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식물] 하트 모양 잎사귀·캐러멜 향으로 사랑 전해요

입력 : 2017.04.25 03:10

계수나무

따뜻한 햇살이 느껴지는 봄부터 가을까지 온몸으로 사랑을 전하는 나무가 있어요. 학교나 병원에 있는 큰 정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계수나무입니다. 키가 20m 넘어 자라는 계수나무는 봄에는 빨간 꽃을 정열적으로 피우고, 여름엔 하트 모양을 쏙 닮은 귀여운 잎사귀를 뽐냅니다. 가을엔 달콤한 향기로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하지요.

계수나무는 3~4월 잎겨드랑이에서 꽃을 피워 짝을 찾아요. 가지 양쪽에 다시 짤따란 가지가 마주 나는데, 봄이 오면 짧은 가지 위에 난 눈이 꽃망울을 터뜨린답니다. 계수나무는 암수가 나뉘어 있어요. 암나무의 꽃에서는 1㎝ 길이의 가느다란 붉은색 암술머리를, 수나무의 꽃에서는 3~4㎜ 길이로 풍성하게 발달한 붉은색 수술을 볼 수 있습니다.

계수나무 잎은 자랄수록 색이 초록색으로 변하고, 잎 모양은 하트를 닮아갑니다.
계수나무 잎은 자랄수록 색이 초록색으로 변하고, 잎 모양은 하트를 닮아갑니다. /최새미 식물칼럼니스트
요즘 계수나무를 살펴보면 갓 피어난 어린 잎도 눈에 들어옵니다. 사랑을 전하는 나무답게 어린 잎은 분홍빛을 띠어요. 이는 자외선이나 적외선, 벌레를 막아 잎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랍니다. 계수나무가 봄 햇살과 봄비를 맞으며 자라는 동안 작은 잎은 더 튼튼해지고, 여름이 되기 전에 짙은 초록색 하트 모양을 갖추어요.

가을이 되면 하트 모양의 계수나무 잎은 노랗게 물들고, 낙엽으로 떨어질 무렵 잎의 숨구멍인 '기공(氣孔)'에서 잎에 든 맥아당 성분이 뿜어져 나와요. 이때 계수나무 정원을 걸으면 굳이 잎을 따서 손으로 비비지 않아도 달콤한 캐러멜 향을 잔뜩 맡을 수 있답니다. 그래서일까요? '사랑하는 사람과 계수나무 숲을 걸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속설도 전해져요.

한편으로 계수나무는 '달콤하지만 씁쓸한' 사랑의 속성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초여름 하트 모양의 계수나무 잎을 만지면 달달한 향이 나지만, 잎을 따서 씹어보면 향과 달리 쓴맛이 나지요. 가을에 나는 캐러멜 향이 너무 과하면 독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일부 지역에서는 이 독한 냄새가 간장 냄새와 비슷하다고 해서 계수나무를 '간장나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계수나무는 1920년대 일본에서 수입되어 경기도에 있는 광릉숲에 처음 심어졌어요. 계수나무는 하천 부근에 심으면 쑥쑥 자라고, 주변 환경에 적응해 새로운 싹을 내는 '맹아력'도 좋아요. 이렇게 튼튼한 생명력을 가진 덕분에 전국 곳곳으로 퍼져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나무가 되었습니다.

최새미 식물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