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탄 고기 속 발암물질, 채소가 독성 줄여준대요

입력 : 2017.03.01 03:10

[음식 속 유해 물질]

고기 구울 때 나오는 '벤조피렌', 몸 속에 쌓이면 위암·폐암 유발… 양파·상추 등 채소가 독성 줄여
음식 튀기고 구울 때 온도 맞춰야 해로운 물질 줄일 수 있어요

인류는 불을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여러 종류의 고기와 채소, 곡물 등 더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었어요. 몇몇 과학자들은 "불 덕분에 여러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면서 인간의 뇌가 발달할 수 있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우리 뇌는 평소에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사용하는데, 불을 사용해 다양한 요리를 먹게 되면서 뇌 발달에 필요한 에너지를 충당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죠.

하지만 불로 요리를 하면 인체에 해로운 물질이 생기기도 합니다. 음식이 새카맣게 탈 때 생기는 '벤조피렌(Benzopyrene)'이 대표적이에요. 벤조피렌은 1급 발암물질로 탄수화물이나 단백질, 지방 등의 성분이 불완전 연소할 때 만들어집니다. 우리 몸에 들어오면 독성을 띠고 장기간 체내에 쌓이면 폐암이나 위암 같은 무서운 병을 일으킬 수 있어요. 그래서 고기를 구워 먹을 때는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점들이 있답니다. 함께 알아볼까요?

◇구운 고기에서 나오는 벤조피렌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실험 결과 구운 고기를 상추와 양파, 마늘 같은 채소와 함께 먹으면 벤조피렌의 독성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어요. 구운 고기를 상추로 싸 먹으면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다는 것이죠.

[재미있는 과학] 탄 고기 속 발암물질, 채소가 독성 줄여준대요
/그래픽=안병현
이번 실험에서는 사람의 간암 세포에 벤조피렌을 넣은 뒤 채소 13종류와 계피·딸기 등 후식으로 먹는 식품 7종류를 넣고 48시간 후 간암 세포의 상태를 살펴보았아요. 그 결과 계피가 벤조피렌의 독성을 21.8% 줄여 가장 높은 독성 저감 효과를 보였답니다. 셀러리(20.9%)와 홍차(20.9%) 딸기(18.8%)가 그 뒤를 이었고요. 구운 고기와 함께 먹는 양파(18.1%)와 상추(15.3%), 마늘(9.8%)도 벤조피렌 독성을 줄이는 효과를 보였어요.

고기를 구울 때는 숯이나 석쇠를 이용하면 벤조피렌 생성을 줄일 수 있어요. 불에 직접 닿는 직화 구이보다 불판을 이용해 고기를 굽는 게 좋고요. 직화로 고기를 구워야 한다면 지방이나 육즙이 최대한 불에 떨어지지 않게 해야 불완전 연소를 줄여 벤조피렌이 생성되는 걸 줄일 수 있습니다. 고기를 불판에 올릴 때는 불판이 충분히 달구어진 뒤 올리는 게 좋고, 숯불에서 나오는 연기는 되도록 마시지 않는 게 좋아요. 고기에서 탄 부분은 떼어내고 먹어야 벤조피렌 섭취를 줄일 수 있습니다.

◇튀김·구이 요리는 적정 온도 잘 맞춰야

벤조피렌 외에도 요리 과정에서 여러 발암 가능 물질이 생성됩니다. 생선이나 돼지고기, 닭고기 등을 구울 때 단백질 성분이 검게 그을리거나 타면 '헤테로사이클릭아민'이라는 발암 가능 물질이 생겨요. 헤테로사이클릭아민이 나오지 않게 하려면 조리 온도에 주의해야 합니다. 헤테로사이클릭아민은 200~250도의 강한 불에서 고기나 생선을 구울 때 생성량이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이죠. 그래서 고기나 생선을 가열할 때는 섭씨 200도 이하로 하는 게 좋습니다. 요리 과정에서 양파나 마늘처럼 황화합물이 든 향신료나 연잎, 올리브잎, 복분자 과육 등 항산화물이 풍부한 재료로 소스를 만들어 더하면 헤테로사이클릭아민 생성을 억제할 수 있지요.

감자튀김이나 비스킷 같은 탄수화물로 된 식재료를 튀길 때는 '아크릴아마이드'라는 물질이 생길 수 있어요. 아크릴아마이드는 일정량 이상 신체에 들어가면 신경계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크릴아마이드는 뜨거운 열이 가해질 때 탄수화물에 든 아스파라긴과 당이 화학반응을 일으켜 형성되는데, 감자나 곡류는 섭씨 160도 이상의 온도로 가열할 때 이런 화학반응이 일어나요.

그래서 감자나 곡류를 튀기거나 조리할 때에도 온도에 주의해야 합니다. 튀김물 온도는 섭씨 160도, 오븐 내 온도는 200도를 넘지 않도록 해야 아크릴아마이드 생성을 줄일 수 있어요. 감자튀김에 사용할 감자는 오래 냉장 보관을 하기보다는 섭씨 8도 정도의 서늘한 곳에 두는 게 좋고요. 식초와 물을 각각 1대1로 섞어 감자를 15분 정도 담근 뒤 튀기면 아크릴아마이드 생성을 줄일 수 있습니다.

참고로 후추와 고기를 함께 먹을 때에는 고기를 다 굽고 난 뒤 후추를 뿌리는 게 좋아요. 실험 결과에 따르면 고기를 굽기 전 후추를 뿌리면 고기를 구운 후 뿌렸을 때보다 아크릴아마이드 생성이 14배 이상 늘어난다고 합니다.

통조림에 든 음식을 조리할 때는 '퓨란'이라는 발암물질을 조심해야 해요. 퓨란은 조리 과정에서 음식이 갈색으로 변할 때 나오는데, 휘발성이 강해 보통은 공기 중으로 사라집니다. 하지만 통조림에 든 음식을 곧장 가열하면 퓨란이 음식에 그대로 남아있을 수 있어요. 따라서 통조림이나 밀폐된 병에 오래 든 음식을 조리할 때는 미리 뚜껑을 열어 두어 퓨란이 휘발되도록 한 뒤 조리하는 게 좋습니다.

[벤조피렌 무서워 고기 피한다?]

벤조피렌은 고기의 탄 부위뿐 아니라 자동차 배기가스, 담배 연기 등에서 발견됩니다. 1급 발암물질이지만 그 자체로 암을 유발시키는 건 아니에요. 사람의 몸에 들어온 뒤 산화되면서 암을 유발하는 독성을 띱니다.

고기를 구우면 벤조피렌이 생성되는데 여러 방법으로 생성량을 줄일 수 있지만 생성 자체를 완전히 막지는 못해요. 하지만 너무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 우리나라 사람은 하루 평균 체중 1㎏당 0.0035㎍(마이크로그램)의 벤조피렌에 노출되는데, 이는 유럽식품안전청(EFSA)이 정한 벤조피렌 하루 섭취 안전 기준(체중 1㎏당 70㎍)의 2만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다만 벤조피렌이 장기간 축적될 경우 몸에 해로울 수 있으니 늘 건강한 식사법과 조리법을 지키는 게 좋겠죠?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