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식물] 쌀쌀한 2월에 꽃 피우는 '겨울의 장미'

입력 : 2017.02.21 03:04

동백나무

매년 2월부터 4월까지 제주도와 남해 지역에서는 붉은 동백꽃이 화사하게 피어나요.
매년 2월부터 4월까지 제주도와 남해 지역에서는 붉은 동백꽃이 화사하게 피어나요. /김영훈 기자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는 2월 동백나무는 빨갛게 꽃을 틔웁니다. 4월까지 제주도와 남해 지역에는 동백꽃으로 사방이 붉게 물들어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아요. 소설가 이청준도 동백꽃의 화사함에 마음을 빼앗겨 작품 소재로 사용하곤 했답니다.

동백꽃의 별명은 '겨울의 장미'예요. 겨울에 꽃을 피워서 그런지 '동백'이라는 이름도 겨울 동(冬) 자에 측백나무 백(柏)을 써요. 나무 목(木)에 흰 백(白)을 합친 백(柏)을 사용한 것에 미루어 "나무껍질이 하얗고 겨울에 꽃이 피어난다"는 뜻이라는 설이 있어요.

동백꽃은 흰색이나 분홍색인 경우도 있지만 대개 선명한 붉은색을 띠어요. 크기는 5~13㎝ 정도입니다. 꽃잎 5~7개가 약간 오므려진 채로 겹겹이 포개져 있고, 꽃 중앙에는 노란빛을 띠는 90~100개의 풍성한 수술이 있어요. 단단하고 윤기 나는 진한 녹색의 동백 나뭇잎과 가지에 피어 있는 붉은 동백꽃이 어울리면 색감이 아주 화려하죠.

다른 꽃·나무와 달리 동백나무가 홀로 겨울에 꽃을 피우는 건 새를 통해 번식하는 조매화(鳥媒花)이기 때문이에요. 식물이 번식하기 위해서는 수술의 꽃가루가 암술머리에 붙는 과정인 '수분(受粉)'이 꼭 필요해요. 개나리, 진달래, 아카시아와 같은 꽃은 곤충을 통해 수분하는 충매화(蟲媒花)인데, 조매화인 동백나무는 새를 통해 수분합니다. 충매화는 곤충이 없는 겨울에 꽃을 피우면 수분할 수 없지만, 조매화인 동백나무는 새가 활동하는 겨울에도 꽃을 피워 수분할 수 있지요.

충매화와 조매화는 생김새가 좀 달라요. 충매화는 시각과 후각이 예민한 곤충을 유인하기 위해 꽃잎과 꽃받침의 구조가 화려하고 향기가 납니다. 반면 동백나무는 새의 눈에 쉽게 띄는 강렬한 붉은색 꽃을 틔우지요. 동백꽃이 잎을 한껏 오므리고 있는 것도 새가 좋아하는 꿀을 가득 담기 위해서예요.

동백나무를 가장 좋아하는 새는 동박새입니다. 동박새는 배가 하얗고 나머지 몸통은 연둣빛을 띠는 10㎝ 크기의 작은 새예요. 동박새는 먹이를 찾기 힘든 겨울 동백꽃이 머금고 있는 꿀을 먹고 살아요. 커다란 꽃에 머리를 집어넣어 길쭉한 부리를 이용해 꿀을 먹는 동안 동박새의 이마나 등, 발 여기저기에 동백꽃의 꽃가루가 묻어요. 그리고 다른 동백꽃에 가서 꿀을 먹는 동안 동박새에게 묻은 꽃가루가 다른 꽃의 암술에 이리저리 옮아 붙어 수분이 되지요.

이렇게 동백나무와 동박새는 한겨울 추위를 함께 이겨 내는 공생관계입니다. 겨울에 피어 외롭고 슬퍼 보이던 동백꽃도 운명을 함께하는 친구가 숨어 있어 다행이에요.

 

최새미 식물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