘교회(Church of the Holy Sepulchre)'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음을 맞이한 뒤 안장된 묘지에 세워진 교회입니다. 예루살렘에는 예수가 십자가 고난을 받았던 전 과정을 따라가는 길 '비아 돌로로사(Via Dolorosa, 십자가의 길)'가 있는데, 성묘교회는 바로 이 길의 끝인 골고다 언덕에 세워져 있어요. 많은 기독교 신자가 예수가 마지막으로 걸었던 길을 순례하고 성묘교회에서 묵상과 기도에 잠깁니다

이스라엘의 수도 예루살렘에는 석회암으로 지어 회색빛을 띠는 건물이 많아요.
이스라엘의 수도 예루살렘에는 석회암으로 지어 회색빛을 띠는 건물이 많아요. 그래서인지 이슬람교 성지‘바위의 돔’에 있는 황금색 돔 지붕이 유독 눈에 잘 띕니다. /위키피디아
유대교의 성지는 '통곡의 벽(Wailing Wall)', 또는 '서쪽 벽(Western Wall)'이라 부르는 곳입니다. 서기 70년 로마군이 예루살렘 성전을 파괴했을 때 유일하게 파괴되지 않고 남은 벽이지요. 이 벽을 통곡의 벽으로 부르는 이유는 유대교를 믿는 유대인들이 이 벽에 머리를 대고 통곡하며 기도를 올리기 때문이래요. 오늘날에도 많은 유대인이 이곳에 와 자신의 소원을 적은 종이를 벽 갈라진 틈에 넣고 기도를 합니다. 이렇게 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믿기 때문이죠.

통곡의 벽 바로 옆에 있는 '바위의 돔(Dome of the Rock)'은 이슬람교에서 아주 중요하게 여기는 성지입니다. 바위의 돔은 이슬람교를 일으킨 무함마드가 신의 계시를 받아 승천했다고 전해지는 바위를 둘러싼 건물이에요. 전체적인 건물의 형태는 팔각형인데 건물 위에 얹혀 있는 황금색 돔 지붕은 석회암으로 지은 회색빛 건물이 가득한 예루살렘에서 단연 눈에 띄어요.

바위의 돔은 691년 우마이야 왕조의 칼리프 압드 알 말릭 이븐 마르완의 후원으로 지어졌습니다. 공공 예배를 위해 세워진 최초의 무슬림 건물이라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크지요. 이슬람교도들은 '최후의 심판'이 찾아오면 지금까지 세상에 나왔던 이슬람교 예언자와 알라 신이 이곳에 내려와 심판을 한다고 믿는답니다.

세 종교의 성지가 있는 예루살렘의 뜻은 '평화의 도시'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오늘날에는 종교·민족 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대요. 종교적·문화적 의미가 큰 예루살렘이 그 이름처럼 평화가 지속되는 도시가 되길 바랍니다.

왕훈 영훈고 지리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