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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이야기] '한 시즌 19골'… 손흥민 응원하는 독일 축구의 전설

입력 : 2017.04.25 03:10

차범근

차범근 FIFA U-20 월드컵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은 현역 선수 시절 독일 분데스리가 1985~1986시즌에 19골을 넣었어요.
차범근 FIFA U-20 월드컵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은 현역 선수 시절 독일 분데스리가 1985~1986시즌에 19골을 넣었어요. 손흥민(토트넘) 선수가 한 골을 더 넣으면 이 기록을 넘어서게 됩니다. /조선일보 DB
23일 새벽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영국 FA컵 4강 토트넘 대 첼시의 경기를 본 축구 팬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어요. 이날 손흥민(25·토트넘) 선수가 선발로 출전해 시즌 20호골에 도전했지만, 아쉽게도 득점을 기록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지난 15일 시즌 19호골을 터트린 손 선수는 대기록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손 선수가 한 골만 더 넣게 되면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했던 차범근 FIFA U-20 월드컵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이 1985~1986시즌에 세운 '유럽 4대 리그(독일·스페인·이탈리아·잉글랜드)에서 한 시즌 19골' 기록을 넘어서게 돼요. 그간 숱한 아시아 선수가 유럽 무대에 진출해 활약했지만, 약 30년 전 차 부위원장이 세운 기록을 넘어선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최근 차 부위원장은 "손흥민 선수가 내 기록을 깨주길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지요.

차 부위원장은 1953년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났어요. 탁월한 신체 조건과 축구 실력으로 주목받았고, 당시 최연소로 성인 축구대표팀에 발탁되어 맹활약을 펼쳤습니다. 1976년 대통령배(박스컵) 국제축구대회 말레이시아전에서 차범근 선수가 7분 만에 해트트릭을 기록한 건 한국 축구사에 명장면으로 남아 있지요.

1978년 군 복무를 마친 차 선수는 이듬해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했어요. 독일 프로축구팀 프랑크푸르트에 입단한 차 선수는 첫 시즌에 리그에서만 12골, 유럽 대항전에서는 3골을 터트려 사람들을 놀라게 했어요. 탄탄한 체구와 빠른 스피드, 정교한 드리블로 상대 수비를 제치고 골을 터트리는 차 선수를 가리켜 독일 언론은 '갈색폭격기'라는 별명을 붙여주었고, 분데스리가에는 '차붐(Chabum·독일 축구 팬들이 차범근 선수를 부른 애칭)' 열풍이 불었습니다. 이후 세 시즌 동안 차 선수는 리그에서 34골을 넣으며 활약을 이어갔어요.

1983~1984시즌부터는 레버쿠젠으로 이적해 경기에 나서게 되었지만 차 선수의 활약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적 후 두 시즌 간 리그에서 22골을 몰아치며 팀을 상위권으로 이끌었고, 1985 ~1986시즌에 '한 시즌 19골'이라는 대기록을 세웠어요. 차 선수의 활약으로 중하위권을 맴돌던 레버쿠젠은 단번에 유럽 최강팀 중 하나로 거듭났습니다. 특히 1988년 유럽대항전(UEFA컵) 결승 2차전에서는 차 선수가 극적인 헤딩 동점골을 터트려 팀의 우승에 큰 기여를 하였지요.

1989년 현역에서 은퇴하기까지 차 선수는 분데스리가 308경기에서 무려 98골(컵 대회 포함 372경기 121골)을 넣었습니다. 더 놀라운 건 차 선수의 골 중 페널티킥 골이 하나도 없고, 10여 년간 단 한 장의 옐로카드만 받았다는 것이죠. 오늘날에도 독일 축구 팬들에게 차 부위원장은 '레전드'로 기억되고 있어요.

조보성 서울 무학중 체육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