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경제 이야기] 유행하는 옷 2주 만에 '뚝딱'… 가격도 저렴해요

입력 : 2017.02.24 03:11 | 수정 : 2017.02.24 07:59

[패스트 패션]

의류 시장 주도하는 SPA 브랜드, 최신 스타일 의류 빠르게 생산… 지갑 얇은 청년층 사이에서 인기
생산·소비 과정에서 환경오염 유발, 가격 유지 위한 노동력 착취도 논란

의류 시장 전반이 침체를 겪고 있지만 패션 전문가들은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은 당분간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습니다. 의류업계에서는 "의류 시장의 주도권은 이미 패스트 패션으로 넘어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패스트 패션은 주문하면 곧장 음식이 나오는 패스트푸드처럼 옷을 빠르게 기획·제작해 유통하는 의류업체를 뜻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기획부터 생산·소매 유통까지 직접 맡는 의류업체들을 'SPA(Speciality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브랜드'라고 부르지요.

◇최신 유행을 저렴하게 사 입는다

패스트 패션은 스페인 패션 사업가 아만시오 오르테가가 내놓은 '자라(ZARA)'라는 SPA 브랜드가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전 세계로 확산되었어요. 현재는 전 세계 의류 시장 절반 이상을 패스트 패션이 점유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SPA 브랜드가 출시되어 큰 인기를 누리고 있지요. 일본 SPA 브랜드 '유니클로(UNIQLO)'는 우리나라에 진출한 첫해에 매출 300억원을 달성했고 지난 2015년부터 매년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며 패스트 패션 시장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패스트 패션은 스페인 패션 사업가 아만시오 오르테가가 내놓은 의류 브랜드‘자라(ZARA)’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최근 세계 의류 시장은 패스트 패션이 주도하고 있어요. 패스트 패션은 스페인 패션 사업가 아만시오 오르테가가 내놓은 의류 브랜드‘자라(ZARA)’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조선일보 DB
일반 패션업체는 보통 1년에 4~5회씩 계절별로 신상품을 선보입니다. 유명 디자이너를 중심으로 다음 시기 유행을 예측해 제품 콘셉트를 정하고 이에 맞는 원단을 골라 생산·유통을 진행하는 데 6개월 이상이 걸려요. 기획과 생산, 유통도 각각 다른 회사가 맡아 진행하고 여러 홍보 회사를 통해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합니다.

하지만 패스트 패션은 유명 디자이너 대신 디자이너 수백 명을 고용해 다양한 종류의 옷을 빠르게 만들어 매장에 진열하죠. 하루 만에 새로운 의류의 콘셉트와 디자인을 정해 샘플을 만들고, 2주 만에 제품을 생산해 매장에 진열합니다.

이런 패스트 패션이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이유는 유행하는 다양한 옷을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일반 패션업체는 제품을 오래 입을 수 있지만 상품 가격이 비싸고 최신 유행을 바로바로 반영하기도 어렵지요. 반면 SPA 브랜드는 한 해 동안 새로운 디자인 1만여 종을 선보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SPA 브랜드를 통해 인기 있는 최신 스타일을 싼 가격에 빨리 살 수 있는 것이죠. 특히 취업난과 경기 불황으로 지갑은 얇지만 유행은 따라가고픈 청년층 사이에서 SPA 브랜드가 큰 인기를 누리고 있어요.

◇환경오염·노동 착취 논란

하지만 이런 패스트 패션은 저가 제품이라 품질이 좋지 않고 환경오염을 낳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요. 유행하는 저가의 옷을 사 입고 새로운 유행이 나타나면 옷을 버리고 새 옷을 사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버려지는 옷도 늘어나고 있답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08년 하루 평균 160여t이던 국내 의류 폐기물은 2014년에는 하루 평균 210여t으로 늘어났어요. 환경단체들은 "저가의 옷은 합성 물질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매립해도 잘 분해되지 않고 소각하면 대기에 해로운 물질이 배출된다"고 말합니다. 옷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물 사용량이 늘어났고 염색 과정에서 수질이 나빠지는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대요.

SPA 브랜드가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노동력을 착취한다는 논란도 있어요. 지난해에는 터키의 한 의류 공장에서 어린이를 포함한 시리아 난민들이 글로벌 SPA 브랜드의 의류를 생산하며 시급 1400원을 받고 하루에 12시간씩 일한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어요. 인건비가 저렴하고 의류 공장이 많은 방글라데시와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에 SPA 브랜드는 다양한 대안을 내놓고 있어요. 판매했던 옷 중 버려질 옷을 소비자로부터 다시 수거해 재활용하거나 재활용 소재로 만든 의류를 출시하고 있습니다. 의류 공장 근로자의 임금을 올리고 의류 생산에 필요한 물 사용량을 줄이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하고요. 좋은 품질의 제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하는 합리적 소비를 하면서도 자신의 소비가 환경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늘 고민해봐야겠습니다.

[슬로 패션(slow fashion)]

슬로 패션은 패스트 패션과 반대 개념으로 등장한 패션 트렌드입니다. 친환경적인 천연 소재와 염색법을 활용해 환경과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한 의류 산업이에요. 슬로 패션은 유기농 직물과 재활용 소재로 의류를 만들고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대가를 지급하는 공정 거래를 추구합니다. 친환경 염색법을 통해 수질오염이 되지 않도록 하고요.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에 출연했던 유명 영화배우 에마 왓슨도 슬로 패션의 확산에 앞장서고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