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명옥의 명작 따라잡기] 인상주의 대가 모네의 그림 속 정원, 직접 가꾼 거래요

입력 : 2017.04.01 03:06

[예술가와 정원]

화가인 동시에 원예사였던 모네, 시골 마을에 일본풍 정원 조성
원예가·예술가들의 명소로 발전… 미국 화가 밀러의 그림에도 등장
레베카의 공중정원·레노의 화분… 식물과 생명의 소중함 일깨웠죠

봄기운이 물씬 풍기면서 정원을 찾는 분들이 늘어나는 것 같아요. 정원은 자연을 가까이 접하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어줍니다. 정원이나 식물을 가꾸기 위해 흙을 만지고 꽃과 나무를 보살피다 보면 마음의 휴식과 평화를 얻곤 하지요.

예술가 중에서도 정원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인상주의 거장 클로드 모네도 정원을 직접 가꾸고 그림에 담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사실 모네는 화가인 동시에 꽃과 나무를 심어 가꾸는 원예사였어요.

작품1을 보면 모네가 얼마나 훌륭한 원예사였는지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원예사 모네는 역사에 길이 남길 만한 정원을 만들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어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프랑스의 작은 시골 마을 지베르니로 이사해 정원을 직접 디자인하고 다양한 꽃과 나무를 심었답니다. 지베르니 주변 물길을 끌어와 연못을 만들어 수련을 심고, 연못 주변에는 대나무와 사과나무, 벚나무 같은 일본산 나무도 심었어요.

작품1 - 클로드 모네, The Japanese Footbridge, 1899.
작품1 - 클로드 모네, The Japanese Footbridge, 1899.

그림 속 초록색 아치형 다리도 일본풍 다리입니다. 모네는 지베르니 수중정원을 일본풍으로 꾸미고 싶어 했어요. 프랑스식 정원은 좌우대칭과 기하학적 배치로 인공적인 요소를 강조한 반면 일본식 정원은 주변의 생태 환경을 이용하여 자연환경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특징이 있었기 때문이죠. 야외에서 자연을 관찰하고 순간적인 인상을 화폭에 담았던 모네에게 일본식 정원이 창작의 영감을 받는 데 더 도움이 되었답니다. 당시 유럽에서 유행했던 일본 문화를 향한 동경도 모네에게 영향을 주었지요. 자연히 모네의 그림에는 인상주의와 일본 미술의 특징이 모두 반영되어 있습니다.

모네가 공을 들인 지베르니 정원은 당시에도 여러 원예가의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오늘날에도 원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방문하고 싶은 세계적 명소가 되었어요. 모네의 대표작 '수련연작'도 지베르니 정원에서 탄생했기 때문에, 세계 각국의 예술가들이 순례지처럼 지베르니 정원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당시에는 프랑스 인상주의에 영향을 받은 미국 출신 화가들이 지베르니를 많이 찾았고, 그 결과 모네의 집 주변에는 다국적 예술가 마을이 생겨나기도 했어요. 작품2는 지베르니에서 활동했던 미국 화가 리처드 에밀 밀러의 작품입니다. 밀러는 지베르니 정원에서 자신이 존경하는 모네와 함께 그림을 그리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어요.

작품2 - 리처드 에밀 밀러, 연못 지베르니, 1910.
작품2 - 리처드 에밀 밀러, 연못 지베르니, 1910.

이 작품은 햇빛이 화창한 여름날 젊은 여인이 양산을 쓰고 지베르니 연못가에 앉아 있는 모습을 그린 풍경화입니다. 밝고 선명한 색채, 스케치 풍의 빠른 붓질, 그림자를 푸른색으로 표현한 기법에서 밀러가 모네의 화풍에 큰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요.

모네는 야외에 수중정원을 만들었지만, 영국의 설치미술가 레베카 루이스 로는 실내 공간에 공중정원을 꾸몄습니다. 작품3은 네덜란드에서 가져온 생화를 가는 구리철사로 엮어 천장에 매단 설치작품이에요. 이 공중정원 안에 들어선 관객은 수많은 꽃이 햇살처럼 쏟아져 내리는 듯한 황홀한 착각에 빠져들게 됩니다. 레베카는 왜 건물 안 공중에 꽃의 정원을 꾸민 걸까요?

작품3 - 레베카 루이스 로, The city garden, Mixed flowers, 2016.
작품3 - 레베카 루이스 로, The city garden, Mixed flowers, 2016.

레베카는 6대째 이어진 원예사 집안 출신이에요. 어릴 때부터 아름다운 꽃이 자연의 축복이자 최고의 기쁨이라는 것을 느끼고 자랐지요. 더불어 꽃의 아름다움이 순간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었습니다. 레베카는 꽃을 향한 자신만의 특별한 감정을 관객에게 더 감동적으로 전하고 싶었어요.

레베카는 형형색색 꽃들을 공중에 매달면 아름다움이 더욱 빛을 발하게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습니다. 또 공중에 매달린 꽃이 자연스럽게 시들어가는 모습을 관객이 느낄 수 있도록 했어요. 꽃이 너무 빨리 사라진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꽃을 더욱 소중하게 아끼고 가꿔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니까요. 꽃을 소중히 여긴 레베카는 전시가 끝나도 시든 꽃들을 버리지 않고 건조화 상태로 보존한다고 합니다.

작품4 - 장 피에르 레노, ‘Pot rouge’, 1994.
작품4 - 장 피에르 레노, ‘Pot rouge’, 1994.

프랑스 조각가 장 피에르 레노도 원예사 집안 출신이에요. 레노는 자신이 원예 전문가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 2~4m 크기 화분 모양 조각품을 만들었어요. 레노가 작품4의 화분을 이토록 크게 만든 건 화분에 식물이 자란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사람들은 큰 물체에 자연스레 큰 관심을 가지니까요.

우리는 종종 식물의 소중함을 잊고 살아가지만, 식물이 없다면 지구에는 어떤 생명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식물은 인간이 숨을 쉴 때 필요한 산소를 만들어주고, 광합성을 통해 탄수화물을 만들어 인간과 초식동물에게 양분을 제공합니다. 레노는 식물이 자라는 화분이 식물과 생명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이명옥 사비나 미술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