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주의 책] 칼자국 흉터·비명 소리… 앞집 할아버지의 정체는?

입력 : 2017.04.21 03:09

'악당이 사는 집'

기사 관련 일러스트
/주니어김영사

'소음 공해' '층간 소음'이란 말을 들어봤나요? 잠을 자는데 옆집이나 윗집에서 큰 소리로 TV를 보거나 피아노를 연주해 잠에서 깬다면 기분이 상하지요. 윗집에서 우당탕 뛰어다니는 소리에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있을 거예요. 이웃이 '악당'처럼 보이는 순간이죠.

소설 '악당이 사는 집'(주니어김영사)에 등장하는 초등학교 4학년 조찬이도 소음을 일으키는 '악당 할아버지' 때문에 고민에 빠집니다. 고작 1m가량 떨어진 앞집에 사는 할아버지는 새벽 5시만 되면 '덜커덩' 소리를 내며 짐을 옮기고 뚝딱거리며 뭔가를 만들죠. 무더운 여름이라 창문을 열어두고 지내다 보니 소리가 더 크게 들려요.

조찬이는 여름방학이라 밤늦게까지 컴퓨터 게임을 하고 늦잠을 자지만, 할아버지가 내는 소리 때문에 새벽에 억지로 눈이 떠져요. 조찬이는 '놀부가 환생해도 이 할아버지처럼 마음씨가 고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침마다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것도 싫은데 매일 다른 이웃과 목청 높여 말싸움도 하거든요.

조찬이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법을 써보기로 해요. 밤마다 스피커 볼륨을 높이고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 할아버지의 밤잠을 방해하는 거죠. 작전 성공. 조찬이가 게임을 하는 소리에 할아버지도 잠을 못 이루네요.

할아버지는 지켜볼수록 더 수상해요. 아랫배에는 커다란 칼자국 흉터가 났고, 매일 팬티 바람으로 톱질을 하며 뭔가를 만들고 있어요. 사람 한 명은 들어갈 큼직한 자루를 끌고 집으로 들어가기도 하고요. 급기야 할아버지 집에서 끔찍한 비명까지 들려와요.

조찬이는 친구들 앞에서 발표도 잘 못하는 소심한 성격이지만 용기를 내요. 망원경으로 할아버지 집을 관찰하기 시작하죠. 납치범이라는 증거를 찾으려고요. 무서울 땐 게임 속에서 용감무쌍하게 적을 물리쳤던 경험을 떠올렸어요.

그리고 어느 날 할아버지가 속옷 차림으로 총을 꺼내 드는 장면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요. 결정적 증거를 잡은 거죠. 그런데 할아버지가 조찬이가 사진 찍는 모습을 봤어요. "당장 사진을 지우라"며 할아버지가 조찬이네 현관문을 쾅쾅 두드립니다. 혼자 집을 지키던 조찬이는 괜찮을까요?

그런데 잠깐. 할아버지 입장에서 조찬이는 어떤 사람일까요? 매일 망원경으로 자기 집안을 들여다보고, 밤에 일부러 큰 소리로 컴퓨터 게임을 하는 초등학생. 나중에는 속옷 차림으로 집 안에 있는 모습까지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조찬이는 할아버지 입장에서는 악당이 아니었을까요.

조찬이와 할아버지는 사실 닮은꼴이에요.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고 '악당'이라고 먼저 결론짓고서는 '전쟁'을 벌이죠. 서로 닮은 두 사람의 전쟁은 어떤 결말로 끝날까요? 할아버지는 어떤 사연을 숨기고 있는 걸까요?

양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