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경제 이야기] '20 대 80 법칙'… 씀씀이 큰 20%가 매출 80% 차지

입력 : 2017.02.17 03:09

[파레토 원칙]

기업들, '파레토 원칙' 활용해 단골·VIP 고객에 여러 혜택 제공
'평범한 80%' 주목한 롱테일 현상
단기적으론 잘 팔리지 않던 제품도 인터넷 쇼핑 등으로 꾸준히 팔려요

기업들은 제품을 팔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사용합니다. 특히 경기 불황으로 사람들의 소비 심리가 얼어붙었을 때에는 어떤 마케팅을 하느냐에 따라 상품의 판매량도 크게 달라지죠.

기업에서 마케팅 전략을 짤 때 가장 기본적으로 고려하는 두 가지가 있어요. 바로 '파레토의 원칙'과 '롱테일 현상'입니다. 오늘은 두 법칙이 무엇이고 이 법칙들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살펴보도록 해요.

◇상위 20%가 부의 80%를 차지한다

파레토의 법칙은 19세기 이탈리아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Vilfredo Pareto, 1848~1923)가 발견했어요. 영국과 유럽 여러 나라의 소득 통계를 조사하던 파레토는 당시 영국 인구의 약 20%가 영국 전체 부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는 걸 발견했답니다. 그 외 여러 나라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확인되었고요.

일본 곤충학자 하세가와 에이스케는 곤충 세계에서 이와 비슷한 현상을 찾아냈어요. 에이스케가 개미를 관찰한 결과 개미의 종류와 무관하게 일개미 중 70% 정도는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고 자기 몸을 핥거나 하릴없이 돌아다녔다고 합니다. 꿀벌도 일벌 중 20% 정도만 열심히 꿀을 모으러 다녔다고 해요. 신기하게도 열심히 일하는 20%의 꿀벌을 따로 떼어놓으니 이 무리 중 20%만 열심히 일을 하고 나머지 80%는 열심히 일을 하지 않았대요.

1940년대 말 루마니아 출신 경영 컨설턴트인 조지프 주란(Joseph Moses Juran ·1904~2008)은 이런 현상이 기업 경영에서도 나타난다며 이를 '파레토 원칙(Pareto principle)' 또는 '2080 법칙'이라고 불렀어요. '기업에서 발생하는 문제 중 주요한 20%를 해결하면 나머지 80%는 저절로 해결되더라'는 게 주란의 말이었습니다.

백화점에서 VIP 고객을 위한 명품 매장과 휴식 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파레토 원칙을 바탕으로 한 마케팅 전략으로 볼 수 있어요.
백화점에서 VIP 고객을 위한 명품 매장과 휴식 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파레토 원칙을 바탕으로 한 마케팅 전략으로 볼 수 있어요. /김연정 객원기자

이후 파레토 원칙은 사회 곳곳에서 다양하게 관찰되었어요. 한 기업을 관찰하니 전체 직원의 20%가 전체 업무의 80%를 처리하고, 기업이 내놓은 제품 중 20%가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한 나라의 범죄 현황을 분석하니 전체 범죄자의 20%가 전체 범죄의 80%를 일으켰다고 하고요. 우리나라도 현재 소득 상위 20%인 사람들이 우리나라 전체 소득의 70% 정도를 벌고, 납부된 소득세의 90% 정도는 소득세를 많이 내는 상위 20%가 낸 것이라고 합니다.

이에 기업들은 파레토 원칙을 경영 전략이나 마케팅 기법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VIP 고객을 위한 특별 매장이나 별도의 휴식 공간을 제공하는 것도 파레토 원칙을 바탕에 둔 것이에요. 통계적으로 보면 백화점 전체 매출의 80% 정도가 전체 고객의 20%에서 나오기 때문이죠. 그래서 백화점은 이 20%에 해당하는 VIP 고객에게 여러 혜택을 주어 이들이 더 많은 돈을 쓰도록 해 매출을 늘리는 마케팅 전략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파레토 원칙은 씀씀이가 큰 손님이나 단골손님이 기업이나 가게 입장에서 아주 중요하다는 걸 보여준다고 할 수 있어요.

◇'평범한 80%의 힘', 롱테일 현상

하지만 최근에는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온라인 판매가 늘어나면서 '평범한 80%'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IT 산업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크리스 앤더슨은 '롱테일 이론(The theory of the Long Tail)'을 통해 이를 잘 보여주었어요.

파레토 원칙에 따르면 한 상점에서 진열된 상품 중 이 가게의 매출 대부분을 올려주는 건 잘 팔리는 20%의 상품입니다. 그럼 상점주인은 자연히 이 제품들을 잘 보이는 곳에 전시하고, 나머지 80%는 가장자리에 진열하거나 창고에 쌓아두겠지요. 대형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코너를 따로 만들어 놓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그런데 인터넷이 발달하고 온라인 쇼핑이 대세를 이루면서 이런 진열 기법은 갈수록 그 중요성이 떨어지고 있어요. 이제 소비자는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검색해 구매하기 때문이죠.

그 결과 기업들이 오랫동안 소홀히 취급했던 상품들의 매출이 단기적으론 적어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아주 꾸준한 수준을 유지해 결과적으로 기업에 수익을 주는 현상이 나타났어요. 앤더슨이 이를 그래프로 표현하니 마치 공룡의 긴 꼬리(Long tail)처럼 보인다고 해서 '롱테일 현상(또는 롱테일 법칙)'으로 부르게 된 것이죠.

롱테일 현상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서적, 음반, DVD, 전자제품 등 소프트웨어 상품 시장에서 잘 나타납니다. 실제로 아마존 같은 유명 온라인 서점은 전통 서점에서는 많이 팔리지 않던 책이나 일부 계층만 좋아하는 음반이 롱테일 현상을 통해 많은 이윤을 올려주고 있대요. 이에 여러 기업이 롱테일 현상을 바탕으로 상품 구성을 다양하게 갖추어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히고 있답니다.

하지만 주의할 점은 파레토 원칙과 롱테일 법칙 모두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두 법칙 모두 일부 현상을 관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만들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기업들도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해 두 법칙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파레토와 파시즘

파레토는 뛰어난 경제학자인 동시에 뛰어난 수학자였어요. 파레토 개선, 파레토 최적 등 중요한 경제학 개념을 제시한 것은 물론 경제학의 수학적 바탕을 마련하는 데에도 큰 기여를 했답니다.

하지만 파레토는 무솔리니가 이끌던 이탈리아 파시즘을 지지해 자신의 명성에 오점을 남겼어요. 파시스트 정권은 파레토를 이탈리아 상원 의원에 임명하기도 했답니다.

하지만 파레토는 죽기 직전 파시스트 정권에 극렬히 대항했어요. 무솔리니가 대학 사회에 함구령을 내린 것에 강한 반감을 느꼈기 때문이었죠.


 

천규승 미래경제교육네트워크 이사장 |