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핫 피플] 헌법 개정안 통과… 장기 집권 노리는 '21세기 술탄'

입력 : 2017.04.21 03:09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지난 16일(현지 시각) 터키에서는 의원내각제를 대통령중심제로 바꾸고, 대통령에게 국정을 이끌 모든 권한을 부여하는 헌법 개정안이 통과되었어요. 더불어 터키 대통령은 임기 5년에 1번의 중임(重任·임기가 끝난 뒤 거듭 그 자리를 맡음)이 가능해져 2019년 대선에서 당선된 사람은 2029년까지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에 국제사회에서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63) 터키 대통령이 사실상 21세기 술탄(종교·정치 권력을 모두 장악한 이슬람 제국 최고 통치자)이 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어요. 이번 개헌으로 에르도안 대통령은 행정·입법·사법권을 모두 가지게 되었고, 2019년 대선에 출마해 당선될 경우 최대 80세까지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6일(현지 시각) 터키에서 헌법 개정안이 통과하면서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행정·사법·입법권을 모두 갖게 되었습니다.
지난 16일(현지 시각) 터키에서 헌법 개정안이 통과하면서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행정·사법·입법권을 모두 갖게 되었습니다. /EPA 연합뉴스

에르도안에게 유리한 개헌안이 국민투표를 거쳐 통과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문가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높은 인기와 불안한 주변 정세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말합니다. 에르도안은 지난 2003년부터 2014년까지 터키 총리로 재직하며 터키 경제의 부흥을 이끌어 인기를 얻었어요. 인프라 건설과 일자리 창출, 외국인 투자 유치 등으로 터키 국민 1인당 GDP는 연평균 3.6%씩 늘어났고, 반대로 32%에 달하던 물가상승률은 9%로 떨어졌습니다.

터키에는 '종교가 정치·사회 각 분야를 통제해서는 안 된다'는 세속주의 전통이 있지만, 에르도안은 이에 반하여 총리 시절부터 이슬람교 전통을 정치·사회 영역에 끌어들였어요. 터키 국민 대다수가 이슬람교 신자이기 때문에 이런 반(反)세속주의 정책은 그의 인기를 높여주었어요. 시리아 내전과 연이은 테러 등 터키 내외 정세가 혼란스러운 점도 에르도안의 지지율을 높여준 것으로 보여요.

하지만 에르도안의 장기 통치와 반세속주의 정책이 향후 더 큰 반발을 낳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어요. 지난 2016년에는 터키 군부가 세속주의 유지를 주장하며 에르도안 정권을 몰아내려는 쿠데타를 일으켰다 실패하기도 했지요.

이번 국민투표를 두고도 말들이 많습니다. 개헌안이 통과되자 터키 야당들은 "불법 선거가 이루어졌다"고 주장하며 개헌에 불복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요. 이번 개헌안은 찬성 51.4%, 반대 48.6%로 통과되었기 때문에, 만약 야당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개헌의 정당성은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입니다.

배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