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 주의 책] 근거 없는 헛소문, 전염병보다 무서울 수 있어요
'소문 바이러스'
- ▲ /킨더랜드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는 속담이 있어요. 소문이 얼마나 빠르고 널리 퍼지는지를 조상님들이 재치 있게 표현한 말이죠. 요즘은 스마트폰·SNS가 있어 말이 더 빨리 퍼진답니다. 그런데 순식간에 퍼져 나간 말이 거짓이었다면 어떨까요. 거짓은 아니어도 사실인지 아닌지 불확실한 의혹뿐이라면요? 요즘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가짜 뉴스'는 기사와 똑같은 모습을 하고 거짓 정보를 담아 사람들 사이에서 마구 퍼져 나갑니다.
책 '소문 바이러스'(킨더랜드)는 전염병에 걸린 초등학교 학생들이 전염병보다 더 무서운 '소문'에 휩쓸리는 이야기예요. 같은 반 친구인 제훈, 이수, 세나는 어느 토요일 오후 들꽃 관찰 숙제를 하기 위해 학교 뒷산에 올라가요. 제훈이는 산에서 처음 보는 들꽃 하나를 발견해요. 평소 생선가스 3개쯤은 가볍게 먹어치우는 먹보 제훈이는 맛이 궁금하다며 꽃잎 하나를 떼서 맛봐요. 그러곤 맛이 너무 쓰다며 금방 잎을 다 뱉어냅니다.
이틀 뒤 월요일 수학 수업 시간, 제훈이는 배가 아프다더니 의식을 잃고 말아요. 구급차가 학교에 와서 제훈이를 데려갔죠. 수요일에는 제훈이의 짝꿍이었던 세나가 손목에 붉은 반점이 생기더니 쓰러져버렸어요. 며칠 뒤 다른 친구도 목덜미에 붉은 반점이 나타나 병원으로 실려갔어요. 알 수 없는 병으로 아이가 셋이나 입원하자 부모님들은 교장 선생님께 항의했어요. 당장 수업을 멈추고 휴교해야 한다고요. 병이 더 퍼질지 모르니 아이들이 집에 있어야 한다는 거지요. 그런데 집에서 쉬던 이수마저도 몸에 붉은 반점이 나타나 병원에 격리된답니다.
'붉은 반점 공포로 몸살 않는 도시'라는 뉴스가 나가고 소문은 점점 더 커졌어요. 알 수 없는 전화번호로 '병 키우는 병원' '붉은 반점의 공포는 무능한 시장 탓' 같은 문자메시지가 오고 '전염병으로 인한 경제 손실이 수백억원'이라는 전문가의 말도 나왔죠. 나중에는 '제약회사 때문에 생긴 돌연변이 들꽃이 문제'라는 그럴듯한 이야기도 등장해요.
무슨 병인지도 밝혀지지 않았는데 예방법이 퍼져 나갑니다. "매실액을 마시면 감염을 막을 수 있어요." 한 민간요법 전문가의 주장이래요. 아이들이 사는 도시는 소문 때문에 유령도시가 되었어요. 그렇지만 의식을 잃었던 제훈이를 제외하면 격리된 아이들은 붉은 반점이 몸에 생겼을 뿐 다들 건강했지요.
전염병의 원인은 한 달 정도가 지나서 밝혀져요. 그간 퍼진 소문은 죄다 틀렸었죠. 대체 그동안 왜 다들 호들갑을 떨고 공포에 휩싸여야 했을까요. 자극적인 소문을 경쟁적으로 퍼트렸기 때문은 아닐까요?
사람들은 말을 옮기기 좋아해요. 짝꿍이 누구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소문내고 싶어지는 것처럼요. 그런데 지금 옮기는 그 말, 책임질 수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