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인공지능, 사람보다 컴퓨터 게임도 잘할까

입력 : 2017.04.26 03:12

[스타크래프트(StarCraft)]

스타크래프트 하는 '알파크래프트'
알파고와 달리 실력 형편없는 수준… 바둑·게임의 차이 극복해야
상대방 정보 모른 채 결정 내리는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인공지능·인지과학에 활용돼요

1998년 출시돼 우리나라와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PC 게임 '스타크래프트'가 새 옷을 입어요. 스타크래프트를 제작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오는 여름 그래픽과 음향 등 품질을 높인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Remastered) 버전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어요. 이에 스타크래프트를 즐겼던 많은 분이 환호하였지요.

그런데 이 소식을 들은 여러 과학자도 덩달아 즐거워했다고 해요. 왜냐고요? 스타크래프트가 이미 과학 연구의 소재로 폭넓게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에요.

◇게임 하는 인공지능 '알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는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테란, 프로토스, 저그 세 종족이 나뉘어 실시간으로 기지를 건설하고 유닛을 만들어 상대방과 전투를 벌이는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RTS·Real-Time Strategy)' 게임입니다. 상대방의 상황과 정보를 파악하는 동시에 내가 해야 할 것을 정해야 하고, 실시간으로 수백 개의 유닛과 수십 개의 건물을 다뤄야 해요. 그래서 여러 전문가는 "스타크래프트가 일상생활이나 실제 전쟁과 비슷한 면이 많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인공지능 연구에 스타크래프트를 활용하고 있어요.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를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스타크래프트를 할 수 있는 인공지능, 일명 '알파크래프트'를 개발하고 있답니다. 이들의 목표는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꺾었듯 프로게이머를 꺾을 수 있는 인공지능을 만드는 거예요. 만약 그런 일이 가능해진다면 인공지능의 수준이 알파고보다 훨씬 더 발전한 것으로 볼 수 있지요.

하지만 현재 개발 중인 알파크래프트들은 알파고와 달리 사람에 비해 게임 실력이 형편없는 수준이에요. 바둑과 스타크래프트 사이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죠.

◇바둑과 스타크래프트의 차이는?

가장 큰 차이는 '정보의 불확실성'입니다. 바둑은 바둑판에 놓인 상대방의 돌을 보며 자신의 수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반면 스타크래프트는 상대방이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상태로 의사 결정을 해야 해요. 상대방의 정보를 알려면 상대 기지에 정찰 유닛을 보내거나 시간제한이 있는 기술을 사용해야만 합니다. 이렇게 정보가 불확실하면 의사 결정을 해야 할 때 고려해야 하는 경우의 수는 알파고가 고려하는 경우의 수보다 훨씬 더 늘어납니다.

스타크래프트와 알파크래프트 설명 그래픽
/그래픽=안병현

더불어 바둑과 스타크래프트의 진행 방식이 다르다는 점도 알파크래프트가 극복해야 할 문제예요. 바둑은 턴(turn) 방식의 게임입니다. 상대방이 수를 두어야 내가 수를 놓을 수 있고, 내가 수를 두는 동안에는 상대방이 수를 놓을 수 없어요. 하지만 스타크래프트는 플레이어가 실시간으로 게임을 하기 때문에 의사 결정을 빨리 내리는 게 중요합니다. 알파크래프트가 아무리 정확하게 결정을 내려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면 게임에서 승리할 수 없는 것이죠.

◇우리 뇌의 인지능력도 알 수 있어


인지과학(cognitive science)은 인간이 여러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인식에 따라 판단을 내리는 과정을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실시간으로 다양한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하는 스타크래프트는 인간의 인지과정을 살펴보기에 아주 좋은 소재지요. 실제로 미국 텍사스대 연구팀은 스타크래프트를 활용한 연구로 RTS 게임이 뇌의 인지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연구팀은 게임을 해본 적이 없는 여자 대학생 72명을 세 그룹(A·B·C)으로 나누어 실험을 했어요. A그룹 학생들은 상대방과 감정 표현을 주고받는 단순한 게임을 하도록 했습니다. B그룹 학생들은 스타크래프트를 하되 하나의 기지만 건설하고, C그룹 학생들은 2개의 기지를 건설해 운영하도록 하였고요.

이렇게 각자 게임을 한 뒤 각 그룹 학생의 인지능력을 측정한 결과 A그룹에 비해 B·C그룹 학생의 인지능력이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특히 C그룹 학생의 인지능력이 가장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지요.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 연구팀은 스타크래프트로 뇌의 반응 속도가 24세에 최고에 이르렀다가 이후에는 점점 떨어진다는 사실을 밝혀냈어요. 연구팀은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는 여러 연령대의 사람들이 게임을 할 때 새로운 정보를 접한 뒤 새로운 의사 결정을 내리는 데 얼마의 시간이 걸리는지 재보았어요. 그 결과 24세인 사람들이 가장 빨리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4세 플레이어는 39세 플레이어보다 평균 150ms(밀리초·1㎳는 1000분의 1초) 빨리 결정을 내렸어요. 게임 시간이 30분이면 플레이어는 평균 400번 상대방의 정보에 대처하는데, 이 경우 두 플레이어 사이에는 1분 정도의 시간 차이가 나는 것이죠.

[지나친 게임은 건강 해쳐요]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면 인지능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지만, 게임을 과도하게 하면 오히려 우리에게 해로운 영향을 줍니다. 미국 로체스터 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일주일에 10시간 이하로 게임을 할 때는 특별한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일주일에 20시간 이상 게임을 하는 사람은 우울증이 생기거나 대인관계 문제가 나타났어요.

초등학생이나 청소년이 게임을 과도하게 하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할 뿐 아니라 친구와의 관계도 나빠지고 두통이나 소화불량, 불면증 같은 증상도 나타난다고 합니다. 그러니 게임을 너무 많이 해선 안 되겠죠?

송준섭 과학칼럼니스트 기획·구성=배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