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경제 이야기] 중상주의 비판한 '국부론', 경제학을 낳다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
16~18세기 유럽, 중상주의 성행… 무역 흑자와 금·은 축적에만 집중
동인도회사는 무역 독점권 누려
유럽 여행 후 '국부론' 쓴 스미스
보호무역 비판, 국가 간 분업 주장… 현대 경제학 탄생에 기여했어요
"더 많은 금, 더 많은 부, 더 강력한 국가!"
16세기 중반부터 18세기까지 '중상주의(重商主義)'가 지배했던 유럽에서 울려 퍼진 구호들입니다. 중상주의는 한마디로 무역 흑자 지상주의입니다. 영국의 대표적인 중상주의자였던 토머스 먼은 "우리의 재산과 재물을 늘리는 통상적인 방법은 무역이다. 단, 우리가 외국인에게서 사서 쓰는 것보다 그들에게 더 많은 국산품을 팔아야 한다는 규칙을 지켜야 한다"는 말로 중상주의를 설명했습니다. 당시 유럽의 국왕들은 권력을 유지하고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 많은 금·은이 필요했기 때문에 중상주의와 보호무역을 강력히 추진하였지요.
- ▲ 영국 동인도회사 무역선이 인도 뭄바이 항구 근처에 떠 있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에요. 영국 동인도회사는 17세기 인도 무역 독점권을 통해 막대한 이윤을 쌓았어요. 애덤 스미스는 독점 무역과 중상주의를“이웃을 가난하게 만든다”고 비판했습니다. /위키피디아
17세기 무렵 영국과 네덜란드가 동인도회사를 설립한 것도 중상주의의 일환이었습니다. 당시 유럽 각국은 아시아 지역 특산품인 후추와 사탕, 면직물 무역에 적극적으로 나섰는데, 한 나라에서 여러 무역 회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자 상품 가격이 폭락하는 현상이 나타났어요. 이에 정부가 여러 무역 회사를 통합하고 무역 독점권을 쥐여준 것이 바로 동인도회사입니다. 동인도회사는 독점권을 이용해 들여온 상품을 비싼 가격에 팔아 부를 축적할 수 있었지요.
◇중상주의를 비판한 최초의 경제학자
이런 중상주의를 문제 삼은 사람이 바로 애덤 스미스(1723~1790)였습니다. 스미스는 중상주의로 국가가 비축한 금·은은 소수 계층에게만 돌아갈 뿐, 전체 국민을 부유하게 하지는 못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어느 쪽의 말이 맞는 걸까요?
외환 보유액을 예로 들어봅시다. 올해 1월 기준으로 세계에서 외환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중국, 일본, 스위스, 사우디아라비아, 대만 순입니다. 우리나라는 8위이고요. 하지만 누구도 외환을 가장 많이 보유한 중국을 최고 부자 국가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보다 가장 많은 생산물을 만드는 나라를 최고 부자 나라라고 하지요.
실제로 국가나 정부가 아무리 많은 금·은을 갖고 있더라도 생산물이 증가하지 않는다면, 그 나라는 부유해질 수 없습니다. 스미스는 돈을 많이 쌓아 두는 게 잘사는 게 아니라 국민이 소비하고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이 많아져야 잘살게 된다는 점을 깨우쳐주었어요. 경제생활 수준을 높이려면 국내총생산(GDP)과 1인당 국내총생산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는 현대 경제학 이론도 이런 스미스의 생각이 발전한 결과입니다.
스미스는 나라의 부를 늘리고 국민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올바른 방법을 심도 있게 연구해 '국부론'이라는 책을 출간하였어요. 이 책의 원제목은 '국가의 부의 본질과 원인에 대한 고찰'인데, 제목이 길어 간단히 '국부론'이라고 부릅니다. '국부론'은 현대 경제학의 기본 관점을 체계적으로 제시해 경제학의 탄생과 발전에 큰 공헌을 하였어요. 그래서 스미스를 '경제학의 아버지' '경제학의 창시자'라고 불러요.
◇분업과 자유무역을 논하다
'국부론'에서 스미스는 국가를 부유하게 하는 원천이 '노동'이라고 말했습니다. 자본도 노동이 만들어낸 것이며 기술도 인간의 능력에 바탕을 두고 있으니 노동이 부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이죠. 나아가 스미스는 노동의 양뿐 아니라 질도 중요하다고 말했어요. 노동생산성이 높아지면 같은 자원을 사용해도 더 많은 생산과 소비를 창출하여 국민의 생활수준을 높일 수 있다는 경제 원리를 정확히 파악한 것입니다.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스미스는 '분업(分業)'을 제시하였어요. 지금은 누구나 분업의 효율성을 잘 알고 있지만, 당시로서는 생산 과정을 나누어 맡는다는 것이 굉장히 혁신적인 생각이었습니다.
오늘날 스미스가 위대한 경제학자로 불리는 이유 중 하나는 그가 분업의 개념을 국가 간의 분업으로 확대시켰기 때문입니다. 스미스는 두 국가가 각자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상품을, 즉 절대우위가 있는 상품을 생산하여 교환하면 두 나라의 부를 모두 늘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어요. 절대우위란 다른 사람·기업·국가보다 더 적은 생산 비용으로 상품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스코틀랜드가 프랑스처럼 훌륭한 포도주를 만들려면 프랑스보다 30배나 많은 자본을 투자해야 한다. 차라리 스코틀랜드는 포도주를 수입하고, 절대우위가 있는 옷을 집중적으로 생산하여 두 나라가 자유무역을 하는 편이 이롭다"는 말로 절대우위를 이용한 국가 간 분업의 장점을 알려주었습니다. 수입은 억제하고 수출만 늘리겠다는 중상주의가 무너지고, 자유무역을 통해 세계경제가 크게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스미스의 생각이 발전한 결과입니다.
[토론과 여행이 만든 '국부론']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난 애덤 스미스는 28세에 글래스고 대학의 교수가 되었어요. 교수 생활을 하던 스미스는 한 귀족으로부터 "아들과 유럽 대륙을 여행하며 학문을 가르치는 가정교사가 되어달라"는 제안을 받았어요. 이를 수락한 스미스는 2년간 프랑스·스위스 등을 유람하며 견문을 넓히고 볼테르·케네·튀르고 같은 대학자를 만나 많은 토론을 했습니다. 그렇게 여행을 마치고 글래스고 대학에 돌아와 쓴 책이 바로 '국부론'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