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커졌다 작아졌다… 나이·감정 따라 계속 달라져요

입력 : 2017.03.22 03:13

[뇌 구조의 변화]

신경세포 덩어리로 이루어진 뇌… 시냅스 통해 정보 교환하며 작동
성장하며 변하는 청소년의 뇌 구조… 나이 따라 커지는 부위 달라
임신하거나 우울증 걸리면 어른이라도 피질 두께 변화해요

지난 13~19일은 '세계 뇌 주간(World Br ain Awareness Week)'이었어요. 세계 뇌 주간은 1992년 미국 다나 재단(DANA Fou ndation)이 뇌 연구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시작한 행사로 매년 3월 셋째 주 60여 나라에서 뇌 과학을 알리는 프로그램이 진행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2년부터 매년 세계 뇌 주간 행사가 열리고 있지요.

뇌는 생명체의 생명 활동을 주관하는 아주 중요한 장기입니다. 그래서 많은 과학자가 뇌의 작동 원리를 알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요. 최근에는 사람의 뇌 구조가 계속해서 변화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뇌는 수많은 신경세포가 모여 덩어리를 이루는데, 사람의 상태에 따라 신경세포의 연결 구조가 계속해서 변한다는 뜻이에요.

◇청소년·어린이의 뇌 구조는?

우리 뇌는 크게 대뇌, 소뇌, 뇌간으로 구분됩니다. 이 중 대뇌는 감각과 운동 능력을 다스리거나 기억, 판단 같은 정신 활동을 주관해요. 대뇌 바깥쪽은 신경세포들이 모여 있는 피질이 있는데, 이를 대뇌피질이라고 하지요. 우리 뇌는 신경세포들이 시냅스라는 부위를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 식으로 작동합니다.

달라지는 뇌 구조
/그래픽=안병현
뇌에는 무수히 많은 시냅스가 있는데, 우리 뇌는 효율적 작동을 위해 시냅스를 만들어내거나 필요 없는 시냅스를 잘라냅니다. 자주 사용되는 뇌 부위에서는 시냅스를 늘리고, 잘 쓰지 않는 뇌 부위의 시냅스는 덜어내는 것이죠. 대뇌의 부위 중 시냅스가 늘어나면 그 부위의 대뇌피질이 두꺼워지고, 시냅스가 줄면 대뇌피질도 얇아지게 됩니다.

어린이와 청소년은 나이에 따라 대뇌피질의 두께가 부위마다 달라집니다. 뇌 구조가 계속해서 달라진다는 뜻이에요.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NIMH)는 1991년부터 8년간 3~25세인 2000여 명의 대뇌 영상을 2년마다 촬영해 대뇌 중 전두엽·두정엽·측두엽·후두엽의 피질 변화를 살펴보았어요. 전두엽은 기억력과 사고력, 다른 영역에서 오는 정보를 조정하고 행동을 조절하는 기능을 담당해요. 두정엽은 운동 명령을 내리고 촉각과 미각 등의 감각 신호를 전달합니다. 측두엽은 청각과 후각을 담당하고, 후두엽은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역할을 해요.

연구팀이 분석한 결과 전두엽과 두정엽은 12세 무렵 피질이 가장 두꺼워졌고, 그 이후에는 다시 얇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측두엽은 16세를 넘었을 때 피질이 가장 두꺼워졌고, 후두엽은 어릴 때부터 20세가 될 때까지 두께가 꾸준히 늘어났습니다.

이를 통해 기억력과 사고력, 촉각과 미각이 12세 무렵에 활발히 발달한다고 추정해볼 수 있어요. 청각과 후각은 16세를 넘었을 때 가장 왕성하게 발달하고,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기능은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꾸준히 발달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요.

◇어른도 뇌 구조 계속해서 변해

과거에는 성인이 되면 더는 뇌가 변화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답니다. 그런데 네덜란드 레이던대학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여성이 임신하면 뇌에서 급격한 구조 변화가 나타난다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연구팀은 임신 경험이 없는 30대 여성의 뇌 상태와 이 여성들이 임신했을 때의 뇌 상태, 그리고 출산한 지 2년이 되었을 때 뇌 상태를 촬영해 다른 성인의 뇌 상태와 비교해 보았답니다. 그 결과 처음 임신한 여성은 대뇌에서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알아보는 부위의 피질이 임신 전보다 얇아진 것으로 나타났어요. 임신하게 되면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감정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다는 걸 의미합니다. 이렇게 변한 뇌 구조는 출산 후 2년이 될 때까지 유지되는 것으로 확인되었어요.

연구팀은 임신·출산을 경험하는 여성의 뇌 구조 변화를 '아기에 대한 애착을 늘리려는 뇌 활동 결과'로 분석했어요. 아기 외에 다른 사람의 감정·생각에 대한 관심을 줄이고, 그만큼 아기에게 관심을 더 집중하도록 뇌 구조가 바뀐다는 것이죠.

미국 로스앤젤레스 어린이 병원 사반 연구소는 우울증에 걸리면 뇌 구조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연구팀이 우울증 환자의 뇌 영상과 정상인의 뇌 영상을 비교해보니 우울증 환자의 대뇌피질이 정상인보다 더 두꺼운 것으로 확인되었어요. 그리고 우울증 환자에게 약물 치료를 하였더니 대뇌피질 두께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반면 가짜 약을 투여한 우울증 환자는 대뇌피질의 두께가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어요.

연구팀은 우울증 환자의 대뇌피질이 두꺼워지는 이유를 "우울 증상을 줄이려는 뇌의 반응"으로 분석했어요. 우울증으로 인한 무기력 등의 증상을 이겨내기 위해 뇌의 활동이 활발해진다는 것이죠. 이 연구는 우리 뇌가 상태에 따라 구조를 계속해서 바꾼다는 사실과 우울증 환자에 대한 약물 치료가 우울 증상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는 걸 확인해주었습니다.

영국 런던의 택시 운전기사들의 뇌 영상을 관찰하면 공간 탐색에 기여하는 해마 뒷부분이 일반인보다 더 크다고 해요. 복잡한 런던 시내 길을 외우다 보니 공간 탐색을 담당하는 뇌 부위가 더 발달한 것이죠. 스스로 어떤 마음가짐과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 뇌의 구조도 달라진다는 사실을 잊지 않도록 합시다.


박태진 과학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