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음식] 서양의 파스타, 국수에서 유래했다?

입력 : 2017.03.28 03:05

국수와 파스타

옛날에는 밀가루를 구하기 힘들고 면을 뽑는 데 일손이 많이 들었기 때문에 국수가 아주 귀한 음식이었어요.
옛날에는 밀가루를 구하기 힘들고 면을 뽑는 데 일손이 많이 들었기 때문에 국수가 아주 귀한 음식이었어요. /김승완 기자

서양 사람들이 파스타를 즐겨 먹는다면 동양 사람들은 국수를 많이 먹어요. 우리나라에도 잔치국수와 칼국수, 비빔국수, 콩국수 등 아주 다양한 국수가 있지요.

국수는 중국 등 아시아 일대에서 처음 만들어 먹기 시작했는데, 언제부터 만들기 시작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어요. 국수의 재료가 되는 밀은 기원전 7000년 무렵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재배하기 시작했는데, 기원전 1~2세기에 중국에 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국수는 오랫동안 아주 귀하고 고급스러운 음식이었어요. 중국과 우리나라에서는 부잣집 결혼식이나 회갑 잔치 등 아주 특별한 날에만 국수를 먹을 수 있었답니다. 지금과 달리 밀이 아주 귀한 곡식이었기 때문이죠. 우리나라 조선시대에도 밀가루를 진말(眞末)이라 하여 매우 귀한 재료로 여겼고, 서민들은 귀한 밀 대신 메밀로 국수를 만들어 먹었어요.

국수를 만드는 데 일손이 많이 든 것도 국수가 귀했던 이유입니다. 지금은 기계로 쉽게 면을 뽑아내지만, 옛날에는 국수를 만들기 위해 밀을 맷돌로 갈아 밀가루로 만들고, 다시 물을 넣어 반죽한 뒤 평평하게 펴 잘게 잘라야 했습니다.

중국과 우리나라의 국수는 면을 만드는 방식에 따라 납면(拉麵)·압면(押麵)·절면(切麵)·소면(素麵)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납면은 반죽을 양쪽으로 당기고 늘여 여러 가닥으로 만든 국수로 중국의 중화면과 라면이 대표적입니다. 압면은 국수 반죽을 구멍이 뚫린 틀에 넣어 통과시킨 후 물에 삶은 국수로 냉면과 당면이 대표적이고요. 절면은 반죽을 밀대로 얇게 민 후 칼로 썰어 만든 것으로 칼국수, 가락국수 등이 있습니다. 소면은 반죽을 길게 늘여 막대기에 면을 감아 당긴 후 가늘게 만든 국수예요.

한때 중국에서는 서양의 파스타가 중국의 국수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아시아 여러 나라를 여행하고 '동방견문록'을 쓴 마르코 폴로가 중국에서 국수를 배워간 것이 베네치아에서 파스타로 발전했다는 것이죠. 이에 이탈리아 학자들은 "1세기 무렵 이미 파스타 조리법을 기록한 책이 있었다"며 중국의 주장을 강하게 반박하는 일도 있었어요.

파스타는 밀가루에 물과 달걀 노른자, 올리브유를 넣고 반죽해 만듭니다. 치자나 브로콜리, 비트, 파프리카, 오징어 먹물 등을 반죽에 섞어 면에 다양한 색을 내기도 하지요.

국수처럼 파스타도 과거에는 아주 귀한 음식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다 19세기 무렵 압착기에 구멍이 뚫린 동판을 붙여 다양한 모양의 파스타를 생산하게 되었고, 1933년 브라이반테 형제가 파스타 기계를 개발하면서 파스타가 대량생산되고 많은 사람이 즐겨 먹을 수 있게 되었어요.

 

박현진 고려대 교수(식품영양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