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경제 이야기] 호주 가던 영국 죄수들, 생존율 높아진 비결은?

입력 : 2017.04.28 03:09 | 수정 : 2017.04.28 10:13

[인센티브]

19세기 식민지 개척 위해 죄수 이송, 관리 소홀로 배에서 절반 넘게 사망
무사히 옮긴만큼 선장에 돈 더 주자 죄수 생존율 40%→98%로 증가
경제적 유인, 정책·마케팅에 활용… 잘못 쓰면 의도치 않은 결과 나와요

노르웨이에서는 최근 몇 년 새 전기차를 구입하는 사람이 급격히 늘어났어요. 2010년에는 전기차가 5300대밖에 없었는데, 해마다 수가 늘어 지난해 말에는 전기차 수가 10만1126대를 기록했습니다. 노르웨이보다 인구가 약 10배 많은 우리나라의 전기차 수가 1만2000여 대(지난해 말 기준)인 걸 감안하면 참 놀라운 일이지요.

이렇게 전기차가 빨리 늘어난 건 노르웨이 정부가 전기차를 사는 사람에게 전기차 가격의 절반에 달하는 세금 혜택을 주었기 때문이에요. 시민들이 전기차를 사실상 반값에 살 수 있게 된 것이죠. 이런 정부의 '인센티브(incentive)' 덕분에 노르웨이는 지구에서 '인구 대비 전기차 보유량'이 가장 많은 나라가 되었습니다. 전기차가 늘어난 만큼 배기가스는 줄어들 테니 노르웨이의 환경은 더 깨끗해지겠죠?

◇영국 죄수들의 목숨을 살린 비결

경제적 유인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그에 따르는 이득이나 비용에 변화를 주어 사람들의 행동·선택을 바꾸거나 특정한 행동·선택을 하도록 이끄는 요인'을 뜻합니다. 사람들은 선택할 때 본능적으로 이득과 비용을 따져 이익이 큰 쪽을 택하지요. 그래서 남녀노소 누구나 '경제적 유인'에 반응하며 살아갑니다.

책 '괴짜 경제학'을 쓴 레빗과 더브너는 "경제적 유인은 상황을 극적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는 놀라운 힘을 가진 자그마한 어떤 것"이라고 말해요. 실제로 경제적 유인은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하기도 했답니다. 19세기 영국에서는 이민자가 부족한 호주를 개척하기 위해 죄수들을 배에 실어 호주 대륙으로 보냈어요. 영국 정부는 배를 가진 선장들과 계약을 맺고 이송비를 지급한 뒤 죄수 이송을 맡겼습니다.

1852년 호주 화가 새뮤얼 토머스 길이 호주 남부 캐슬메인 부근 금광촌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에요. 영국은 18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중반까지 100여 년 동안 죄수 16만명을 호주로 보내 식민지를 건설하게 했어요.
1852년 호주 화가 새뮤얼 토머스 길이 호주 남부 캐슬메인 부근 금광촌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에요. 영국은 18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중반까지 100여 년 동안 죄수 16만명을 호주로 보내 식민지를 건설하게 했어요. /위키피디아
그런데 호주로 가는 배에서 죄수들이 대거 죽는 일이 계속해서 벌어졌어요. 길고 위험한 항해를 해야 하는 선장들이 위생 문제를 방치하고 죄수들에게 먹을 것을 제대로 주지 않았기 때문이었죠. 영국에서 출발해 무사히 호주에 도착하는 죄수의 비율이 40%를 넘지 못할 정도였으니 참 끔찍한 상황이었습니다. 영국 정부와 인권 단체들이 "죄수들이 무사히 호주로 가게 해달라"고 선장들에게 호소했지만, 선장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어요.

이때 빈민 문제와 공중 보건 문제를 다루던 사회개혁가 에드윈 채드윅(1800~1890)이 한 가지 아이디어를 냈어요. 채드윅은 영국 정부에 "선장들에게 미리 돈을 주지 말고, 배가 호주에 도착했을 때 살아있는 죄수의 수에 비례해서 이송비를 주라"고 제안했답니다. 영국 정부가 채드윅의 말대로 지급 방식을 바꾸었더니 놀라운 변화가 나타났어요. 40%에 그치던 죄수의 생존율이 98%까지 증가한 것입니다. 선장들이 더 많은 이송비를 받기 위해 배의 정원만큼 죄수들을 태우고 깨끗한 위생 시설과 좋은 음식도 제공했기 때문이었죠. 살아있는 죄수의 수만큼 돈을 더 주는 경제적 유인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당근과 채찍'

경제적 유인은 '긍정적 유인(인센티브·in centive)'과 '부정적 유인(페널티·penal ty)'으로 구분됩니다. 긍정적 유인은 '당근', 부정적 유인은 '채찍'에 비유할 수 있어요. 긍정적 유인은 '보상이나 이득을 주어 어떤 행동을 더 하게 하는 요인'을 뜻합니다. 죄수를 무사히 이송한 만큼 더 많은 돈을 주거나 공부를 잘하는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어 더 열심히 공부하도록 하는 것, 1+1(원 플러스 원) 상품으로 물건을 더 사도록 유인하는 것 등이 긍정적 유인에 해당하지요.

반대로 부정적 유인은 잘못된 행동을 할 경우 그에 따르는 비용을 더 내도록 해 특정한 행위를 줄이는 요인이에요. 과속 차량에 벌금을 매겨 차량 속도를 줄이게 하거나, 세금을 늦게 내면 가산금을 붙이는 것 등이 부정적 유인에 해당하지요.

세계 각국 정부는 긍정적 유인과 부정적 유인을 정책에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경제적 유인은 사람의 목숨도 살리고 사회 전체를 바꿀 만한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경제적 유인의 부작용도 따져야 해요

브라질 파라나주의 중심도시 쿠리치바(Curitiba)는 긍정적 유인을 잘 활용해 도시의 쓰레기 문제를 해결했어요. 사람들이 아무 데나 쓰레기를 마구 버리는 탓에 골치를 앓던 쿠리치바시 정부는 시민들이 쓰레기를 모아서 가져오면 5㎏당 버스표나 식량이 든 주머니로 바꾸어 주고, 재활용 쓰레기를 가져온 어린이에게는 교재나 장난감을 주는 정책을 도입했어요. 그러자 시민들이 아무렇게나 버리던 쓰레기를 모아 시 정부에 가져다주었고, 쿠리치바 시내는 눈에 띌 정도로 깨끗해졌습니다.

하지만 경제적 유인을 잘못 사용하면 의도치 않은 결과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생각한 것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기도 해요. 미국 경제학자 그니지와 러스티치니는 이스라엘에 있는 한 지역 탁아소에서 실험했어요. 부모가 아이를 탁아소에 맡겼다가 제시간에 데려가지 않는 일을 줄이기 위해 지각한 부모에게 3달러의 벌금을 매기는 부정적 유인을 도입했습니다. 그러면 부모들이 벌금을 내지 않기 위해 제시간에 아이를 찾으러 올 거라 생각한 것이죠.

그런데 벌금제도가 도입되자 오히려 부모들이 지각하는 일이 두 배 더 늘어났습니다. 왜 이렇게 된 걸까요? 벌금제도를 알게된 부모들은 "아이를 늦게 찾아도 되는 권리를 돈으로 살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했어요. 탁아소에 아이를 더 맡기고 3달러를 내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지각도 늘어난 것이죠.

여러분은 경제적 유인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즐거운 학교생활을 위해 경제적 유인을 활용할 방법은 없는지, 그 방법에 부작용은 없을지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보세요.



심묘탁 ㈔청소년교육전략21 사무국장 기획·구성=배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