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작은 체구에 느린 걸음… 부화한 새끼 중 1%만 생존한대요

입력 : 2017.04.06 03:13

바다거북

지난달 태국 동부 한 연못에 사는 바다거북이 관광객들이 무심코 연못에 던진 행운의 동전을 900여 개나 삼켜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어요. 바다거북의 몸이 계속 한쪽으로 기울고 등딱지가 갈라지는 이상 증세가 나타나 CT 촬영을 하였더니 배 속에서 5㎏의 동전 더미가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수술을 통해 동전 915개를 제거했지만, 바다거북은 동전이 부식되어 나온 중금속에 중독되어 결국 죽고 말았어요.

바다거북은 전 세계에 7종이 있는데, 하나같이 멸종 위기종이라 한 마리가 참 귀합니다. 오래전부터 여러 나라에서는 거북요리와 거북 알을 별미로 즐겨 먹고 등딱지를 장식물로 사용하였어요. 바다거북이 멸종 위기에 처한 건 이렇게 마구잡이로 사냥한 결과입니다. 그중에도 켐프리들리 바다거북(Kemp's ridley sea turtle·켐프각시바다거북)은 가장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어요.

멕시코 만 연안에 사는 켐프리들리 바다거북은 바다거북 중에서도 덩치가 작고 가장 심각한 멸종 위기에 놓여있어요.
멕시코 만 연안에 사는 켐프리들리 바다거북은 바다거북 중에서도 덩치가 작고 가장 심각한 멸종 위기에 놓여있어요. /위키피디아
켐프리들리 거북은 다 자라면 몸길이는 70㎝, 몸무게는 36~45㎏이 됩니다. 바다거북 중에 덩치가 가장 작은 편이에요. 등딱지가 바다거북 중 가장 둥근 모양입니다. 대부분 멕시코 만 연안에서 살며 게와 물고기, 해파리, 새우, 연체동물을 먹는 잡식성이에요. 바다에 눌러살며 물 위로 고개를 내밀어 숨을 쉬는데 활발하게 움직일 때는 몇 분 사이 여러 번 숨을 쉬다가도 잠잘 때는 몇 시간이나 물에 잠겨 있기도 하지요.

켐프리들리 거북은 다른 바다거북과 달리 낮에 알을 낳아요. 어미 거북은 모래밭에 둥지를 만들어 알을 낳고 모래를 덮은 뒤 바다로 떠나요. 30분에서 1시간 사이에 평균 110개의 알을 낳습니다. 45~70일이 지나면 알이 부화하는데 둥지 온도가 높으면 암컷, 낮으면 수컷이 됩니다.

부화한 새끼 거북은 빠르면 15분, 늦으면 이틀이 걸려 둥지 밖으로 나와요. 둥지를 나오면 허겁지겁 바다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너무 굼뜨고 걸음이 느려 해변에 몰려든 새나 코요테의 먹이가 되어요. 무사히 파도를 탄 새끼 거북들은 열심히 헤엄쳐 바다로 나아갑니다. 비로소 한숨 돌리나 싶지만, 이 녀석들도 다 크기 전에는 언제 물고기나 갈매기의 밥이 될지 모릅니다. 알에서 깨어난 새끼 거북의 단 1%만 어른이 된다고 하니 마음이 짠해요.

1947년 25㎞ 길이의 멕시코 시골 해변에 켐프리들리 거북 4만 마리가 한 번에 알을 낳는 모습이 알려지기도 했어요. 켐프리들리 거북의 번식지인 이 해변에만 약 9만 마리의 어미 거북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1980년대 중반에는 그 수가 700마리까지 줄어 멸종 직전까지 가기도 했어요.

최근에는 번식지를 보호하고 어망이나 고기 잡는 법을 바꾸어 켐프리들리 거북 수를 늘리는 데 모두가 힘을 합치고 있어요. 물론 전성기에 비하면 그 수가 턱없이 적은 상황입니다. 멕시코 만 일대에 원유가 유출되는 사고로 수백 마리의 바다거북이 죽거나 구조되기도 했는데, 이 녀석들 대부분이 켐프리들리 거북이었죠. 다행히 미국과 멕시코 시민들이 힘을 합쳐 번식지를 보호하고 켐프리들리 거북의 소중함을 알리는 등 개체 수를 늘리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어요.



김종민 前 국립생태원 생태조사본부장 기획·구성=배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