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핫 피플] 테러에 반정부 시위까지, 위기의 러시아 대통령

입력 : 2017.04.07 03:09

블라디미르 푸틴

지난 2000년부터 8년간 제3·4대 러시아 대통령을 맡았던 블라디미르 푸틴은 2012년 다시 대선에 나가 제6대 대통령에 당선되었어요.
지난 2000년부터 8년간 제3·4대 러시아 대통령을 맡았던 블라디미르 푸틴은 2012년 다시 대선에 나가 제6대 대통령에 당선되었어요. /AFP 연합뉴스
지난 3일 오전(현지 시각) 러시아에서 둘째로 큰 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시에서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했어요. 출근길 지하철에서 폭탄이 터지면서 무고한 시민 60여명이 죽거나 다쳤습니다. 러시아 당국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범인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이슬람국가(IS)'와 연관이 있는 키르기스스탄 출생 러시아 청년이 유력해요. 러시아가 중동 문제에 관여하기 시작하면서 IS는 공공연히 러시아를 겨냥한 테러를 벌이겠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당일 저녁 블라디미르 푸틴(65) 대통령은 사건 발생 장소를 찾아 희생자를 애도했지만, 이번 사건이 푸틴 대통령에게 큰 정치적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근래 푸틴 정권을 규탄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죠.

지난 2000년 제3대 대통령으로 선출되었을 때만 해도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습니다. 1999년 총리로 임명된 뒤 미국과 서유럽 국가에 강경 노선을 취하며 체첸 반군을 겨냥해 대대적인 군사활동을 펼쳐 큰 인기를 얻기 시작했지요. 1952년 상트페테르부르크(당시 레닌그라드)에서 태어난 푸틴 대통령은 대학을 졸업한 뒤 비밀경찰·첩보 조직인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Komitet Gosudarstvennoy Bezopasnosti) 요원으로 활동하기도 했어요.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강력한 국가권력과 경제 재건, 강대국 지위 회복을 내세우며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였고, 2004년 재선에서도 70%가 넘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지요.

하지만 장기간 이어진 권위적 통치와 경제난 속에도 점점 커지는 빈부격차가 푸틴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입니다. 푸틴 대통령은 2008년 3선이 불가능한 러시아 헌법 규정 탓에 대선에 출마하지 못했지만, 그 대신 정치적 후계자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어요. 덕분에 푸틴은 총리가 돼 국정을 주도할 수 있었고요. 푸틴은 2012년 대선에 다시 출마해 제6대 대통령이 되었는데, 부정선거 의혹과 함께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푸틴 대통령이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을 통제하고 정적을 탄압한다는 의혹도 끊이지 않았어요.

이번 대규모 시위의 직접적인 계기는 "메드베데프 총리가 국영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고 친정부 기업의 기부금을 빼돌려 호화생활을 한다"는 러시아 유력 야권 정치인의 폭로였어요. 러시아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데 유력 정치인과 재벌들은 부정부패로 호화생활을 누린다는 불만이 나날이 커지고 있는 것이죠. 푸틴 대통령이 현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 국제 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배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