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몸길이 3m 거대 도마뱀… 침 속 맹독으로 사냥

입력 : 2017.03.23 03:09

코모도왕도마뱀

최근 미국 조지메이슨대 연구팀이 코모도왕도마뱀의 피에서 48개의 새로운 항생물질을 찾아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어요. 연구팀이 그간 항생제가 듣지 않던 병원균에 코모도왕도마뱀에게서 찾아낸 항생물질을 시험해보니 48개 중 8개 항생물질이 치료 효과를 냈다고 합니다. 매년 전 세계에서 수퍼박테리아로 70만명이 숨지는 상황에서 코모도왕도마뱀이 새로운 해결책으로 떠오른 것이죠.

인도네시아 코모도섬과 그 일대 3개의 섬에 사는 코모도왕도마뱀은 평균 몸길이 3m, 몸무게는 70㎏인 거대 도마뱀입니다. 지구에 사는 파충류 중에 덩치가 가장 커요. 사냥해서 먹이를 먹는 모습을 보면 사자와 악어, 독사와 하이에나의 특징을 모두 합쳐놓은 듯합니다. 뱀처럼 턱을 움직여 입을 크게 벌리면 뱀처럼 끝이 두 갈래 난 혀가 날름거립니다. 크고 억센 발로 먹이를 후려친 뒤 날카롭고 강한 발톱으로 사냥감을 붙잡아요. 톱니처럼 생긴 이로 먹이를 썩썩 잘라냅니다.

최근 코모도왕도마뱀의 피에서 새로운 항생물질이 발견되었어요.
최근 코모도왕도마뱀의 피에서 새로운 항생물질이 발견되었어요. /Flickr

시속 20㎞로 달리기 때문에 사람도 코모도왕도마뱀의 먹잇감으로 지목되면 살아남기 어려워요. 300m 밖의 먹잇감도 알아볼 수 있고, 수㎞ 떨어진 곳의 먹이는 냄새로 알아채는 능력이 있습니다. 두 갈래 난 혀를 내밀어 좌우로 흔들면 공중에 떠 있는 냄새 나는 물질이 혀끝에 흡수되고, 다시 혀를 입천장에 대어 냄새를 맡아요.

코모도왕도마뱀의 침은 맹독(猛毒)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피가 굳지 않게 하는 성분과 패혈증을 일으키는 병균이 득실거리기 때문이죠. 코모도왕도마뱀에게 한 번 물리면 침에 든 병균이 온몸으로 퍼져 달아나더라도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상처에서는 피가 멎지 않고 몸에 퍼진 병원균이 병을 일으켜 일주일 안에 목숨을 잃어요. 오랜 세월 침 속 병원균에 면역된 코모도왕도마뱀만 끄떡없지요. 조지메이슨대 연구팀은 이를 통해 코모도왕도마뱀에게 특별한 항생물질이 있다고 추정했고, 실제로 피에서 독특한 항생물질을 찾아낸 거예요.

코모도왕도마뱀의 내장은 마치 뱀 내장처럼 늘어나기 때문에 한 번에 체중의 80%를 먹을 수 있어요. 주로 사슴이나 작은 물소를 잡아먹는데 종종 동족을 사냥해 먹기도 합니다. 하이에나가 무안할 정도로 살점부터 뼈까지 몽땅 먹어치우고 동물의 사체도 잘 먹어요.

암컷 코모도왕도마뱀은 5~8월에 알을 20개 정도 낳아요. 알에서 깨어난 새끼들은 나무 위로 올라가 작은 곤충을 잡아먹고 자랍니다. 덩치가 커지기 전 땅에서 어슬렁거리면 다른 코모도왕도마뱀의 먹이가 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죠. 8~9세가 되면 성장이 끝나고 수명은 30년 정도예요.

코모도왕도마뱀은 마땅한 천적이 없지만, 현재 4000마리 정도만 존재하는 귀한 동물입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코모도왕도마뱀을 보호하기 위해 1980년 제주도 넓이의 코모도 국립공원을 지정했고, 국제사회도 코모도왕도마뱀 보전을 돕고 있어요. 코모도 국립공원은 뛰어난 자연경관과 코모도왕도마뱀을 볼 수 있어 인기 높은 명품 생태관광지이기도 합니다.


 

김종민 전 국립생태원 생태조사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