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음식] 1963년 한국에 등장… 면은 기름에 튀겨 만들죠

입력 : 2017.04.18 03:07

라면

라면 면발에는 기름에 튀기는 동안 수분이 증발하면서 생긴 미세한 구멍들이 있어요.
라면 면발에는 기름에 튀기는 동안 수분이 증발하면서 생긴 미세한 구멍들이 있어요. 라면을 물에 넣고 끓이면 이 구멍으로 물이 스며들면서 면이 쉽게 불게 됩니다. /Getty Images Bank
라면은 많은 분이 참 좋아하는 음식이죠? 입맛이 없을 때 매운 라면을 끓인 후 잘게 썬 파를 넣고 잘 익은 김치를 곁들여 먹으면 한 끼 식사로 부족함이 없어요. 인스턴트 라면을 처음 발명한 나라는 일본이지만, 전 세계에 라면 열풍을 일으킨 나라는 대한민국입니다.

라면은 밀반죽을 양쪽으로 당기고 늘여 여러 가닥으로 만든 중국의 납면(拉麵)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납면은 중국 란저우 지역에서 오래전부터 즐겨 먹던 국수 중 하나인데, '납면'을 중국어로 발음하면 '라미엔'이라고 들려요. 1870년대 일본 개항장에서 중국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납면을 팔았는데, 이것이 일본식 라면 '라멘'으로 발전하였어요.

인스턴트 라면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일본에서 처음 발명되었습니다. 일본 닛신식품의 안도 모모후쿠 사장은 술집에서 튀김을 보고 국수를 기름에 튀기면 마른국수로 보관할 수 있고, 이를 다시 물에 끓이면 고소한 맛의 국수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이후 국수를 여러 차례 기름에 튀기는 실험을 거쳐 1958년 최초의 라면을 개발하였지요.

라면을 만들 때는 밀가루 반죽으로 면발을 만들어 기름에 튀깁니다. 이때 면발에 든 물이 증발하면서 미세한 구멍이 생기고, 수분이 제거된 마른국수 형태가 되어요. 이를 다시 물에 넣고 끓이면 미세한 구멍으로 물이 들어가면서 면이 쉽게 불고, 밀 전분이 먹기 좋은 형태로 변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에는 1963년 인스턴트 라면이 처음 공급되었어요. 삼양라면이 일본의 라면 제조기술을 도입하여 인스턴트 라면을 만들어 팔기 시작하였지요. 당시 박정희 정권은 부족한 쌀의 소비를 줄이기 위해 혼·분식을 장려하며 밀가루 소비를 촉진했는데, 이때 라면도 대중화되어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식품으로 자리 잡게 되었어요.

매콤한 맛이 나는 한국식 라면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제안으로 만들어졌다는 일화가 있어요. 박 전 대통령은 간식으로 종종 끓인 라면을 먹었는데, 라면 회사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라면 맛이 싱거우니 라면 수프에 고춧가루를 넣어 얼큰하고 맵게 만들어달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 등장한 한국식 매운 라면은 밋밋한 일본식 라면보다 더 큰 인기를 누리고 있지요.

우리나라 라면 수프는 한국의 탕 문화를 기본으로 고춧가루, 마늘, 후추 등이 들어가 색깔이 붉고 얼큰한 맛을 냅니다. 일본식 라면은 일본 간장과 된장, 돼지 뼈 육수를 바탕으로 짭짤하면서 담백한 맛이 나지요.

한국은 라면에 달걀, 파, 콩나물, 해물 등을 고명으로 넣지만 일본은 돼지고기 편육이나 죽순, 숙주 등을 넣습니다. 한국 라면은 김치와 잘 어울리고, 일본에서는 생강 초절임을 라면과 즐겨 먹어요.


박현진 고려대 교수(식품공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