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장소] 친환경 버스로 대기오염 몰아낸 '세계 생태 수도'

입력 : 2017.03.21 03:09

브라질 쿠리치바

쿠리치바(Curitiba)는 브라질 파라나 주의 중심 도시이자 상파울루와 함께 브라질 남부를 대표하는 도시입니다. 면적은 우리나라 광주광역시보다 약간 작고, 인구는 약 180만명이에요. 한때 급속한 공업화로 인구가 늘어나면서 심각한 환경 문제가 발생했지만, 여러 친환경 정책이 성공하면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도시로 재탄생했답니다. 최근에는 '세계 생태 수도'로 불리며 미래 도시의 모델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지요.

1971년 쿠리치바 시민 1인당 녹지 면적은 0.5㎡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시 정부가 강력한 녹지 보호 정책을 펼치고 도시 전역에 나무를 심은 결과 시민 1인당 녹지 면적이 52㎡로 넓어졌어요. 유엔(UN)과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면적보다 4배 이상 큽니다. 도시에 형성된 숲에는 약 290여 종의 조류와 50여 종의 파충류·포유류가 서식하며 균형 잡힌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지요.

브라질 쿠리치바 시에서는 지하철을 타는 것처럼 원통 모양의 버스 정류장에 들어갈 때 미리 버스 요금을 내야 합니다.
브라질 쿠리치바 시에서는 지하철을 타는 것처럼 원통 모양의 버스 정류장에 들어갈 때 미리 버스 요금을 내야 합니다. /위키피디아
쿠리치바의 환경 개선에 기여한 또 다른 정책은 바로 광역 대중 버스 시스템입니다. 쿠리치바 도시계획연구소 책임자였던 자이메 레르네르는 시장이 된 뒤 대기오염의 주범인 자가용 줄이기에 나섰어요. 건설·유지 비용이 많이 드는 지하철 대신 대중 버스 시스템을 개선해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지요. 도로에 버스 전용 차로를 만들고 버스는 운행 지역·거리에 따라 색깔로 구분해 편의성을 대폭 높였습니다. 오늘날 서울의 대중 버스 시스템도 쿠리치바의 버스 시스템을 벤치마킹한 것이죠.

쿠리치바의 대중 버스는 마치 지하철을 지상에 옮겨 놓은 모습이에요. 차량 세 칸을 이어 270여 명을 태울 수 있고, 출입문이 5개나 있어 200여 명이 타고 내려도 승차 시간이 20초밖에 되지 않습니다. 승객들이 원통 모양으로 생긴 버스 정류장에 들어설 때 미리 요금을 내도록 한 것도 승차 시간 단축에 큰 도움이 되었어요. 출입문에는 리프트가 설치되어 있어 휠체어를 탄 사람도 편리하게 승·하차를 할 수 있고, 전기 엔진으로 달리기 때문에 매연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편리하고 친환경적인 버스 시스템을 만들었더니 대중 버스의 수송 분담률이 75%까지 높아졌어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이 늘어나자 자연히 자가용 차량으로 인한 대기오염은 줄어들었지요.

시민으로부터 쓰레기를 사들이는 정책도 큰 효과를 냈어요. 시 정부는 시민이 쓰레기를 모아 오면 5㎏당 버스표나 식량이 든 주머니로 바꾸어주었고, 재활용 쓰레기를 가져온 어린이에게는 교재나 장난감을 나눠주었답니다. 덕분에 쓰레기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쿠리치바의 쓰레기 분리 비율은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인 70%예요. 우리나라에도 이런 친환경 도시가 늘어나길 기대해봅니다.

왕훈 영훈고 지리 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