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식물] 오염물질 흡수해 하천 정화하는 '봄의 전령사'

입력 : 2017.03.14 03:09

갯버들

갯버들은 질소·인산 등 오염물질을 흡수해 정화하는 능력을 갖고 있어요.
갯버들은 질소·인산 등 오염물질을 흡수해 정화하는 능력을 갖고 있어요. /조선일보 DB
화려한 봄꽃이 피기 전인 3월 초 도시에서 가장 먼저 봄을 느낄 수 있는 곳은 하천이에요. 서울의 경우 청계천이나 양재천, 중랑천에서 갯버들이 꽃이삭을 드러내었다면 봄이 왔다는 걸 알 수 있지요. 꽃이삭은 아주 작은 꽃 여러 송이가 벼나 보리와 같은 모습으로 배열된 꽃 무리를 가리켜요.

갯버들은 물의 흐름이 빠른 개울가나 습지에 사는 작은 버드나무입니다. 시골뿐 아니라 도시 하천에서도 갯버들을 찾아볼 수 있는 이유는 갯버들이 오염된 물질을 흡수하는 독특한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에요. 갯버들은 물가에 무성하게 뿌리를 내려 질소·인산 등의 오염물질을 흡수해 하천을 깨끗하게 만들어줍니다. 여러 지자체는 이를 활용해 도시 하천을 정화할 목적으로 갯버들을 인공적으로 가꾸었어요. 갯버들도 자신의 능력을 맘껏 발휘하며 도시 하천에 잘 정착하였지요.

갯버들은 물가에 뿌리를 내리면 1~2m까지 자라 풍성하게 가지를 뻗어냅니다. 이맘때쯤 다가가 자세히 살펴보면 손가락보다 작고 솜털로 둘러싸인 갯버들 꽃이삭이 피어있어요. 2월부터 겨울눈이 한껏 부풀어 오르다 3월 초가 되면 꽃눈을 감싸던 눈 비늘을 벗으면서 꽃망울을 드러냅니다. 두께가 1㎝도 되지 않는 얇은 가지에 꽃이삭이 빼곡히 달려 바람에 살랑이는 모습을 보면 꼭 귀여운 강아지가 꼬리를 치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예로부터 갯버들을 '버들강아지'나 '버들개지'라고 불렀답니다.

갯버들의 꽃이삭은 벚꽃이나 개나리, 진달래 같은 다른 봄꽃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향긋한 향이 나지도 않아요. 하지만 연한 녹색 가지에 어울려 하얀 솜털을 드러낸 모습을 잠자코 살펴보면 우아한 기품이 있습니다. 수꽃이삭은 회색빛을 띠다 꽃이 피어오르면 붉은색 꽃밥을 틔워요. 꽃밥이 터지면 샛노란 꽃가루가 봄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갈 준비를 합니다. 암꽃이삭은 수꽃이삭보다는 소박한 모습이에요. 하얀 솜털과 함께 노란 암술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갯버들을 흔히 볼 수 있었던 옛날에는 봄이 다가오면 동네 아이들이 개울가로 나가 꽃이삭을 드러낸 갯버들을 보고 "버들강아지가 눈을 떴다"며 환호했어요. 봄이 온 것을 기뻐하며 갯버들 가지의 마디를 잘라 버들피리를 만들어 '삐익삐익'하고 불었지요. 이번 주말에는 다가온 봄을 만끽하며 가족·친구와 함께 동네 하천에서 갯버들을 찾아보는 건 어때요?

최새미 식물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