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경제 이야기] 힘없는 연예인 지망생과도 공정한 계약 맺어야 해요
입력 : 2017.03.17 03:08
[공정거래]
공정위, 기획사·연습생 계약 심사… 불공정한 조항 바로잡아
미국, 연방거래위원회가 독점 규제… 맹자는 '농단'으로 불공정거래 비판
공정하게 거래하고 경쟁해야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돼요
최근 한류 열풍이 불고 인기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연예인을 지망하는 청소년이 늘어나고 있어요. 이에 체계적 훈련을 받고 성공적으로 데뷔하고자 대형 연예 기획사 연습생이 되려는 친구도 많습니다.
연습생은 연예 기획사와 계약해 데뷔를 준비하는 연예인 지망생이에요. 연예 기획사는 연습생들에게 노래와 춤, 연기 등을 가르친 뒤 실력이 뛰어난 연습생을 골라 연예인으로 데뷔시켜요. 연예 기획사가 연습생 1명에게 1년간 투자하는 돈은 약 5300만원이라고 합니다.
연습생은 연예 기획사와 계약해 데뷔를 준비하는 연예인 지망생이에요. 연예 기획사는 연습생들에게 노래와 춤, 연기 등을 가르친 뒤 실력이 뛰어난 연습생을 골라 연예인으로 데뷔시켜요. 연예 기획사가 연습생 1명에게 1년간 투자하는 돈은 약 5300만원이라고 합니다.
- ▲ 지난해 한 케이블 채널에서는 연예 기획사 연습생과 연예인 지망생 100여 명이 출연해 데뷔를 위해 경쟁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방송돼 큰 인기를 끌었어요. 이렇게 여러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으면서 연습생이 늘어나자, 공정위는 최근 연예 기획사와 연습생 간 계약서를 심사해 불공정한 조항을 바로잡는 조치를 하였어요. /조선일보 DB
◇불공정한 거래 막는 공정위
공정위는 작년 프로야구 구단과 선수 간 계약서를 심사해 불공정한 조항을 바로잡았고, 주요 여행사가 여행객을 대신해 항공권을 구매하면서 맺었던 불공정한 계약 조항도 고친 바 있어요. 이렇게 불공정한 거래를 공정거래로 바꾸어 경제 주체의 정당한 권익을 보호하는 것이 공정위의 주요한 임무 중 하나입니다. 경찰이 치안 질서를 바로잡는다면, 공정위는 거래 질서를 바로잡는 것이죠. 상대에게 불합리한 손해를 입히는 불공정한 거래와 불공정한 경쟁을 없애야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부터 고도성장을 이루는 과정에서 소수 대기업이 시장을 지배하는 독과점적 시장 구조가 형성되어 공정하지 않은 거래 행위가 나타났어요. 시멘트와 밀가루, 설탕을 생산하는 여러 대기업이 담합해 부당하게 가격을 올려 소비자들에게 큰 피해를 주는 일도 있었고요.
이에 정부는 기업의 불공정 거래 행위 등을 막기 위한 물가 안정법, 물가 안정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독점 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 등을 제정해 불공정거래 개선에 나섰어요. 1981년 경제기획원 산하에 처음으로 공정거래를 담당하는 조직이 등장했고, 오늘날에는 국무총리 산하 장관급 기관인 공정위가 기업 간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 주권 확립 등 경제 주체의 권익을 보호하는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불공정거래에서 유래한 '농단(壟斷)'
아주 먼 옛날에도 불공정거래를 막으려는 노력이 있었어요. 기원전 4세기 고대 그리스 아테네는 시민들이 먹는 곡물을 모두 수입하고 있었는데, 곡물 수입업자나 중간 상인이 독점 등 불공정한 거래로 부당한 이익을 얻으면 사형에 처할 정도로 엄격한 규제를 하였어요. 영국 입헌 제도의 근간이 된 마그나카르타(Magna Carta·1215년 제정)에는 상인·수공업자 조합인 길드(guild)의 횡포를 막기 위한 조항이 들어있었지요. 당시 영국에서는 길드가 길드에 속하지 않은 상인이나 수공업자의 판매 행위를 방해하고 자신들이 만든 질 낮고 값은 비싼 상품을 사람들에게 팔아넘기는 일이 만연했답니다. 이에 마그나카르타는 모든 상인이 자유롭게 영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두어 소비자들이 자유롭게 제품을 선택할 권리도 보장하였어요.
고대 중국의 사상가 맹자는 농단(壟斷)이라는 말로 불공정거래의 폐해를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농단이란 '깎아 세운 것처럼 높이 솟은 언덕'을 의미하는데, 맹자는 당시 상인들이 시장 한가운데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좌우를 살피다가 한쪽에서 물건을 싸게 사서 다른 쪽에 비싸게 되팔아 이익을 독차지하는 상황을 '농단'이라는 말로 비판했어요. 그 후 농단은 '이익이나 권리를 부당하게 독차지한다'는 뜻도 갖게 되었답니다.
◇독점에 맞선 미국의 선택
외국에도 공정위처럼 올바른 경쟁을 유도하고 경제 주체의 정당한 권익을 보호하는 기구가 있어요. 미국에서는 연방거래위원회(FTC)가 공정위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영국에는 공정거래청(OFT), 독일에는 연방카르텔청 등이 있습니다.
이 중 미국은 현대적 의미의 독점 규제법을 최초로 도입한 나라예요. 남북전쟁 이후 미국에서는 철도 개발과 서부 개척, 신기술과 신에너지가 도입되면서 대규모 생산 체제를 갖춘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는 일이 급격히 늘어났답니다. 가령 1870년 스탠더드 석유 회사를 설립한 록펠러는 미국 내 정유 시설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석유 가격을 마음대로 인상하는 불공정거래를 통해 막대한 부를 쌓았지요. 1890년대에는 철도 회사들이 합병하면서 독과점에 따른 문제가 나타나자 참다못한 소비자와 근로자, 영세 기업들이 반독점 운동을 추진했답니다.
이에 미국 의회는 불공정거래를 규제할 법안을 차례로 마련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연방거래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어요. 이후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는 대통령으로부터 독립된 행정 위원회로서 법률 전문가와 경제 전문가가 모여 공정한 기업 간 경쟁을 지키고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준사법·준입법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