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세렝게티 초원 1600㎞ 이동… 뿔로 맹수에 맞서기도 해요
입력 : 2017.04.13 03:09
철새들이 대규모로 떼를 지어 이동하는 모습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아프리카 대륙에 사는 홍학 200만마리가 떼를 지어 이동하는 모습은 대자연이 그리는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이지요.
그런데 아프리카 대륙 남부와 남동부에 가면 육지에서도 이런 장관을 볼 수 있습니다. 황소만 한 덩치의 누(Wildebeest)는 건기가 되면 떼를 이루어 풀을 찾아 세렝게티 초원을 내달려요. 누 수만 마리가 땅을 박차고 달리면 일대에 '두두두'하는 굉음이 울립니다. 평소에는 누를 사냥해 잡아먹는 사자나 치타, 하이에나, 표범도 누 떼가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달리면 섣불리 덤비지 못하고 길을 내주지요.
- ▲ 누는 건기가 되면 수만 마리가 떼를 지어 물과 풀을 찾아 먼 거리를 이동합니다. /Getty images 이매진스
누는 물을 마시지 않아도 미리 먹어둔 풀에 있는 수분으로 5일 정도 버틸 수 있어요. 하지만 물을 찾아야 목을 축이고 풀이 무성한 곳을 찾아 배불리 먹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건기가 되면 물을 찾아 떼를 지어 이동하는 것이죠. 누 떼가 이동할 때는 덩치가 크고 힘센 녀석들이 앞장서고, 덩치가 작고 약한 녀석들은 무리 가운데에서 이동하며 보호를 받습니다.
건기는 누가 번식을 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수컷들은 각자 세력을 이루어 암컷과 새끼를 보호하는데, 번식기에는 수컷끼리 뿔을 맞대고 기 싸움을 벌이기도 해요. 암컷은 8~9개월의 임신 기간을 거쳐 한 번에 한 마리의 새끼를 낳습니다.
아프리카 대륙에는 푸른 누와 검은 누가 살아요. 둘 다 휘어진 모양의 뿔이 있는데, 사자나 하이에나 같은 맹수가 공격하면 이 뿔로 들이받으며 맞서곤 합니다. 누의 뿔에 받힌 맹수가 상처를 입거나 목숨을 잃기도 하지요. 검은 누는 주로 아프리카 남부에 살고 푸른 누는 동남부에서 많아요. 푸른 누는 뿔이 옆으로 나오다가 중간쯤에서 위로 치솟는 모양이에요. 검은 누는 뿔이 앞쪽으로 많이 나와 있어 뿔 모양만으로 푸른 누와 구분할 수 있습니다. 약 100만년 전 검은 누에서 푸른 누가 갈라져 나와 다른 종이 되었는데, 푸른 누와 검은 누가 겹쳐 사는 지역에서는 두 종이 섞인 잡종이 나오기도 해요.
'동물의 왕국'으로 불리는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이 유지될 수 있는 건 누 떼의 영향이 큽니다. 물론 건기와 우기가 반복되는 기후가 초원을 이루지만, 누 떼가 쓸고 간 지역은 나무가 제대로 자라지 않기 때문에 드넓은 초원이 유지될 수 있죠. 세렝게티 초원에는 가젤이나 얼룩말도 많이 살지만, 누만큼 초원 일대를 쓸고 다니진 않아요. 누가 줄어들면 나무가 많아져 사자나 하이에나가 초원을 질주하는 모습도 줄어들 겁니다. 세렝게티 초원을 지키려면 누가 줄어들지 않게 잘 보호해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