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경제 이야기] 경제 규모 보여주는 지표… 한국 순위 계속 떨어져요

입력 : 2017.03.03 03:20

[국내총생산(GDP)]

GDP는 국내 생산 부가가치의 합… 2005년 10위에서 작년 13위로 하락
GNP는 '국민'이 만든 가치만 포함

명목 GDP는 물가 변동 반영
경제성장률, 실질 GDP로 계산해요

다국적 회계컨설팅 회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최근 2050년 세계 주요 국가의 국내총생산(GDP·Gross Domestic Product)을 예측한 보고서를 발표했어요. 이 보고서에서 PwC는 지난해 기준 세계 13위인 우리나라 GDP가 2050년에는 18위로 5계단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어요. 우리나라는 1990년 전후로 세계 20위권에 진입했고, 2005년에는 세계 10위를 기록했어요. 하지만 2011년에 14위, 지난해에는 13위를 기록하는 등 순위가 하락하는 추세입니다. 반면 나이지리아는 2050년에 14위, 이집트·파키스탄이 각각 15·16위를 기록해 우리나라보다 GDP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GDP는 한 국가의 경제 규모를 알려주는 대표적인 경제 지표예요. 정책 당국자들은 GDP와 여러 경제 지표를 통해 경제의 현 상황과 앞으로 예상되는 문제점 등을 예측하고, 여기에 대비해 여러 경제 정책을 만들어요.

◇GDP와 GNP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GDP는 한 국가 내에서 개인·기업·정부 등 모든 경제주체가 일정 기간 상품 생산을 통해 만들어낸 부가가치의 총액입니다. 부가가치란 한 상품을 생산할 때 들어간 원자재나 연료, 하청기업이 공급한 부품 등의 가치를 제외한 최종생산물의 가치를 말합니다. GDP는 '한 국가 내에서' 생산된 부가가치를 합한 것입니다. 어느 특정 국가에 들어와 일하는 외국인과 외국기업이 만들어낸 부가가치도 그 나라의 GDP로 포함되는 거지요. 다시 말해 한국인이 일본에 살면서 만든 부가가치는 한국이 아닌 일본의 GDP에 포함된다는 얘기입니다.

국내총생산(GDP)은 한 국가 내에서 일정 기간 상품 생산을 통해 만들어낸 부가가치의 총액으로, 그 나라의 경제 규모와 상황을 보여주는 경제 지표예요.
국내총생산(GDP)은 한 국가 내에서 일정 기간 상품 생산을 통해 만들어낸 부가가치의 총액으로, 그 나라의 경제 규모와 상황을 보여주는 경제 지표예요. /현대중공업
1990년대 전까지는 한 국가의 경제 규모를 따질 때 GDP 대신 국민총생산(GNP ·Gross National Product) 지표를 더 많이 활용했습니다. GNP는 한 나라의 '국민'이 만들어낸 부가가치의 총액을 뜻해요. 즉 그 나라 안에서 외국인·외국기업이 만들어낸 부가가치는 GNP에 포함되지 않는 대신 외국에 있는 자국민이 만들어낸 부가가치가 GNP에 포함된답니다. 한국인이 일본에 살면서 만든 부가가치는 일본 GNP가 아닌 한국 GNP에 포함된다는 것이지요.

GNP는 193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사이먼 쿠즈네츠가 제시한 이후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사용되었지만, 최근엔 GNP를 사용하는 일이 드물어요. 세계화와 정보화의 진전으로 국가 간 경제교류가 아주 활발해졌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한 나라의 국민이 만든 부가가치만 따져도 그 나라의 경제 상황을 잘 반영했지만, 외국인과 외국기업의 경제 활동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자 GNP는 그 나라의 경제 상황을 반영하는 데 한계를 보인 것이지요.

반면 지역을 기준으로 한 GDP는 특정 국가에서 얼마만큼의 부가가치가 만들어지고, 이를 통해 경제가 어떻게 변했는지 더 잘 보여주는 특징을 갖고 있어요. 대부분의 경제 선진국은 이런 이유로 GNP 대신 GDP를 사용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1994년부터 GNP 대신 GDP를 주된 경제 지표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경제성장률과 명목·실질 GDP

PwC가 우리나라의 세계 GDP 순위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 이유는 최근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점점 낮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1년부터 경제성장률이 4%대를 넘기지 못하고 있어요. 한 나라의 경제성장률도 결국 GDP가 얼마나 늘었거나 줄었는지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올해 GDP가 전년도 GDP에 비해 얼마나 늘어났는지를 비율로 나타낸 것이죠.

경제성장률은 '명목 GDP'가 아닌 '실질 GDP'를 이용해서 산출한답니다. 명목 GDP는 그해 생산된 부가가치를 그해의 물가로 계산한 액수예요. 따라서 명목 GDP에는 그해의 물가 변동 상황이 반영되어 있지요. 명목 GDP는 이런 식으로 그해의 물가 기준으로 계산된 부가가치의 합계를 뜻한답니다. 정책 당국자와 경제학자들은 여러 나라의 경제 규모를 비교하거나 한 나라 경제의 구조적 특성을 따져볼 때 명목 GDP를 활용하고 있어요.

그런데 어느 국가의 부가가치가 전년도에 비해 얼마나 늘어났는지 파악하려면 특정 연도의 물가 기준을 적용해야 합니다. 이게 바로 실질 GDP예요. 전년도에 비해 올해 경제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따지려면 명목 GDP를 특정한 해의 물가로 환산한 실질 GDP로 바꿔 계산해야 경제가 실제로 얼마나 성장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지요.

[GDP의 한계]

오늘날 GDP는 경제에 없어선 안 될 지표로 꼽히지만, 전문가들은 "GDP를 과도하게 해석하거나 맹신해선 안 된다"고 말합니다. GDP가 높다고 해서 그 나라의 국민이 무조건 잘산다거나 행복할 것이라 단정해선 안 된다는 것이죠.

가령 가사 노동은 우리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GDP에는 그 가치가 포함되지 않습니다. 공장에서 생산된 상품의 가치는 GDP에 포함되지만, 공장에서 내뿜는 환경오염 물질이 사람들의 건강을 해치는 부분은 GDP에 반영되지 않지요. 대형 재난 사고가 발생하면 많은 사람이 죽고 깊은 슬픔에 빠지게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여러 사람과 장비를 들이게 되면 GDP가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납니다. GDP는 중요한 경제 지표이지만, 이를 삶의 만족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해석하면 곤란하겠지요?

그래서 UN이나 OECD 등 여러 국제기구에서는 GDP를 대신해 한 나라의 경제 상황과 삶의 만족도까지 보여줄 수 있는 지표를 만들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천규승 미래경제교육네트워크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