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낮엔 둥지에서 '꾸벅꾸벅'… 해 저물면 사냥꾼으로 변신

입력 : 2017.03.16 03:08

수리부엉이

수리부엉이가 둥지를 지키기 위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모습이에요.
수리부엉이가 둥지를 지키기 위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모습이에요. /연합뉴스

수리부엉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일찍 번식을 시작하는 새입니다. 봄이 되기 전 이미 수리부엉이의 둥지는 태어난 새끼들로 시끌벅적하지요. 1, 2월에 알을 낳아 새끼를 기르는데 어미 수리부엉이가 3개 정도의 알을 낳아 정성스레 품으면 5주 후에 새끼들이 알을 깨고 나와요. 그렇게 한 달 정도 지나면 어른 수리부엉이가 됩니다. 수리부엉이는 보통 외톨이 생활을 하는데 한 녀석이 차지하는 영역이 수십㎢나 돼요.

수리부엉이의 생김새는 다른 새와 사뭇 달라요. 보통은 머리가 작고 얼굴 부분이 뾰족하게 생겼는데 수리부엉이의 얼굴은 네모나고 넓적합니다. 머리 위로는 귀 깃털이 삐쭉 솟아있는데 크고 동그란 눈을 보면 꼭 놀란 사람의 얼굴을 보는 것 같아요. 머리를 돌리며 귀를 움직이면 아주 작은 소리도 들을 수 있답니다. 이렇게 머리가 넓적하게 생긴 새는 부엉이와 올빼미 외에는 찾아보기 어려워요.

수리부엉이는 성질이 제법 사나워요. 우리나라 텃새 중에서도 가장 사납고 덩치가 큰 편이지요. 부엉이 중에 가장 덩치가 크고 날개를 펴면 독수리도 부럽지 않은 위용을 자랑합니다. 날카로운 발톱이 달린 발은 먹이의 숨통을 세게 조르지요.

수리부엉이는 야행성 동물이라 낮에는 보통 둥지나 나뭇가지에 앉아 휴식을 취해요. 해가 저물면 배를 채우러 사냥에 나섭니다. 주로 쥐를 잡아먹는데 물고기나 게, 새끼 사슴이나 새끼 노루를 사냥하기도 해요. 먹이 근처에서 기다리다 날개를 크게 움직이지 않고 한줄기 바람처럼 미끄러지듯 날아 먹이를 덮치는데 마치 스텔스 전투기 같아요. 해가 뜨기 전 1~2시간 집중적으로 사냥을 해 하루에 쥐 10마리 정도를 잡아요.

수리부엉이는 주변에 먹이가 풍부하고 가파른 절벽이 있는 곳을 좋아해요. 절벽이 있는 바닷가도 수리부엉이에게는 좋은 서식지입니다. 바위가 없는 곳에 사는 녀석들은 나무통 아래나 관목 숲에 둥지를 틀어요. 넓은 초지에 사는 녀석은 맨 땅에 움푹 파인 곳을 둥지터로 삼기도 합니다.

수리부엉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유라시아 대륙에 퍼져 살고 있습니다. 눈 덮인 북유럽과 러시아 북부에 사는 흰올빼미(sno wy owl)는 털이 하얗지만 수리부엉이와 같은 종이에요. 수리부엉이들은 보통 한곳에 머물러 사는 텃새지만 먹이가 고갈되거나 혹독한 추위가 찾아오면 사는 곳을 옮기기도 해요.

유라시아 대륙에 수십만 마리의 수리부엉이가 살고 있는데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멸종위기종입니다. 천연기념물로 정해 보호하고 있지만 밀렵꾼에게 잡히거나 전선에 걸려 감전되어 죽는 일이 계속 생겨요. 지나가는 차에 치여 죽는 경우도 있고요. 출혈성 바이러스나 토끼의 암 바이러스도 수리부엉이의 목숨을 위협하는 요소입니다.

유럽에서는 수리부엉이를 길러 자연에 풀어주고 서식지 보호에 힘썼더니 숫자가 많이 늘어났대요. 우리도 쥐와 토끼, 부엉이가 건강하고 균형 있게 사는 생태계를 꾸린다면 더 많은 수리부엉이를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김종민 前 국립생태원 생태조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