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 주의 책] 마을 예언의 주인공이 된 '어니스트'

입력 : 2017.03.24 03:11

'큰 바위 얼굴'

미국 작가 너새니얼 호손의 단편소설 '큰 바위 얼굴'에는 사람 얼굴처럼 생긴 바위가 등장합니다. 바위 부근 골짜기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종종 반듯한 이마와 긴 콧날, 우직한 입술을 가진 큰 바위 얼굴을 바라보았어요. 이 마을에는 "언젠가 큰 바위 얼굴처럼 기품과 장엄함, 부드러움과 지혜를 갖춘 위대한 인물이 골짜기 마을에서 태어날 것"이라는 예언이 전해 내려왔기 때문이죠.

골짜기 마을에 사는 소년 '어니스트'도 매일 큰 바위 얼굴을 바라보며 예언 속 인물이 등장하길 기다렸어요. 그러던 어느 날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사람이 마침내 나타났다"는 소문이 마을에 돌았어요. 소문의 주인공은 이 마을 출신으로 무역을 통해 큰 부자가 된 상인이었습니다.

골짜기 마을에서 자란 어니스트는 매일 큰 바위 얼굴을 바라보며 겸손함과 온화함을 배웠어요.
골짜기 마을에서 자란 어니스트는 매일 큰 바위 얼굴을 바라보며 겸손함과 온화함을 배웠어요. /두레아이들
상인이 마을로 돌아오는 날, 어니스트와 마을 사람들은 상인의 얼굴을 보기 위해 큰 기대를 품고 골짜기 어귀로 달려갔어요. 하지만 어니스트가 본 상인의 눈빛은 큰 바위 얼굴의 너그러움 대신 탐욕이 가득했습니다. 상인은 예언 속 인물이 아니었던 것이죠.

시간이 흘러 어니스트는 부지런하고 친절한 청년이 되었습니다. 그 무렵 골짜기 마을 출신으로 유명한 장군이 된 사람이 마을을 방문할 거라는 소식이 들렸어요. 이번에도 어니스트와 마을 사람들은 기대를 품고 장군을 맞았지만, 장군도 예언 속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그의 얼굴에는 큰 바위 얼굴 같은 기운과 의지가 넘쳤지만, 온화함과 지혜는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죠. 이후 골짜기 마을 출신으로 출세한 정치인도 마을을 찾았지만, 그의 얼굴에는 권력욕과 명예욕만 가득할 뿐 기품과 온화함은 찾아볼 수 없었어요.

예언 속 인물을 기다리는 사이 어니스트는 중년을 넘어 노인이 되었어요. 매일 큰 바위 얼굴을 스승으로 생각하며 살아온 어니스트는 겸손함과 지혜를 갖추어 마을 사람의 존경을 두루 받게 되었습니다. 어니스트와 이야기를 나누고자 저명한 인사들이 골짜기 마을을 찾아오기도 하였지요.

그러던 어느 날 골짜기 마을 출신인 시인이 어니스트에 관한 소문을 듣고 고향을 찾았습니다. 어니스트가 온화한 표정으로 마을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모습을 본 시인은 그의 얼굴이 큰 바위 얼굴과 쏙 닮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여러분, 어니스트가 바로 큰 바위 얼굴이에요!"

시인의 말을 들은 마을 사람들은 그제야 어니스트가 예언 속 인물이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애타게 기다리던 '큰 바위 얼굴'이 사실은 늘 자신들 곁에 있었던 것이죠.

TV나 신문에 나오는 유명한 사람 중에도 훌륭한 분이 많지만, 우리 주변에도 어니스트처럼 평범해 보여도 겸손함과 지혜, 기품을 갖춘 분이 있습니다. 여러분 곁에 있는 '큰 바위 얼굴'은 누구인가요?


최영주 한우리독서토론논술 객원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