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숨어있는 세계사] 강대국이 그은 식민지 경계, 국경선으로 이어졌어요

입력 : 2017.02.23 03:09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일대 국경]

말레이시아는 영국 점령지, 인도네시아는 네덜란드가 지배
포르투갈은 동티모르 장악
복잡하게 그어진 동남아 국경… 식민 지배의 흔적이에요

지난 13일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이자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되는 사건이 있었어요. 세계를 놀라게 한 이 사건이 벌어진 뒤 말레이시아가 어디에 있는지 지도를 찾아본 사람도 있을 듯합니다.

말레이시아는 말레이반도와 보르네오섬 북부 지역을 차지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그 남쪽에는 수마트라섬과 자바섬을 비롯해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인도네시아가 있고요.

이 일대는 과거부터 해상 교통과 중개무역이 발달해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살았어요. 서쪽에서는 인도인과 아랍인이, 동쪽에서는 중국인이 몰려왔고 폴리네시아 원주민까지 이곳에 넘어와 살기도 했지요.

2세기부터 13세기까지는 말레이반도와 수마트라섬·자바섬을 중심으로 스리위자야 왕국이 번성했어요. 몽골의 침략 후 세워진 마자파힛 왕국은 풍부한 자원과 해상무역을 기반으로 이 일대와 필리핀 남부까지 지배했던 해상 제국이었지요.

10세기 이후로는 아랍 무역상들을 통해 이슬람교가 유입되면서 이 지역 곳곳에 크고 작은 이슬람 왕국이 세워졌어요. 14세기에는 이슬람 세력이 말레이반도를 장악하고 말라카 왕국을 세웠답니다. 말라카 왕국도 말라카해협을 차지하고 서역과 동아시아를 잇는 중개무역으로 막대한 부를 쌓았어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그런데 16세기가 되자 식민지를 찾는 유럽 세력이 이 지역에 진출하면서 동남아시아는 서구 열강의 전쟁터가 되고 맙니다. 포르투갈의 침략에 말라카 왕국이 멸망했고 뒤이어 동인도회사를 앞세운 네덜란드 세력이 말레이반도와 인도네시아 도서 지역을 장악하면서 마자파힛 왕국이 무너졌어요. 17세기부터는 영국이 이 지역에 진출을 시도하면서 네덜란드와 치열한 싸움을 벌였답니다.

19세기 초가 되자 말레이반도와 보르네오섬 북부는 영국이 차지하게 되었어요. 영국은 이 일대 해안에 싱가포르 등 무역 도시를 건설하고 '해협식민지(1826~1946)'를 구축했습니다. 보르네오섬 북부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과 수마트라섬·자바섬은 1800년 네덜란드 영토로 공식 편입되었고요(네덜란드령 동인도). 두 나라는 1814년 런던조약, 1824년 영란조약을 통해 이 일대에 각자가 가진 식민지를 인정하기로 하였지요.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일대 국경 지도
그래픽=김란희

이렇게 정해진 식민지 경계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가 독립한 뒤 두 나라 간의 국경선이 되었어요. 1962년 인도네시아가 "보르네오 섬은 원래 인도네시아 영토"라며 전쟁을 일으켜 두 나라가 4년간 전쟁을 벌이기도 했지요.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에 속해 있다 1965년 독립해 도시국가가 되었어요. 보르네오섬 북부에 있는 이슬람 왕국 브루나이는 2차 대전 이후에도 영국의 지배를 받다 지난 1984년에 독립하였습니다.

◇뉴기니섬에 그어진 직선 국경

인도네시아의 동쪽에는 오세아니아에 속해 있는 세계에서 둘째로 큰 섬 뉴기니가 있어요. 이 섬은 한가운데 그어진 직선 국경을 중심으로 서쪽은 인도네시아, 동쪽은 파푸아뉴기니가 차지하고 있어요. 이 직선 국경도 서구 열강의 식민 지배가 남긴 흔적입니다.

뉴기니섬은 16세기 초 포르투갈 항해사 조르즈 드 메네세가 발견했어요. '새로운 기니'라는 뜻의 '뉴기니(new guinea)'라는 이름은 이 섬에 처음 도착한 유럽인들이 섬 주민들을 보고 "이곳 주민들은 아프리카 기니 사람들과 닮았다"고 말한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처음 뉴기니섬을 발견한 건 포르투갈이었지만 1828년 네덜란드가 뉴기니섬 서쪽을 점령해 식민지로 삼았어요. 19세기 말에는 독일이 뉴기니섬 동북부 지역을 장악해 '독일령 뉴기니'를 세웠고요. 그 외 섬 동쪽 지역은 영국이 지배하는 '영국령 뉴기니'가 되었어요.

섬의 서쪽과 동쪽을 나눠 가진 네덜란드와 영국은 1895년 뉴기니섬 한가운데에 직선의 식민지 경계를 그었습니다. 이 경계가 오늘날 두 나라의 국경선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죠.

1902년 영국령 뉴기니의 통치권을 넘겨받은 호주는 1914년 독일령 뉴기니를 점령하였어요. 2차 대전이 끝나자 영국령 뉴기니는 파푸아뉴기니로 이름이 바뀐 뒤 호주의 통치를 받았고, 지난 1975년에 독립하였어요. 네덜란드가 지배했던 뉴기니섬 서쪽은 1969년 인도네시아 영토로 귀속되었어요.

☞포르투갈과 동티모르

16세기에 동남아시아에 진출한 포르투갈은 17세기가 되자 네덜란드와 영국에 밀려 이 일대 지배권을 대부분 상실했어요. 그럼에도 지배권을 유지한 곳이 일부 있었는데 그중 한 곳이 바로 티모르(Timor)섬입니다.

하지만 이곳도 네덜란드의 침공을 받아 섬 서쪽은 네덜란드에 내주어야 했어요. 현재 티모르섬 내 인도네시아와 동티모르(East Timor)를 가르는 국경도 19세기 후반 네덜란드와 포르투갈이 티모르섬을 동과 서로 분할하며 정해진 거예요. 2차 대전 이후 네덜란드가 지배하던 티모르섬 서쪽은 인도네시아에 귀속되었지만, 동티모르는 계속해서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았습니다.

1975년 동티모르는 포르투갈 내정이 불안한 틈을 타 독립을 선언했어요. 하지만 며칠 뒤 인도네시아의 침공을 받아 다시 식민지 신세가 되고 말았답니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독립 투쟁을 벌인 동티모르는 2002년 마침내 독립국가가 되었어요. 독립 후 동티모르는 현지어인 테툼어와 포르투갈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답니다.

 

김승호 인천포스코고 역사 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